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서 사진이 없다. 글로만...


돼지고기는 등심과 안심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냉장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파는 어떤 지마켓 판매자의 판매가격을 참고하자면, 100g당 가격은 다음과 같다.


뒷다리살(지방 포함) 558원

뒷다리살(지방 미포함) 598원

등심 1080원

안심 1080원

앞다리(껍데기 미포함) 1360원

앞다리(껍데기 포함) 1300원

갈비(찜용) 1380원

갈비(구이용) 1410원

등갈비 2200원

삼겹살(일반) 2180원

삼겹살(벌집 또는 뼈 제거) 2280원

목살 1980원

갈매기살 2580원

항정살 2700원

가브리살 2500원

등뼈 425원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위, 돼지고기 구이집이나 보쌈집에서 많이 소비되는 부위는 확 비싸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확 싸다. 등심 안심은 뒷다리살 같은 것보다는 비싸지만 삼겹살이나 목살 같은 것보다는 꽤 싸기 때문에 적은 식재료로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돼지 등심/안심은 소의 등심 안심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고기의 질감은 많이 다르다. 둘 다 기름이 거의 없는 살코기라서 조리를 잘못하면 잘못 익히 닭가슴살처럼 꽤나 퍽퍽하고 맛 없게 될 수 있다 보니 인기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수비드로 조리를 하면 질감이 정말 신기하리만치 달라진다. 등심을 예전에 수비드로 익혀 먹었을 때 촉촉하고 쫀득한 식감에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 먹은 안심도 그랬다. 아내랑 애들이랑 “역시 아빠는 고기를 정말 잘해”라며 폭풍칭찬을 해 줘서 어찌나 만족스럽던지...


참고했던 레서피 사이트: http://www.seriouseats.com/recipes/2016/07/sous-vide-pork-tenderloin-recipe.html 


수비드 온도에 따른 고기 느낌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54도 - medium rare - 버터처럼 부드럽고 육즙이 아주 풍부함

60도 - medium - 탄탄하지만 연하고 육즙이 적절함

66도 - medium-well - 완전히 단단하고 육즙이 적절합

71도 - well done - 마르고 퍼석할 수 있음


글이나 사진만으로는 아쉽고, 실제로 만들어서 먹어봐야 하는데, well done 제외하면 다 고기가 조금 분홍색 기운이 돌기 때문에 시각적인 두려움을 안겨줄 수 있어서 일단은 66도, medium-well을 목표로 조리를 시작했다.


* 요즘은 여러 식당에서 핑크색이 도는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을 많이 내놓고 있다. 많이들 기생충이나 세균 감염 등을 걱정해서 무서워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국(FSIS, USDA)에서 정해놓은 식품안전을 위한 조리온도 및 시간은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모두 63도, 3분이다. 63도 이상의 온도에서 3분 이상 조리하면 된다는 뜻이다. 더 낮은 온도에서도 충분히 시간이 길면 된다. FDA 기준 화씨 130도(섭씨 54.44도)에서 112분 이상, 화씨 140도(섭씨 60도)에서 12분 이상 조리하면 안전하다고 한다.  식품안전 관점에서 보자면 위의 표에서 rare에 해당하는 54도에서 조리한다면 (속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시간을 감안해서) 3-4 시간 충분히 돌려야 하고, 66, 71도처럼 높은(?) 온도에서 요리한다면 45분에서 1시간 정도만 익혀도 충분할 것이다. 실제로도 조리시간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짧게 가져갈 수 있다.


수비드를 할 때도 오븐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예열이 중요한데, 물 온도를 조리온도까지 올려놔야 한다. 오늘은 66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대강 끓인 물 3-4 리터 정도를 수비드 물통에 넣고 찬물을 부어서 온도를 대충 맞추면 된다. 처음부터 찬물 넣고 수비드 돌려도 되는데 그러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물 양이 많으면 물 데우는 데만 30-40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고기를 염지하면 육즙이 풍부해지긴 하지만 맛이 옅어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수비드를 하는 경우에는 굳이 염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돼지고기는 염지했을 때 질감과 향이 햄에 가까워지는 특성도 있다고 한다. 위 링크의 글을 쓴 이는 염지를 하고 싶다면 염지액에 담그는 방식보다는 고기에 소금 뿌리고 싸서 냉장고에서 몇 시간 또는 밤새 보관하여 살짝 절이는 방식을 쓰면 육즙은 잘 가두면서 액상염지 방법을 썼을 때 맛이 옅어지는 문제는 피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나는 염지를 전혀 하지 않고 요리를 시작했다.


