오늘의 요리는 아침식사용으로 그만인 독일식 팬케이크, 더치 베이비(dutch baby)입니다. (아니, 독일식 팬케이크라며 왜 이름에 더치라는 단어가?)

항상 비슷비슷한 아침에 지쳐있을 때 한 번씩 별미로 먹을 만합니다. 아주아주 맛있어요. 만들기도 쉬워서 어찌나 뿌듯한지...

재료:
달걀 3개
우유 180 mL
버터 녹인 것 2 tbsp
중력분 1 컵
옥수수 녹말 2 tbsp
소금 1/2 tsp
후추 1/2 tsp
버터 1 tbsp

1. 오븐에 넣을 수 있는 팬(주물 팬 등)을 오븐에 넣고 섭씨 230도로 예열합니다. 30분 정도 충분히 예열해주세요.
2. 믹서기에 달걀 세 개를 넣고 돌려줍니다. 거품이 날 때까지 1분 정도 돌려요.
3. 믹서기를 계속 돌리면서 우유, 녹인 버터 2 tbsp, 밀가루, 녹말을 넣고 섞어줍니다. 소금 후추 넣고 좀 더 돌립니다.
4. 오븐과 팬 예열이 끝나면 오븐에서 팬을 꺼냅니다. 버터 1 tbsp 팬에 올려서 녹자마자 믹서기로 만든 반죽을 부어요. 버터가 금방 갈색으로 타들어가니 버터 올리고 거의 바로 반죽을 부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주는 게 좋아요.
5. 팬을 다시 오븐에 넣습니다. 20-25분 정도 익혀주세요.

오븐에서 꺼내면 이렇게 아름답게 구워진 더치 베이비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위에 달걀 프라이, 아보카도, 햄, 베이컨, 휘핑한 크림 같은 걸 토핑으로 올려서 먹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거 준비하기 귀찮아서 그냥 슈가파우더 뿌려서 먹었어요. 커피나 우유 주스 같은 걸 곁들이면 멋진 아침 또는 브런치가 됩니다.

요렇게 파이 모양으로 잘라서 슈가파우더 뿌리면 맛납니다.

요즘 연일 빵 굽기에 실패해서 좌절에 빠져 있었는데 이번 요리는 성공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주물 팬, cast iron skillet, 무쇠 주물 팬은 말 그대로 철을 가지고 주물 공정으로 만들어낸 팬이다.


선수들:

이래저래 사다 보니 주물 제품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르 크루제처럼 비싼 건 안 샀기 때문에 돈을 아주 많이 들이진 않았다.

Lodge 10.25" cast iron skillet - 가장 많이 쓴다. 거의 일주일에 4-5번은 쓰는 듯

Lodge 10.25" cast iron grill pan - 이건 주로 고기나 빵에 그릴 자국이 필요할 때 쓴다. 아무래도 접촉면적이 적다 보니 익힘 정도는 그냥 평평한 팬이 낫다.

Lodge 10.5" cast iron griddle - 주로 아침 준비할 때 쓰면 좋다. 베이컨이나 달걀 같은 거 구울 때.

Lodge 12" cast iron skillet - 10.25" 제품이 좀 작아서 샀다. 고기를 많이 굽는다든가 온 식구가 다 먹을 볶음밥을 볶는다든가 할 때 쓴다.

Lodge cast iron reversible grill/griddle 20" x 10.44" - 온 식구 아침 준비할 때 조그만 팬들로는 좀그래서 스토브 두 개에 걸쳐 올려놓고 달걀, 햄, 베이컨 등등을 조리할 수 있는 걸 샀다. 근데 제대로 써먹은 건 한 번 밖에 없어서 약간 자괴감 든다. 그래도 면적이 넓으니까 온 식구 아침 빨리 준비할 때 좋긴 했다. 전 같은 거 부칠 때도 좋을 듯. 앞으로 좀 자주 써야지. 

Staub Cocotte enameled cast iron, 4 qt. - 무쇠 솥을 이거 하나만 산 건 좀 아쉽다. 더 큰 게 필요할 때도 있는데. 오븐에 넣고 오래 조리하는 스튜나 더치 오븐 빵 같은 거 만들 때도 쓰지만, 일반적인 찌개 끓일 때도 좋다. 오랫동안 천천히 끓이는 요리에는 다 좋은 듯. 김치찌개 여기다 끓일 때가 제일 맛있더라.


팁:

페이스북에서 Lodge cast iron 페이지를 팔로우하면 주물제품에 관한 정보 및 주물 팬을 사용하는 다양한 요리법을 종종 받아볼 수 있다.


장점:

1. 저렴하다. 물론 저렴하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은 제품은 3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세 개를 묶어서 팔기도 하고 그런다.

2. 오래 쓴다. 그럭저럭 관리 잘 하면 대를 물려서 쓸 수 있다. 테플론 코팅팬 같은 경우 사용량이 많으면 몇 달 정도 쓰다가 코팅이 조금 긁히거나 변성되는 것 같으면 버려야 하지만 주물 팬은 그럴 일이 없다.

3. 마구 다뤄도 된다. 시즈닝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고들 생각하지만, 음식을 볶을 때 금속 포크로 마구 휘저어도 되고, 금속제 뒤집개로 막 벅벅 긁어도 되고, 딱딱하게 눌러붙은 음식 찌꺼기 같은 걸 철수세미로 세게 긁어서 떼어내도 된다. 세제 같은 거 쓰지 말라는 얘기도 있지만, 제조사에서도 중성세제 써서 설거지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고들 얘기하고 있다.


단점:

1. 녹이 슬 수 있다./시즈닝 관리가 어렵다. 아마 이 점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조금 경험해 보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게 애정을 써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시즈닝을 유지할 수 있다.