조리 방법

1. 물을 원하는 온도로 예열한다.

2. 고기 겉에 후추와 소금을 뿌린다. 좀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충분히 뿌린다.

3. 비닐봉지에 담는다. 원한다면 허브 및 각종 양념들을 같이 넣는다. 올리브유도 넉넉하게 뿌려준다. (수비드로 돌리면 고기가 되게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기름을 넉넉하게 넣어줘어 고기끼리 붙어서 고기가 엉뚱한 데서 찢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물론 밀봉에도 도움이 되고 향도 좋아진다.) 진공포장기로 밀봉하거나 물에 담아서 밀봉한다. 나는 진공포장기가 없어서 집락을 쓰고 물에 담가 밀봉하는 방법을 쓴다.

4. 수비드로 익힌다. 최소 45분, 최대 4시간까지 괜찮다. 66도 정도면 1시간 반에서 두 시간도 충분하다.

5. 꺼낸 돼지고기를 키친타올로 닦는다. 겉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야 빠르게 겉을 익힐 수 있다. 비닐 봉지 안에 남아있는 액체는 나중에 소스 만들 때 쓴다.

6. 고기 겉을 익힌다. 팬에 식용유를 1 tbsp 정도 두르고 기름이 끓을 때까지, 또는 연기가 날 때까지 강한 불로 가열한다. 고기를 넣고 겉면이 모두 고르게 갈색으로 익도록 겉을 익힌다. (이런 용도로 주물팬이 최고다.) (총 2-3분 정도) 속은 어차피 다 익었으니까 겉만 바삭하게,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익히면 충분하다.

7. 겉이 다 익어갈 무렵 버터 1 tbsp과 각종 향신료(샬롯, 마늘, 타임, 오레가노 등. 그냥 말린 것 뿌렸는데 먹을만 했다.)를 얹어준다. 숟가락으로 녹은 버터와 향신료를 고기 위에 올려준다. 총 45초 정도 해 주면 된다. 돼지고기를 적절한 망 같은 데 올려놓고 팬에 남은 액체를 그 위에 부어준다.

8. (소스 만들기; 소스 안 쓸 거면 생략 가능) 고기를 구운 팬에 다진 샬롯(없으니까 양파로 대체하자) 1 tbsp 넣고 15초 정도, 향이 나도록 볶는다.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나 vermouth 1컵 넣고 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끓인다. 통겨자, 수비드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육즙, 버터 1 tbsp을 추가한다. 걸쭉해질 때까지 잘 저어주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나는 대충 양파, 맛술, 소금, 후추, 밀가루 넣고 걸죽하게 익혀서 냈는데 고기에 비해 소스는 좀 별로였다. 임팩트 있게 썬 고기 위에 굵은 소금만 살짝 뿌려서 내도 충분히 훌륭할 것 같다.

9. (서빙) 향신료는 제거하고 고기를 썰어서 낸다. 소스를 스푼으로 덜어서 올리거나 굵은 소금을 위에 뿌려서 내면 된다.


1 kg을 했더니 식구들 모두 행복하게 먹고 좀 남아서 다음 날 아침에 얇게 썰어 빵 사이에 끼워 샌드위치도 해 먹고 그랬는데, 그것도 아주 좋았다. 햄 비싸니까 안심이나 등심, 또는 뒷다리살을 염지하고 수비드로 익혀서 햄 대신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liquid smoke 같은 거 사서 좀 넣고 수비드해도 좋을 것 같고...


오늘의 요리는 아침식사용으로 그만인 독일식 팬케이크, 더치 베이비(dutch baby)입니다. (아니, 독일식 팬케이크라며 왜 이름에 더치라는 단어가?)

항상 비슷비슷한 아침에 지쳐있을 때 한 번씩 별미로 먹을 만합니다. 아주아주 맛있어요. 만들기도 쉬워서 어찌나 뿌듯한지...