2. 무겁다. 이건 처음 살 때는 별 신경들을 안 쓰는 것 같은데, 꽤 무겁다. 프라이팬을 한 손으로 들고 흔든다든가 음식을 툭 튕겨서 뒤집는다든가 하는 기술은 쓰기 어렵다.

3. 산성이 강한 요리는 곤란하다. 시즈닝이 정말 잘 된 팬이면 괜찮다고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식초, 산성 과일즙, 토마토 소스 다량, 와인 등등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를 할 때는 무쇠팬은 안 쓰는 게 좋다. 녹이 슬기 쉽기 때문이다.


관리 방법은 이 영상 한 번 보고 따라하면 된다.



시즈닝용 기름:

대체로 발연점이 높은 식용유를 추천한다. Cast iron conditioner 같은 걸 사서 써도 되지만, 꼭 그걸 쓸 필요는 없다. 제일 많이들 추천하는 건 아마씨유(flaxseed oil). 나는 아마씨유는 안 샀고, 그냥 적당한 식용유(그렇다고 올리브유 이런 건 안 되고, 적어도 콩기름 정도는 돼야... 향이 강하지 않고 발연점이 높은 걸 추천)를 쓰거나 아니면 돼지기름(삼겹살이나 베이컨 구웠을 때 생긴 기름을 커피 필터로 걸러서 입구가 큰 유리병에 모아뒀다가 요리에 써도 좋다)을 쓴다.


처음에 시즈닝할 때:

1. 깨끗하게 닦은 팬을 스토브에 올려놓고 중불로 달군다. 오븐이 있으면 오븐도 최고 온도로 예열한다.

2. 손잡이의 뿌리 쪽(팬에 가까운 쪽)에 엄지손가락을 댔을 때 좀 뜨뜻하게 됐다 싶어지면 기름을 약간 뿌리고 키친타월로 표면 전체에 골고루 발라준다. 팬 안팎, 위 아래 전체에 기름을 바른다. 흥건하게 바른다기보다는 표면 전체에 기름이 묻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만 바른다. 너무 많이 바르면 시즈닝 끝나고 나서 끈적끈적해진다. 새 키친타월로 전체를 다시 한 번 더 닦았을 때 키친타워에 기름이 살짝만 묻는 정도면 된다.

3. 예열된 오븐에 뒤집어서 넣고 1시간 정도 굽는다. 오븐을 끄고 오븐 안에서 천천히 식힌다. 오븐을 안 쓴다면, 그냥 스토브 위에서 최대한 뜨거운 온도로 (팬에서 연기가 난 후에도 1분 정도 더) 가열했다가 불을 끄고 그대로 식혀주는 정도로도 괜찮다.


평상시 관리:

그냥 생각날 때마다 팬을 살짝 달군 다음 기름 살짝 뿌리고 키친타월로 전체에 기름 쓱쓱 바른 다음 식혀서 보관한다.


사용 후 관리:

가능하면 사용 후에 팬이 완전히 식기 전에 정리를 해 주면 좋다. 반드시 팬이 미지근한 수준까지는 식혀야 하며, 온수로 음식 찌꺼기랑 눌어붙은 것만 잘 제거해 주면 된다. 나는 주로 온수를 뿌리면서 부드러운 망사 수세미로 닦는다. 끈적거리는 게 묻어 있고 그러면 주방세제로 닦는다. 

(음식 찌꺼기가 많이 붙어 있으면 금속제 뒤집개 같은 걸로 긁어서 제거해 주거나 Lodge에서 파는 pan scraper 같은 걸로 긁어낸다. 그렇게 해도 잘 안 벗겨지면 팬에 굵은 소금을 넉넉히 뿌린 다음 스카치 브라이트 같은 수세미로 문질러주면 잘 벗겨진다. 정말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 같으면 쇠 수세미를 동원해도 좋다. 대신 좀 과격한 방법을 썼을 때는 아무래도 시즈닝도 많이 벗겨지기 때문에 다시 시즈닝을 한 번 해 줘야 할 수도 있다.)

설거지를 다 하고 나면 팬의 물기를 닦은 다음 팬을 다시 스토브에 올려서 중불로 가열한다. 물이 깨끗하게 날아가서 건조가 끝나고 나면 기름을 살짝 뿌린 다음 키친 타월로 기름을 골고루 발라준다. 팬을 들어올려서 바닥에도 기름을 잘 발라준다. 스토브 불을 끄고 식힌 다음 정리한다.


녹 제거:

녹이 슬었다고 자괴감 같은 거 느끼고 그러지 말자. 그럴 수 있다.

원한다면 사포 같은 걸로 긁거나 그라인더로 갈아도 되지만, 일단 제일 먼저 해 볼 방법은 굵은 소금을 팬 전체에 골고루 충분히 뿌리고 통감자를 반으로 잘라서 잘린 면으로 소금이 뿌려진 팬을 원을 그리며 문질러 주는 방법이다. 감자에서 나온 수분이 소금을 덩어리지게 만들어주고, 소금이 연마제 역할을 하면서 녹을 깨끗하게 벗겨준다. 그리고 나서 처음 시즈닝할 때와 같은 과정을 한 번 거쳐주면 된다.



사용시:

스테인리스 스틸 팬과 마찬가지로 예열이 아주 중요하다. 예열이 잘 안 되면 음식이 달라붙지만, 시즈닝에 예열 잘 돼 있고, 기름 적당히 뿌려줬을 때는 거의 잘 달라붙지 않는다. 원하는 불 세기로 2-5분 정도 충분히 예열을 해 준다. 잘 관리된 무쇠 팬이라면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어도 안 달라붙는다.