재료:
달걀 3개
우유 180 mL
버터 녹인 것 2 tbsp
중력분 1 컵
옥수수 녹말 2 tbsp
소금 1/2 tsp
후추 1/2 tsp
버터 1 tbsp

1. 오븐에 넣을 수 있는 팬(주물 팬 등)을 오븐에 넣고 섭씨 230도로 예열합니다. 30분 정도 충분히 예열해주세요.
2. 믹서기에 달걀 세 개를 넣고 돌려줍니다. 거품이 날 때까지 1분 정도 돌려요.
3. 믹서기를 계속 돌리면서 우유, 녹인 버터 2 tbsp, 밀가루, 녹말을 넣고 섞어줍니다. 소금 후추 넣고 좀 더 돌립니다.
4. 오븐과 팬 예열이 끝나면 오븐에서 팬을 꺼냅니다. 버터 1 tbsp 팬에 올려서 녹자마자 믹서기로 만든 반죽을 부어요. 버터가 금방 갈색으로 타들어가니 버터 올리고 거의 바로 반죽을 부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주는 게 좋아요.
5. 팬을 다시 오븐에 넣습니다. 20-25분 정도 익혀주세요.

오븐에서 꺼내면 이렇게 아름답게 구워진 더치 베이비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위에 달걀 프라이, 아보카도, 햄, 베이컨, 휘핑한 크림 같은 걸 토핑으로 올려서 먹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거 준비하기 귀찮아서 그냥 슈가파우더 뿌려서 먹었어요. 커피나 우유 주스 같은 걸 곁들이면 멋진 아침 또는 브런치가 됩니다.

요렇게 파이 모양으로 잘라서 슈가파우더 뿌리면 맛납니다.

요즘 연일 빵 굽기에 실패해서 좌절에 빠져 있었는데 이번 요리는 성공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주물 팬, cast iron skillet, 무쇠 주물 팬은 말 그대로 철을 가지고 주물 공정으로 만들어낸 팬이다.


선수들:

이래저래 사다 보니 주물 제품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르 크루제처럼 비싼 건 안 샀기 때문에 돈을 아주 많이 들이진 않았다.

Lodge 10.25" cast iron skillet - 가장 많이 쓴다. 거의 일주일에 4-5번은 쓰는 듯

Lodge 10.25" cast iron grill pan - 이건 주로 고기나 빵에 그릴 자국이 필요할 때 쓴다. 아무래도 접촉면적이 적다 보니 익힘 정도는 그냥 평평한 팬이 낫다.

Lodge 10.5" cast iron griddle - 주로 아침 준비할 때 쓰면 좋다. 베이컨이나 달걀 같은 거 구울 때.

Lodge 12" cast iron skillet - 10.25" 제품이 좀 작아서 샀다. 고기를 많이 굽는다든가 온 식구가 다 먹을 볶음밥을 볶는다든가 할 때 쓴다.

Lodge cast iron reversible grill/griddle 20" x 10.44" - 온 식구 아침 준비할 때 조그만 팬들로는 좀그래서 스토브 두 개에 걸쳐 올려놓고 달걀, 햄, 베이컨 등등을 조리할 수 있는 걸 샀다. 근데 제대로 써먹은 건 한 번 밖에 없어서 약간 자괴감 든다. 그래도 면적이 넓으니까 온 식구 아침 빨리 준비할 때 좋긴 했다. 전 같은 거 부칠 때도 좋을 듯. 앞으로 좀 자주 써야지. 

Staub Cocotte enameled cast iron, 4 qt. - 무쇠 솥을 이거 하나만 산 건 좀 아쉽다. 더 큰 게 필요할 때도 있는데. 오븐에 넣고 오래 조리하는 스튜나 더치 오븐 빵 같은 거 만들 때도 쓰지만, 일반적인 찌개 끓일 때도 좋다. 오랫동안 천천히 끓이는 요리에는 다 좋은 듯. 김치찌개 여기다 끓일 때가 제일 맛있더라.


팁:

페이스북에서 Lodge cast iron 페이지를 팔로우하면 주물제품에 관한 정보 및 주물 팬을 사용하는 다양한 요리법을 종종 받아볼 수 있다.


장점:

1. 저렴하다. 물론 저렴하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은 제품은 3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세 개를 묶어서 팔기도 하고 그런다.

2. 오래 쓴다. 그럭저럭 관리 잘 하면 대를 물려서 쓸 수 있다. 테플론 코팅팬 같은 경우 사용량이 많으면 몇 달 정도 쓰다가 코팅이 조금 긁히거나 변성되는 것 같으면 버려야 하지만 주물 팬은 그럴 일이 없다.

3. 마구 다뤄도 된다. 시즈닝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고들 생각하지만, 음식을 볶을 때 금속 포크로 마구 휘저어도 되고, 금속제 뒤집개로 막 벅벅 긁어도 되고, 딱딱하게 눌러붙은 음식 찌꺼기 같은 걸 철수세미로 세게 긁어서 떼어내도 된다. 세제 같은 거 쓰지 말라는 얘기도 있지만, 제조사에서도 중성세제 써서 설거지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고들 얘기하고 있다.


단점:

1. 녹이 슬 수 있다./시즈닝 관리가 어렵다. 아마 이 점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조금 경험해 보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게 애정을 써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시즈닝을 유지할 수 있다.

2. 무겁다. 이건 처음 살 때는 별 신경들을 안 쓰는 것 같은데, 꽤 무겁다. 프라이팬을 한 손으로 들고 흔든다든가 음식을 툭 튕겨서 뒤집는다든가 하는 기술은 쓰기 어렵다.

3. 산성이 강한 요리는 곤란하다. 시즈닝이 정말 잘 된 팬이면 괜찮다고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식초, 산성 과일즙, 토마토 소스 다량, 와인 등등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를 할 때는 무쇠팬은 안 쓰는 게 좋다. 녹이 슬기 쉽기 때문이다.


관리 방법은 이 영상 한 번 보고 따라하면 된다.



시즈닝용 기름:

대체로 발연점이 높은 식용유를 추천한다. Cast iron conditioner 같은 걸 사서 써도 되지만, 꼭 그걸 쓸 필요는 없다. 제일 많이들 추천하는 건 아마씨유(flaxseed oil). 나는 아마씨유는 안 샀고, 그냥 적당한 식용유(그렇다고 올리브유 이런 건 안 되고, 적어도 콩기름 정도는 돼야... 향이 강하지 않고 발연점이 높은 걸 추천)를 쓰거나 아니면 돼지기름(삼겹살이나 베이컨 구웠을 때 생긴 기름을 커피 필터로 걸러서 입구가 큰 유리병에 모아뒀다가 요리에 써도 좋다)을 쓴다.


처음에 시즈닝할 때:

1. 깨끗하게 닦은 팬을 스토브에 올려놓고 중불로 달군다. 오븐이 있으면 오븐도 최고 온도로 예열한다.

2. 손잡이의 뿌리 쪽(팬에 가까운 쪽)에 엄지손가락을 댔을 때 좀 뜨뜻하게 됐다 싶어지면 기름을 약간 뿌리고 키친타월로 표면 전체에 골고루 발라준다. 팬 안팎, 위 아래 전체에 기름을 바른다. 흥건하게 바른다기보다는 표면 전체에 기름이 묻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만 바른다. 너무 많이 바르면 시즈닝 끝나고 나서 끈적끈적해진다. 새 키친타월로 전체를 다시 한 번 더 닦았을 때 키친타워에 기름이 살짝만 묻는 정도면 된다.

3. 예열된 오븐에 뒤집어서 넣고 1시간 정도 굽는다. 오븐을 끄고 오븐 안에서 천천히 식힌다. 오븐을 안 쓴다면, 그냥 스토브 위에서 최대한 뜨거운 온도로 (팬에서 연기가 난 후에도 1분 정도 더) 가열했다가 불을 끄고 그대로 식혀주는 정도로도 괜찮다.


평상시 관리:

그냥 생각날 때마다 팬을 살짝 달군 다음 기름 살짝 뿌리고 키친타월로 전체에 기름 쓱쓱 바른 다음 식혀서 보관한다.