12월 하순부터 지난 주 정도까지는 워낙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로메인 상추들이 다 잎은 조그매지고 (원래 작았는데, 이제 뭐 거의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줄었다) 잎 장수만 엄청 많아졌었다. 씹히는 감도 질겨졌고 쓴 맛만 강해졌다. 발육이 잘 안 돼서 LED 재배등도 빼 놨다.

어제, 날씨가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배양액통도 청소하고 (한동안 키우다 보면 녹조류가 생겨서 꽤 지저분해진다) 배양액도 교체하고 녹조 끼고 서로 엉켜서 상태가 안 좋아진 뿌리들도 가위로 정리했다. 나온지 오래돼서 말라붙거나 가장자리가 타들어간 잎도 다 떼어냈다. 맨 윗단에 다시 LED도 설치했다. 주중에 잠시 짬을 내서 둘째, 셋째 단에도 LED를 설치해야겠다.

따뜻해진 날씨에 새 배양액에서 LED랑 햇빛 많이 받고 봄 새싹처럼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다. 상태 안 좋은 화분들을 대체할 로메인 상추 일곱 개, 파슬리 두 개를 스펀지에 새로 파종했다. 아마 실제 화분에 투입될 때까지는 앞으로 2-3주 더 기다려야 할 거다. 쌈채소류와 달리 허브류는 싹이 잘 안 트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부디 성공해서 싱싱한 파슬리를 따 먹고 싶다.

(사진을 찍어놨어야 하는데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 깜빡하고 사진을 안 찍었다.)
겨울 날씨가 처음에는 포근해서 시시하더니 얼마 전부터 갑자기 확 추워지네요.

설 명절을 맞이하여 부모님 댁에 갈 예정인데 저녁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릴 만한 스튜를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오래 걸리는 음식이긴 하지만 오븐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 뿐 실제 요리 활동이 힘든 요리는 아니라 주말에 느긋하게 만들어 먹으면 좋습니다.

제가 참고한 조리법은 여기에 있습니다.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쇠고기 목심 1.36 킬로그램
소금 2 tsp
후추 1 tsp
올리브유 3 tbsp
양파 2개
다진 마늘 8알
발사믹 식초 2 tbsp
토마토 페이스트 1.5 tbsp
중력분 1/4 컵
드라이 레드와인 2 컵
쇠고기 육수 2 컵
물 2 컵
월계수잎 1장
말린 타임 1/2 tsp
설탕 1.5 tsp
당근 4개
감자 450그램
파슬리 약간

보통 쇠고기 스튜는 chuck roast(목심) 부위로 하는데, 롯데슈퍼에 갔더니 목심은 한우만 팔고 100그램당 5000원에 육박하더군요. 미국산 냉장 갈비를 팔길래 그걸로 사 왔습니다. (그래도 고기값이 1.5 킬로그램에 34,000원 넘게 들어가네요 ㅠㅠ)


재료를 썰기 전에 오븐을 켜서 165도(화씨 325도)로 예열합니다.

우선 고기 표면 물기를 키친타월로 눌러서 제거한 다음 손질을 합니다. 원래는 목심을 3-4 cm 크기로 깍뚝썰기를 해야 하는데, 갈비뼈에 붙어있다 보니 그렇게는 못하고, 적당한 크기로 뼈에 붙어있는 상태로 잘라주기만 했습니다. 나중에 뜯어먹기 좋게 말이죠.


이렇게 적당히 자르고 소금 후추를 뿌려 밑간을 한 다음 솥에 굽습니다. 오븐에 넣을 수 있는 솥을 써야 하는데요, 더치오븐 같은 게 좋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에 있는 주물냄비는 좀 작아서 다른 냄비를 썼습니다. 대략 6 리터 정도 되면서 오븐에 넣을 수 있는 용기를 쓰시면 됩니다.

한꺼번에 냄비 가득 다 넣어서 굽지 마시고, 바닥 위에 한 층 정도만 올라가도록 세 번 정도에 나눠서 구워주세요. 올리브유를 한 테이블스푼 정도 넉넉하게 넣고 고기 표면이 바삭하게 익혀질 정도로 강한 불로 세게 굽습니다. 속까지 익을 필요는 없으니까 표면 전체가 팍 익을 정도로 골고루 구워주세요. 냄비에 고기가 눌어붙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맛의 원천이 됩니다. 다 익은 고기는 집게로 집어서 적당한 그릇에 잠시 보관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고기를 넣어서 구울 때도 올리브유를 한 테이블스푼씩 넣어줍니다.

고기를 다 굽고 난 냄비에 양파(얘도 3-4 cm 정도 크기로 썰어줍니다)와 다진 마늘, 발사믹 식초를 넣고 볶습니다. 나무나 실리콘 주걱으로 바닥에 눌어붙은 고기의 흔적들을 잘 긁어서 양파, 마늘과 함께 잘 볶아줍니다.


이렇게 5-8분 정도 볶고 나서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몇 분 정도 더 볶습니다. 그리고 덜어뒀던 고기를 냄비에 다시 넣고 같이 볶아줍니다. 고기를 덜어둔 그릇에 아마 육즙이 좀 빠져나와 있을 텐데 싹싹 긁어서 다 넣어줍니다. 아까우니까요. ㅎㅎ

여기에 밀가루를 뿌리고 잘 풀리도록 1-2분 정도 잘 저어줍니다. 여기에 와인(좋은 와인을 쓰면 좋지만 저는 그냥 롯데슈퍼에서 한 병에 6500원에 파는 거 사서 썼어요), 쇠고기 육수(동네 슈퍼에서는 안 팔아서 그냥 물에 다시다 타서 넣었습니다), 물, 월계수잎, 타임, 설탕, 소금, 후추 넣고 잘 저으면서 끓입니다. 바닥에 눌어붙은 거 잘 긁어서 떼어주고 한 번 후루룩 끓입니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냄비 뚜껑을 덮어서 예열된 오븐에 냄비째로 넣고 2시간 동안 조리합니다.