사용 후 관리:

가능하면 사용 후에 팬이 완전히 식기 전에 정리를 해 주면 좋다. 반드시 팬이 미지근한 수준까지는 식혀야 하며, 온수로 음식 찌꺼기랑 눌어붙은 것만 잘 제거해 주면 된다. 나는 주로 온수를 뿌리면서 부드러운 망사 수세미로 닦는다. 끈적거리는 게 묻어 있고 그러면 주방세제로 닦는다. 

(음식 찌꺼기가 많이 붙어 있으면 금속제 뒤집개 같은 걸로 긁어서 제거해 주거나 Lodge에서 파는 pan scraper 같은 걸로 긁어낸다. 그렇게 해도 잘 안 벗겨지면 팬에 굵은 소금을 넉넉히 뿌린 다음 스카치 브라이트 같은 수세미로 문질러주면 잘 벗겨진다. 정말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 같으면 쇠 수세미를 동원해도 좋다. 대신 좀 과격한 방법을 썼을 때는 아무래도 시즈닝도 많이 벗겨지기 때문에 다시 시즈닝을 한 번 해 줘야 할 수도 있다.)

설거지를 다 하고 나면 팬의 물기를 닦은 다음 팬을 다시 스토브에 올려서 중불로 가열한다. 물이 깨끗하게 날아가서 건조가 끝나고 나면 기름을 살짝 뿌린 다음 키친 타월로 기름을 골고루 발라준다. 팬을 들어올려서 바닥에도 기름을 잘 발라준다. 스토브 불을 끄고 식힌 다음 정리한다.


녹 제거:

녹이 슬었다고 자괴감 같은 거 느끼고 그러지 말자. 그럴 수 있다.

원한다면 사포 같은 걸로 긁거나 그라인더로 갈아도 되지만, 일단 제일 먼저 해 볼 방법은 굵은 소금을 팬 전체에 골고루 충분히 뿌리고 통감자를 반으로 잘라서 잘린 면으로 소금이 뿌려진 팬을 원을 그리며 문질러 주는 방법이다. 감자에서 나온 수분이 소금을 덩어리지게 만들어주고, 소금이 연마제 역할을 하면서 녹을 깨끗하게 벗겨준다. 그리고 나서 처음 시즈닝할 때와 같은 과정을 한 번 거쳐주면 된다.



사용시:

스테인리스 스틸 팬과 마찬가지로 예열이 아주 중요하다. 예열이 잘 안 되면 음식이 달라붙지만, 시즈닝에 예열 잘 돼 있고, 기름 적당히 뿌려줬을 때는 거의 잘 달라붙지 않는다. 원하는 불 세기로 2-5분 정도 충분히 예열을 해 준다. 잘 관리된 무쇠 팬이라면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어도 안 달라붙는다.


겨울 날씨가 처음에는 포근해서 시시하더니 얼마 전부터 갑자기 확 추워지네요.

설 명절을 맞이하여 부모님 댁에 갈 예정인데 저녁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릴 만한 스튜를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오래 걸리는 음식이긴 하지만 오븐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 뿐 실제 요리 활동이 힘든 요리는 아니라 주말에 느긋하게 만들어 먹으면 좋습니다.

제가 참고한 조리법은 여기에 있습니다.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쇠고기 목심 1.36 킬로그램
소금 2 tsp
후추 1 tsp
올리브유 3 tbsp
양파 2개
다진 마늘 8알
발사믹 식초 2 tbsp
토마토 페이스트 1.5 tbsp
중력분 1/4 컵
드라이 레드와인 2 컵
쇠고기 육수 2 컵
물 2 컵
월계수잎 1장
말린 타임 1/2 tsp
설탕 1.5 tsp
당근 4개
감자 450그램
파슬리 약간

보통 쇠고기 스튜는 chuck roast(목심) 부위로 하는데, 롯데슈퍼에 갔더니 목심은 한우만 팔고 100그램당 5000원에 육박하더군요. 미국산 냉장 갈비를 팔길래 그걸로 사 왔습니다. (그래도 고기값이 1.5 킬로그램에 34,000원 넘게 들어가네요 ㅠㅠ)


재료를 썰기 전에 오븐을 켜서 165도(화씨 325도)로 예열합니다.