그리고 당근과 감자를 적당한 크기(대충 고기랑 비슷한 크기)로 썰어서 준비해 뒀다가 2시간이 다 지나고 나면 냄비를 꺼내서 당근과 감자를 넣어줍니다. 그리고는 다시 뚜껑 닫아서 오븐에 넣고 1시간 동안 더 조리해 줍니다. 흐물흐물 무른 감자/당근을 좋아하시면 처음에 양파 볶을 때부터 감자 당근 다 넣어도 되고 고기를 한 시간만 익힌 다음 당근 감자 넣고 두 시간 익혀도 됩니다.


위에 재료에는 안 적었는데, 너무 감자 고기 당근만 보이니 색이 좀 안 예뻐서 브로컬리를 추가했습니다. 브로컬리는 생으로도 잘 먹으니까 그냥 마지막에 생으로 또는 살짝 데쳐서 넣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든 걸 바로 먹어도 맛있고 하루쯤 차게 뒀다가 다시 데우면 더 맛있답니다.

추운 겨울 가족들 모여앉아 함께 따끈하게 먹을 수 있는 쇠고기 스튜였습니다. (서양식 갈비탕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목심 대신 갈비를 쓰기도 했지만, 그냥 목심 써도 갈비탕이랑 되게 비슷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냉철한 음식평론가의 마음을 "어머니의 맛"으로 녹여냈던 요리, 라따뚜이입니다.

옛날에 한 번 만들어서 아주 맛있게 먹어본 후로 계속 해 먹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말에 또 해 먹었습니다.

제가 참고했던 조리법은 여기에 있습니다.

재료: (약 4-6인분)
주키니 호박 2개
가지 2개
노란 주키니 2개
빨간 파프리카 1-2개
(노란 주키니 없으면 대용품으로) 노란 파프리카 1-2개
토마토 페이스트 6온스(170g)들이 1개
마늘 10알
양파 1-2개
닭육수 (없으면 물) 3/4 컵
타임 (없으면 말린 것도 됨)
소금 후추 올리브유

주키니가 없으면 애호박을 써도 될 것 같고요, 노란 주키니는 구하기가 힘드니까 노란 파프리카를 대신 써도 됩니다. 주키니랑 가지 등은 가능하면 지름이 비슷할 수록 좋습니다. 모양이 예뻐지거든요. 닭육수는 있으면 좋은데 없으면 그냥 물로 대신해도 되고요, 허브도 생잎을 구하기 힘들면 그냥 말린 가루로 뿌려도 됩니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전에 코스트코에서 사 둔 걸 썼습니다.

오븐에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오븐에 넣을 수 있는 그릇을 써야 합니다. 대충 25 cm x 25 cm 정도 되는 베이킹 그릇이 있으면 되는데요, 저는 집에 있는 20 cm x 30 cm 베이킹 그릇을 썼습니다.

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 마늘 다진 것, 양파 다진 것, 그리고 육수(또는 물) 3/4 컵, 올리브유 1 테이블스푼을 넣고 잘 섞어서 균일한 두께로 펴 줍니다. 그리고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살짝 맛 봐서 좀 짜다는 느낌이 들 정도가 좋습니다.

재료 썰기 전에 오븐을 예열해 두면 좋습니다. 섭씨 190도(화씨 375도)로 예열해 주세요.

이제 가지, 주키니, 파프리카를 준비할 차례입니다.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우선 가지 주키니 파프리카를 가능하면 얇게, 균일한 두께로 썰어줍니다. 가지랑 주키니는 길이 방향에 수직이 되게, 동그란 모양이 나오게 썰면 되고 파프리카는 사등분해서 균일한 두께로 썰어주면 됩니다. 혹시 미니 파프리카를 쓰면 그냥 가지처럼 길이 방향에 수직으로 썰기만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얇을수록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긴 한데 그만큼 재료 준비하고 베이킹 그릇에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들어지긴 합니다. 저는 그냥 적당한 두께로 썰었습니다.

이제 이걸 차곡차곡 베이킹 그릇에 채워줍니다. 색이 예쁘게 나오도록 순서를 잘 맞춰서 바닥에 깔린 페이스트 위에 꽂아주면 됩니다.

예쁘죠? 그릇이 동그랬으면 동그랗고 더 예쁘게 할 수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이 위에다가 올리브유를 세 테이블스푼 정도 골고루 뿌려준 다음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그리고 타임 잎을 적당히 뿌려줍니다.

그리고 나서 parchment paper로 베이킹 그릇을 덮어준 다음 예열된 오븐에 넣고 45분 동안 익혀줍니다.

이 날은 밥하고 돼지고기 구이를 함께 준비했는데, 그냥 밥하고 같이 먹어도 참 잘 어울립니다. 올리브 오일 파스타랑 같이 먹어도 좋을 것 같고요...

혹시 소금 후추를 너무 적게 뿌려서 간이 잘 안 됐다 싶으면 저렇게 조리가 다 된 위에 소금을 덧뿌려줘도 먹을만하더라고요... (간 조절에 실패해서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ㅠㅠ)

채소만 가지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꽤 근사한 메인 요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은 많이 들지만 잡생각이 많을 때 정신수양에도 좋은 요리, 라따뚜이였습니다.

MacOS 10.12로 업데이트를 한 후에 homebrew로 gcc를 설치할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homebrew를 업데이트하려고 했더니...


$brew update

Error: /usr/local must be writable!


이렇게 에러 메시지가 떴다. 그래서 좀 찾아봤더니 다음과 같은 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https://www.reddit.com/r/MacOS/comments/4o37no/psa_fixing_homebrew_on_sierra/d826tuv/


간단하게 정리해서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다음과 같이 해서 /usr/local 디렉토리의 소유권을 변경한다.

$sudo chown -R $(whoami) /usr/local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은 명령으로 homebrew를 업데이트한다.
$cd "$(brew --repo)" && git fetch && git reset --hard origin/master && brew update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명령으로 /usr/local 디렉토리의 권한과 소유권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sudo chmod 0755 /usr/local
$sudo chown root:wheel /usr/local


이렇게 하고 brew update 하니까 다시 정상적으로 잘 된다.

수경재배를 시작할 때, 그 길을 먼저 걸어 본 태환이형이 농부들에게 감사하게 될 거라고 했는데, 그 말씀이 딱 맞았다. 식물을 기르는 게 쉽지가 않다. 동물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고 감정이나 불편함 등을 표현하지만, 식물은 뭔가가 안 맞으면 비실비실거리고 제대로 안 자라고 하는 반응이 오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려서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가늠하기가 아주 어렵다.


지난번에 글을 올린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그동안 그다지 크게 진척이 없다. 잎들은 계속 엄청 비실비실하고 자꾸 웃자라고 옆으로 눕는다. 식물을 잘 키워본 일이 없어서 웃자란다는 게 뭔지 좀 잘 몰랐는데, 얘네가 조건이 잘 안 맞으니 튼튼해지지 않고 가늘고 얇고 길게 자라난다. 마치 콩나물처럼. 


(왼쪽) 왼쪽에 있는 건 수퍼에서 산 적치마 상추. 크고 두껍고 아름답다. 오른쪽 건 우리 베란다에서 얇게 웃자란 잎들을 딴 것. 어찌나 얇은지 잎이 피부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다. (가운데) 틈틈이 새로 싹을 틔우고 포트에 옮겨서 수경재배 필드에 추가했다. 지금은 세 층, 48개의 구멍이 거의 다 찼다. 보면 웃자라서 힘이 없어서 화분 옆으로 누워 있는 게 대부분이다. 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주말농장의 작물들은 저리 튼튼하게 자라는데... (오른쪽) 아직 모종을 키우던 시기. 왼쪽은 싹 튼지 얼마 안 돼서 물만 주면서 키우는 통, 오른쪽은 좀 더 커서 배양액을 넣어서 키우는 통이다. 잎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강한 빛을 보지 못하면 웃자란다고 해서 재배등을 비춰주고 있는 모습이다.


웃자람의 원인을 찾아보니 배양액 농도가 안 맞거나, 빛이 너무 약하거나 기온 또는 양액 온도가 너무 높거나 하면 그렇게 된다고 한다. 일단 배양액 농도는 샤오미 수질 측정기로 재 보면 권장 농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으니 제외하고, 기온도 지금이 한여름이 아니어서 적절한 시기니 제외해도 되고, 결국은 광량이 남는다. 확인해 보니 지금 수경재배기를 설치한 베란다에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게 오후 2-3시 까지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오후 시간 동안은 해가 옆 동 뒤로 숨어서 간접광 밖에 받지 못한다. 간접광도 일상생활하는 데는 충분히 밝지만, 식물이 자라는 데는 직사광선과 간접광 차이가 생각보다 아주 크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유리도 옥상에서 줄 타고 내려오면서 닦지 않으면 깨끗하게 닦을 수 없는데, 은근히 먼지 같은 걸로 더러워져서 광량을 많이 잡아먹는다.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조명으로는 전력에 비해 광량이 많이 나오는 조명을 써야 하는데, HID 램프(고강도 방전등), 형광등, LED 등을 주로 사용한다. 이 중에서 소규모 설치가 비교적 간편하고 유지보수도 편하고 수명이 긴 LED를 쓰기로 했다. 재배등으로 그냥 백색광을 쓰기도 하고, 엽록소의 흡수 스펙트럼에 맞춰서 적색과 청색 LED를 섞어서 쓰기도 하는데, 나는 적색 LED와 청색 LED가 3:1로 섞인 (적청) 재배등과 색온도가 조금 낮은 “따뜻한 백색” LED를 주문했다. 적청 재배등은 좀 싸게 파는 판매자 재고가 10개만 남았어서 두 판매자한테서 각각 10개씩 총 스무 개를 샀다. 물건을 받아 보니 한 쪽에서 보내온 건 LED 막대의 한 쪽에만 전선이 두 가닥 있고, 다른 한 쪽에서 보내온 건 양쪽으로 RCY 커넥터로 마감된 전선이 나와있다. 후자 쪽은 직렬로 줄줄이 연결하기에 아주 좋다. 적청 재배등은 모두 IP68 방수 제품이었는데, 스무 개 합쳐서 63불 정도 줬다. 따뜻한 백색 LED 막대는 방수는 아니고, 그냥 알루미늄 프로파일에 LED만 조립되어 있다. 전선도 그냥 한 쪽으로만 연결되어 있는데, 대신 이건 방수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LED 스트립에 바로 납땜이 가능하기 때문에 줄줄이 연결하기가 별로 불편한 건 아니다. 20개에 40몇 불 정도 준 것 같다. 전부 이베이에서 샀는데, 중국에서 발송되었고 시간이 1-2주 걸리긴 했지만 배송료도 없이 싸게 잘 샀다.


재배등 조명에서 찍어서 뻘겋게 나왔다. (왼쪽) 양 끝이 RCY 커넥터로 마감된 방수 적청 재배등. (10개 샀다.) (가운데) 한 쪽 끝에만 전선이 나와있는 방수 적청 재배등 (10개 샀다.) (오른쪽) 한 쪽 끝에만 전선이 나와있으나 납땜으로 줄줄이 연결할 수 있는 백색 LED 막대. 방수는 아니다. 20개 샀는데, 적당히 조명용으로도 쓸까 생각중이다.