우선 고기 표면 물기를 키친타월로 눌러서 제거한 다음 손질을 합니다. 원래는 목심을 3-4 cm 크기로 깍뚝썰기를 해야 하는데, 갈비뼈에 붙어있다 보니 그렇게는 못하고, 적당한 크기로 뼈에 붙어있는 상태로 잘라주기만 했습니다. 나중에 뜯어먹기 좋게 말이죠.


이렇게 적당히 자르고 소금 후추를 뿌려 밑간을 한 다음 솥에 굽습니다. 오븐에 넣을 수 있는 솥을 써야 하는데요, 더치오븐 같은 게 좋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에 있는 주물냄비는 좀 작아서 다른 냄비를 썼습니다. 대략 6 리터 정도 되면서 오븐에 넣을 수 있는 용기를 쓰시면 됩니다.

한꺼번에 냄비 가득 다 넣어서 굽지 마시고, 바닥 위에 한 층 정도만 올라가도록 세 번 정도에 나눠서 구워주세요. 올리브유를 한 테이블스푼 정도 넉넉하게 넣고 고기 표면이 바삭하게 익혀질 정도로 강한 불로 세게 굽습니다. 속까지 익을 필요는 없으니까 표면 전체가 팍 익을 정도로 골고루 구워주세요. 냄비에 고기가 눌어붙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맛의 원천이 됩니다. 다 익은 고기는 집게로 집어서 적당한 그릇에 잠시 보관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고기를 넣어서 구울 때도 올리브유를 한 테이블스푼씩 넣어줍니다.

고기를 다 굽고 난 냄비에 양파(얘도 3-4 cm 정도 크기로 썰어줍니다)와 다진 마늘, 발사믹 식초를 넣고 볶습니다. 나무나 실리콘 주걱으로 바닥에 눌어붙은 고기의 흔적들을 잘 긁어서 양파, 마늘과 함께 잘 볶아줍니다.


이렇게 5-8분 정도 볶고 나서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몇 분 정도 더 볶습니다. 그리고 덜어뒀던 고기를 냄비에 다시 넣고 같이 볶아줍니다. 고기를 덜어둔 그릇에 아마 육즙이 좀 빠져나와 있을 텐데 싹싹 긁어서 다 넣어줍니다. 아까우니까요. ㅎㅎ

여기에 밀가루를 뿌리고 잘 풀리도록 1-2분 정도 잘 저어줍니다. 여기에 와인(좋은 와인을 쓰면 좋지만 저는 그냥 롯데슈퍼에서 한 병에 6500원에 파는 거 사서 썼어요), 쇠고기 육수(동네 슈퍼에서는 안 팔아서 그냥 물에 다시다 타서 넣었습니다), 물, 월계수잎, 타임, 설탕, 소금, 후추 넣고 잘 저으면서 끓입니다. 바닥에 눌어붙은 거 잘 긁어서 떼어주고 한 번 후루룩 끓입니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냄비 뚜껑을 덮어서 예열된 오븐에 냄비째로 넣고 2시간 동안 조리합니다.

그리고 당근과 감자를 적당한 크기(대충 고기랑 비슷한 크기)로 썰어서 준비해 뒀다가 2시간이 다 지나고 나면 냄비를 꺼내서 당근과 감자를 넣어줍니다. 그리고는 다시 뚜껑 닫아서 오븐에 넣고 1시간 동안 더 조리해 줍니다. 흐물흐물 무른 감자/당근을 좋아하시면 처음에 양파 볶을 때부터 감자 당근 다 넣어도 되고 고기를 한 시간만 익힌 다음 당근 감자 넣고 두 시간 익혀도 됩니다.


위에 재료에는 안 적었는데, 너무 감자 고기 당근만 보이니 색이 좀 안 예뻐서 브로컬리를 추가했습니다. 브로컬리는 생으로도 잘 먹으니까 그냥 마지막에 생으로 또는 살짝 데쳐서 넣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든 걸 바로 먹어도 맛있고 하루쯤 차게 뒀다가 다시 데우면 더 맛있답니다.

추운 겨울 가족들 모여앉아 함께 따끈하게 먹을 수 있는 쇠고기 스튜였습니다. (서양식 갈비탕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목심 대신 갈비를 쓰기도 했지만, 그냥 목심 써도 갈비탕이랑 되게 비슷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냉철한 음식평론가의 마음을 "어머니의 맛"으로 녹여냈던 요리, 라따뚜이입니다.

옛날에 한 번 만들어서 아주 맛있게 먹어본 후로 계속 해 먹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말에 또 해 먹었습니다.

제가 참고했던 조리법은 여기에 있습니다.

재료: (약 4-6인분)
주키니 호박 2개
가지 2개
노란 주키니 2개
빨간 파프리카 1-2개
(노란 주키니 없으면 대용품으로) 노란 파프리카 1-2개
토마토 페이스트 6온스(170g)들이 1개
마늘 10알
양파 1-2개
닭육수 (없으면 물) 3/4 컵
타임 (없으면 말린 것도 됨)
소금 후추 올리브유

주키니가 없으면 애호박을 써도 될 것 같고요, 노란 주키니는 구하기가 힘드니까 노란 파프리카를 대신 써도 됩니다. 주키니랑 가지 등은 가능하면 지름이 비슷할 수록 좋습니다. 모양이 예뻐지거든요. 닭육수는 있으면 좋은데 없으면 그냥 물로 대신해도 되고요, 허브도 생잎을 구하기 힘들면 그냥 말린 가루로 뿌려도 됩니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전에 코스트코에서 사 둔 걸 썼습니다.

오븐에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오븐에 넣을 수 있는 그릇을 써야 합니다. 대충 25 cm x 25 cm 정도 되는 베이킹 그릇이 있으면 되는데요, 저는 집에 있는 20 cm x 30 cm 베이킹 그릇을 썼습니다.

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 마늘 다진 것, 양파 다진 것, 그리고 육수(또는 물) 3/4 컵, 올리브유 1 테이블스푼을 넣고 잘 섞어서 균일한 두께로 펴 줍니다. 그리고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살짝 맛 봐서 좀 짜다는 느낌이 들 정도가 좋습니다.

재료 썰기 전에 오븐을 예열해 두면 좋습니다. 섭씨 190도(화씨 375도)로 예열해 주세요.

이제 가지, 주키니, 파프리카를 준비할 차례입니다.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우선 가지 주키니 파프리카를 가능하면 얇게, 균일한 두께로 썰어줍니다. 가지랑 주키니는 길이 방향에 수직이 되게, 동그란 모양이 나오게 썰면 되고 파프리카는 사등분해서 균일한 두께로 썰어주면 됩니다. 혹시 미니 파프리카를 쓰면 그냥 가지처럼 길이 방향에 수직으로 썰기만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얇을수록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긴 한데 그만큼 재료 준비하고 베이킹 그릇에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들어지긴 합니다. 저는 그냥 적당한 두께로 썰었습니다.

이제 이걸 차곡차곡 베이킹 그릇에 채워줍니다. 색이 예쁘게 나오도록 순서를 잘 맞춰서 바닥에 깔린 페이스트 위에 꽂아주면 됩니다.

예쁘죠? 그릇이 동그랬으면 동그랗고 더 예쁘게 할 수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이 위에다가 올리브유를 세 테이블스푼 정도 골고루 뿌려준 다음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그리고 타임 잎을 적당히 뿌려줍니다.

그리고 나서 parchment paper로 베이킹 그릇을 덮어준 다음 예열된 오븐에 넣고 45분 동안 익혀줍니다.

이 날은 밥하고 돼지고기 구이를 함께 준비했는데, 그냥 밥하고 같이 먹어도 참 잘 어울립니다. 올리브 오일 파스타랑 같이 먹어도 좋을 것 같고요...

혹시 소금 후추를 너무 적게 뿌려서 간이 잘 안 됐다 싶으면 저렇게 조리가 다 된 위에 소금을 덧뿌려줘도 먹을만하더라고요... (간 조절에 실패해서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ㅠㅠ)

채소만 가지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꽤 근사한 메인 요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은 많이 들지만 잡생각이 많을 때 정신수양에도 좋은 요리, 라따뚜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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