내가 산 LED 막대는 전부 길이가 50 cm 정도 되고 너비는 1.5 cm 정도, 두께는 4-5 mm 정도 되는 것 같다. 알루미늄 프로파일 안에 LED 스트립이 들어가 있는데, 12 V를 입력 받고, LED는 총 36개 들어가 있다. LED는 전부 SMD 5630 규격이다. 조명용 SMD LED는 3528, 5050, 5630, 이렇게 세 가지 규격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5050이 3528에 비해 2-3배, 5630은 5050에 비해 다시 2-3 배 정도 광량이 강하다.


귀찮아서 제대로 안 달고, 전원에 연결된 재배등 한 개를 행거에 대충 걸어서 빛을 비추고 있는 모습.


LED랑 전원 공급기가 다 오고 난 후에도 게을러서 처음에는 일단 테스트용으로 적청 재배등 하나만 12볼트 전원 공급기에 직접 연결해서 써 봤다. 첫 번째 사진 중 오른쪽에 있는 사진을 보면 재배등으로 모종을 비추고 있는데, 그 때 사용한 게 그렇게 테스트용으로 연결해본 재배등이었다. 위 사진에서도 그 재배등을 행거에 대충 걸어서 빛을 비추고 있는데, 이렇게 해 놓고 보니 정말 빛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로 웃자라는 걸 막을 수 있을지 제대로 테스트해 볼 만큼 오래 써 보진 않았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 싶어서 큰 맘 먹고 일요일 오후에 한참을 뚝딱거려 봤다.


참쉬운수경재배에서 구입한 수경재배 필드는 길이가 1 m 정도라서 LED 막대 두 개를 이어야 필드 하나를 다 비출 수 있다. 적청 중 양쪽에 RCY 커넥터 달린 거 하나랑 한 쪽에 전선만 달린 거 하나를 연결하기로 했다. 이러면 한 쪽 끝에 있는 RCY 커넥터를 통해서 LED 막대 두 개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전선 연결 말고 두 LED 막대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게 더 까다로웠는데, 재활용쓰레기장에 있던 가구에 쓰였던 나무조각을 집어와서 톱질을 한 다음, 나사못을 박아서 고정시켰다. LED 막대 끝은 저렇게 나사구멍이 있는 플라스틱 부품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고정시키기 좋게 돼 있다. 기계적으로 고정하는 부분이나 두 LED 막대 전원을 연결하는 부분이나 지저분하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냥 돈 더 들이기도 그래서 저렇게 쓰고 있다. (일단 작동은 잘 된다)


이렇게 두 개를 연결한 LED 막대를 각각의 필드 위쪽에 고정시키고 전원을 연결했다. 고정하는데도 고무줄과 나무막대를 이용해서 꼼수를 동원했는데, 엄청 허접하게 생기긴 했지만 일단 제 기능은 하고 있어서 그대로 쓰려고 한다. 혹시 여력이 생기면 알루미늄 프로파일 같은 걸로 제대로 만들어볼지도 모르겠다... LED 막대는 세 층 분량 총 12개(여섯 줄)를 다 준비해 놨는데, 전선이 좀 모라자고 해서 일단은 한 층만 설치해 보았다. 다음에 시간 되는대로 세 층 모두 완전히 설치를 해야겠다.


한 층에 LED 막대가 네 개씩 들어가는데, 하나당 전력이 대충 10-12 W 정도니까 한 층당 총 48 W 정도 전력이 들어간다. 세 층 다 돌리면 140 W 정도. 24시간 재배등을 켜면 (잎채소는 원래 24시간 빛을 쪼여서 키워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재배등으로만 한 달 소비전력이 100 kWh 정도 나오는데, 전기요금이 누진구간에 따라 몇 천원에서 5만원 정도 추가될 수도 있다. 귀찮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광량을 측정하고 광량이 모자라면 빛을 더해주는 회로를 만들어서 햇빛 쨍쨍한 날에는 LED를 꺼서 전력을 아껴야 할 것 같다.


일단 네 개의 LED 재배등 막대를 중간 층에만 달아 보았다. 저 사진을 찍을 때는 그래도 잎이 크게 자란 (그러나 웃자란) 화분들이 거기에 있었는데, 나중에 화분들을 재배치해서 중간 층은 유망주 (아직 보통 판매하는 모종 수준도 안 되는 것들) 위주로 채웠다.


참쉬운수경재배에서 재배등도 판매하는데, 엄청나게 비싸다. 한 층, 두 개의 필드에 빛을 비춰주는 LED 재배등이 20만원이다. 세 층 다 설치하면 총 60만원. 키트까지는 샀지만, 재배등까지는 도무지 못 살 것 같다. 가장 밝은 게 5050 LED 288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고, 설치하기는 편하게 되어 있다. 5050 LED 288개면 광량 기준으로 아마 5630 LED 100-140개 정도랑 비슷할 것 같은데, 내가 만든 저 허접한 LED 재배등은 한 층당 5630 LED 144개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파는 것에 비해 광량이 비슷하거나 더 셀 것 같다. 참쉬운수경재배 운영자분의 블로그에서 확인한 재배등의 효과를 생각하면 우리 집에서도 자연광이 약해도 잘 자라야 할 텐데 어찌 될지 기대된다. 어쨌든, 허접해 보이긴 하지만 광량은 나쁘지 않고, 비용은 한 층에 약 15,000원 정도 든 것 같다. 물론 돈 받고 팔 만한 품질로 만들려면 가격이 많이 올라가긴 할 거다. 그래도 요즘 중국에서 소량으로 주문제작해주는 데도 많으니 그런 델 이용하면 많이 비싸진 않을 듯. (아예 막대를 1 m 정도로 길게 뽑아내고 양쪽에 전원 케이블 어느 정도 방수 되는 단자로 연결할 수 있게 하고, 알루미늄 프로파일 등을 이용해서 거치대 잘 만들고...)


그리고 아직 화분 네 개 정도 넣을 공간이 남았고, 상태가 영 안 좋아서 교체해야 할 것 같은 애들도 좀 있고 해서 발아도 다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스펀지에 넣고 발아하는 것보다 일단 적신 천에 발아시킨 다음에 스펀지에 옮겨심어서 키우는 게 좀 더 나은 것 같다.


맨 윗줄에는 로메인 상추 씨앗 세 개, 그 다음 줄에는 로즈마리 씨앗 세 개, 그 밑에는 바실 씨앗 2개, 맨 아래에는 청경채 씨앗 다섯 개를 발아시키고 있다. 부디 잘 커 주길...

발아는 정말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발아 2차시도 때 적치마 상추와 로메인 상추, 그리고 네 가지 허브(바실, 파슬리, 타임, 로즈마리) 씨앗을 심었다. 아주 얕게 했는데, 적치마 상추는 100% 싹이 텄지만 나머지는 영 비실비실하다. 로메인은 70% 이상 발아가 되긴 한 것 같은데 성장이 들쑥날쑥하고, 허브는 거의 발아가 안 됐다. 타임이 조그맣게 떡잎을 내긴 했지만, 그마저도 상태가 안 좋아서 그냥 정리해 버렸다. 


그럭저럭 싹이 튼 것들은 저농도 배양액 있는 쪽으로 옮기고, 발아가 잘 안 된 것들은 스펀지를 다시 깨끗하게 씻고 새로 씨앗을 심었다. 로메인 상추는 스펀지 하나당 한 개씩 겨우겨우 스펀지 틈에 끼어있는 모양새가 될 정도로 얕게 심었고 허브도 비슷한 깊이로, 하지만 개수는 더 넉넉하게 심어 보았다.


지난번에 발아가 돼서 좀 큰 애들은 수경재배기로 옮겼다. 열 개 남짓 되는 스펀지를 수경재배 포트에 담고 난석으로 고정을 시켰다. 필드에 관들을 연결하고, 철물점에 가서 20리터들이 기름말통(원래는 주유소에서 기름 사오는 용도로 쓰는 것. 옛날에 석유보일러 쓰던 시절 난방유 배달시키면 알바 형아가 들고 오던 그런 기름통)을 5천원 주고 사와서 저울로 수경재배비료를 계량해서 집어넣고 녹여서 배양액을 20 L 만들었다. TDS 측정기로 재 보니 890  ppm 정도 나온다. 잎채소 기준 겨울철 권장 농도랑 비슷한데, 일단 좀 써 보고 세다 싶으면 물을 좀 섞어줄까 한다. 지금은 펌프를 24시간 돌리고 있고, 일주일 정도 돌려서 잔뿌리가 좀 많이 나오고 나면 타이머로 1시간에 15분씩만 순환시키면 된다고 한다. 펌프에서 소음이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공명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면 소음은 큰 문제는 안 된다. 어차피 가족들 일상생활 공간이 아닌 베란다에 설치했기 때문에 조금 소리 나도 별 문제는 없다. 그나저나 옮겨심은 애들도 뿌리가 스펀지에 튼튼하게 박혀있지 않아 옆으로 쓰러지려고 한다. 절반 정도는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죽어나갈 것 같은 느낌이다.


발아하면서 워낙 삽질을 많이 하고 있다 보니 아내, 어머니 등 가족들이 다 저걸 언제 키우냐며 모종 사다가 그냥 하라고 난리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오기가 발동해서 어떻게든 그냥 해 보려고 한다. 실은 살짝 의지를 꺾은 게 있는데, 코스트코에서 산 로메인 하트의 뿌리 방향 끝을 남겨서 난석으로 고정해서 수경재배기에 넣어 보았다. 이렇게 해 두면 거기서 실뿌리가 자라고 잎도 새로 나서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잘 나오는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좋아 보이면 씨도 받아서 나중에 그 씨앗으로 키울 수도 있겠다.


우리 동네는 농촌에 가까운 곳이라 밭이 많은데, 일부 논이나 포도밭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인들이 직접 농사 짓기 힘들어서 연회비 받고 빌려주는 주말농장이다. 베란다 밖을 내다봐도 코앞에 주말농장이 잔뜩 있다. 그 근처에서 모종도 많이 판다. 모종을 볼 때마다 그냥 저렇게 예쁘게 키워진 모종을 사다가 씻어서 수경재배하는 게 나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인터넷에서 흙 안 쓰고 스펀지만 사용하여 수경재배용으로 기른 모종을 파는 곳도 있다. (여기) 이건 솔직히 좀 끌리긴 했는데, 하나에 4,000원이나 하니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노하우가 쌓이면 모종을 키워서 파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수요가 꾸준히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지만...


이번 글은 사진도 없이 글만 있는데, 다음에는 꼭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야지...

지난 번에 9월 15일에 파종한 얘기를 썼는데, 안타깝게 첫 파종은 대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스펀지에 씨앗을 너무 깊이 집어넣은 게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많은 씨앗들이 제대로 빛을 보러 나오지 못했고, 일부만 발아가 되었으며, 그 중에도 살아남은 건 몇 개 되지 않았다.



위 사진이 파종한지 6일 됐을 때의 모습이다. 살아있는 놈이 거의 얼마 안 된다. 처참한 발아율... 씨앗을 너무 깊숙이 넣어서 그런지 씨앗들이 제대로 살아남지 못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놈들만 모아서 따로 배양액이 담긴 통으로 옮겼다. 배양액은 수경재배 키트에 들어있던 걸 썼는데, 일단 소량만 만들려니까 은근히 양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TDS 측정기(샤오미 수질측정기)로 TDS가 500 ppm 정도가 되도록 맞춰서 500 mL 정도를 만들었다. 요리용 1g 단위 측정 가능한 저울로는 이 정도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지금 살아남은 단 일곱 개 뿐인 상추들의 모습. 어떤 게 로메인이고 어떤 게 적치마 상추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치마 상추가 발아율이 높았기 때문에 아마도 적치마가 더 많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이런 불상사를 겪고 어제 발아를 다시 시도했다. 전에 실패한 스펀지들을 그대로 재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씨 일부가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얕게 심었다. 그리고 씨앗이 마르지 않도록 휴지를 한 장 덮고 그 위에 물을 뿌렸다. 



오른쪽에는 좀 큰 스펀지들이 보이는데, 그 스펀지에는 허브 씨앗을 심었다. 파슬리 로즈마리 타임 바질, 이렇게 네 가지 허브를 한 화분씩 키워서 요리할 때 잎 뜯어 넣는 용도로 쓸 계획이다. 타임 씨앗은 정말 작다. 지금까지 본 씨앗 중에 거의 제일 작은 것 같았다. 파슬리가 은근히 씨앗이 크고 단단하다.


이번에는 부디 발아가 잘 되어 본격적으로 수경재배기를 돌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경재배 키트도 좀 더 조립을 했다. 원래 보내온 왕자행거가 안타깝게도 우리 집 베란다 화분 놓는 구역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수직봉으로 바닥과 천장 사이에 고정하는 왕자행거를 주문했는데, 그걸 받아서 베란다에 설치했다. 원래 키트에 들어있는 왕자행거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이건 그게 안 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설치해 놓고 고정해서 쓸 생각이라면 이동형 왕자행거에 비해 좀 더 깔끔해 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위 사진은 키트를 대충 조립한 사진. 아래쪽에 있는 흰 통에 배양액이 들어가고, 행거에 달린 금속 브라켓이 수경재배 필드를 지지하는 구조다. 저 필드도 플라스틱으로 가볍고, 그 속에 배양액도 가득 차 있지 않고 바닥에 거의 1 cm 미만으로 깔려서 흘러가는 정도인 데다가 식물이 담기는 화분도 구멍 숭숭 뚫린 플라스틱 화분이고 화분 안에도 스펀지와 난석만 조금 들어가 있어서 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왕자행거로도 지지력은 충분하고 넘치는 수준이다. 오른쪽 사진은 일단 필드까지 다 꽂은 상태. 여기에 배관 연결하고, 발아 끝내고 본잎이 5-6장 정도까지 나면 화분으로 옮겨서 저기에 집어넣고 본격적으로 키우는 거라고 한다. LED 고정은 적당히 글루건과 나무조각이나 골판지, 고무줄 등을 활용해서 해 줘야 할 것 같다. 정식으로 하려면 재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아직 베란다에 짐이 잔뜩 쌓여 있어서 정리가 안 돼 있고, 베란다에 전원 플러그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 전원 플러그가 없으면 끌어와야 하는데 대체 어디서 끌어와야 하나 고민된다.

얼마 전 류형규 선배님께 자전거 트레일러를 받아왔다. 출시된 지 10년 남짓 지난 물건인데도 정말 깨끗했고, 좋은 물건이었다. 우리 정후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정후 태우고 다니면 좋을 것 같다. (잘 쓸께요 형규형!!!)

모든 부품이 다 쌩쌩한 상태로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자전거 뒷바퀴축에 트레일러랑 연결하기 위해 달아줘야 하는 히치가 없었다.

트레일러 회사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Burley Solo 2004-2006 모델인 걸 알 수 있었고, 이걸 자전거에 달려면 Steel Hitch를 사서 자전거에 달아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 가격은 25불. 국내 대리점 가격은 4만원. 그리고 3년 정도마다 갈아주는 게 좋다고 한 부품도 아예 이 김에 새로 사서 갈아줄까 하고 보니 국내 가격이 31,000원. (그래도 국내 대리점이 친절한 편이어서 구형 모델에 맞는 부품은 없냐고 문의하니 바로 답변을 올리고 판매를 시작했다.) 합쳐서 71,000원.

아마존 판매 가격은 둘 합쳐서 45.34불. 그래서 걍 직구를 해 봤다. 직구로 파는 업체아예 직구 다 해서 최종 물건을 바로 배달해 주는 업체 말고 배송대행지를 이용하는 직구는 처음 해 봤는데 작고 가벼운 애들은 의외로 저렴하더라. 아마존에서 배대지까지 무료배송이어서 아마존에 낸 돈은 45.34불(카드 51,528원 결제)이고 배송대행업체에 낸 돈은 원화로 6,112원. 총 57,640원. 13,360원 절약했다. 크다면 클 테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돈... 좀 안타까운 건 이 정도면 꽤 양호한 대리점이라는 것.

(실제 최저가로 구매하는 정도도 아니고) 해외에서 권장 소비자가격 금액에다가 개인이 배송료 관세 부가세 같은 거 다 일일이 내고 하나씩 가져오는 것보다도 비쌀 것 같은 가격으로 팔아대는 업자들이 수두룩하다.

수경재배용으로 LED bar를 좀 샀는데, 그것도 국내 판매 가격을 보니까 정말 깜짝 놀랐다. 일부 업자들은 한 개씩 직구로 사오는 가격의 몇 배로 파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직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시장이 좀 제대로 돌아갈 것 같다. 안 그러면 봉이김선달 독과점장이들이 시장을 다 썩혀 버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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