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를 처음 본 건 사실 초등학교 때였다. 그 시절 우리나라 컴퓨터 시장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컴퓨터가 있었다. Apple 계열, MSX 계열, 삼성에서 나온 SPC 계열. 나는 그 시절에도 애플을 써 본 적은 없었다. 그냥 친구들 집에 가서 구경만 해 봤을 뿐. 우리 집에서는 MSX(아이큐 1000!!)를 썼는데, MSX용은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상당히 비쌌기 때문에 주로 팩,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했지만, 애플을 쓰는 친구들은 뽀대 나는 디스켓(요즘 애들은 잘 모르는 5.25인치 커다랗고 팔랑거리는 정말 floppy disk..)을 썼고, 애플에서는 로드런너, 울티마 시리즈와 같은 화면은 좀 구려도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는 IBM XT로 시작하여 고등학교 때 386 PC를, 대학교 2학년 때는 Pentium Pro PC를, 그리고 대학원 들어와서는 잠깐 상훈이한테서 구입한 대우 Solo 노트북을 쓰다가 Pentium III 600MHz가 장착된 IBM Thinkpad를 써왔기 때문에 non-PC 컴퓨터는 사용하지 않았다. (와~~ 나도 생각해 보면 컴퓨터 많이 샀다.... 정말 많이 바꾸는 사람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그래도 우리 집안의 경제력 등을 감안하면 우리 부모님은 정말 내가 사달라고 조르면 잘 사 주셨다. 부모님께 다시 감사...)

애플에서는 항상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나를 처음으로 뿅 가게 만든 건 작년 초에 등장한 일명 호빵맥이라고도 하는 new iMac이다. 정말 이쁘게 생겼다. 그리고 new iBook 시리즈도 정말 매력적이다. 하얗고 뽀샤시한 그 디자인으로 일단 사람을 확 끌어당긴다. 이 넘들은 기계 자체의 성능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아름다움 때문에라도 정말 사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요즘은 최고의 가격대 성능비를 자랑하는(물론 iBook의 가격대 성능비도 장난이 아니지만) eMac과, 최고의 뽀대와 가격(넘 비싸다)을 자랑하는 PowerBook G4도 자꾸 눈길을 끈다.

계속 디자인 얘기를 했지만, 사실 애플 컴퓨터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그 OS에 있다. 요즘 인텔이나 AMD 같은 데서 나오는 무지막지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CPU들에 비하면 상당히 느린 편인 Motorola의 G4나 G3 같은 CPU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아키텍처, 그리고 이 세상 어떤 OS보다도 멋진 Mac OS X이 있기에 애플 컴퓨터에 관심이 가고 만다. BSD Unix를 기반으로 하고, 예전에 잠시 이 세상을 달궜다가 사람들의 무관심과 빈약한 경영 전략 때문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NextStep을 이어받은 OS인데, 껍데기가 상당히 예쁜 것 뿐 아니라 그 안정성과 편의성 등은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내가 애플 컴퓨터를 구입하는 데 있어서 금전적인 문제를 제외한 가장 큰 걸림돌은(사실 돈이 웬수다... 돈만 많으면 문제가 있어도 맘에 들면 사겠지... ㅠ.ㅠ) 인터넷 문제다. 우리나라는 사실 거의 모든 사이트가 Windows&MS IE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HTML 자체의 문제 말고도 ActiveX를 사용한 플러그인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인터넷 뱅킹같은 걸 하려면 Linux나 Mac을 쓸 수 없다. 물론 vmware나 Virtual PC 등을 쓰면 되긴 하지만 귀찮을 것 같다...느리기도 하고.

내 언젠가 부자가 되는 날이 오면 원 없이 질러보리라... 흑흑...
이런 글 쓰고 앉아 있으면 더 기분이 꿀꿀해진다.

그래도 난 내 ThinkPad를 참 좋하하고,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Tom Hanks, Jude Law 등이 나오는 영화.
지난번에 빌린 광복절 특사(차승원, 설경구 연기가 잘 어울리긴 했으나 좀 약하다. 스토리 자체가 그다지 흥미진진하지 못하고 웃음을 이끌어낼만한 꺼리도 빈약한데다가 뭔가 비꼬는 맛도 없다... 2.5/5)를 돌려주고는 품행제로를 빌려오고 싶었으나, 품행제로는 역시 대여중... 어떤 걸 빌려볼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톰 행크스 아저씨가 나오는 로드 투 퍼디션을 보기로 했다.

퍼디션은 톰 행크스의 처형(처제? 하여간 sister in law)가 있는 곳의 지명인데, 이 영화에서 그 곳은 설리반(톰 행크스)과 그 아들이 도망가고자 하는 장소로, 약간 천국 같은 장소로 그려지고 있다. 결국 톰 행크스는 그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힘들게 돌아오자마자 아들을 남겨둔 채로 자신을 노려오던 다른 킬러의 손에 이 세상을 떠나고 말지만...

톰 행크스가 연기한 설리반은 악인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는 그와 아들의 6주간의 여정을 그리는 것이다보니 설리반이 나쁜 사람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은인이 부여한 임무에 충실했던 사람일 뿐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설리반의 아들이 퍼디션의 바닷가에서 설리반에 대한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설리반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는 좋은 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설리반의 아들에게는 그는 좋고 나쁨을 떠나서 한 명의 소중한 아버지다. 그에게 그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 것인가...

내 기억으로는 톰 행크스와 폴 뉴먼이라는 초특급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영화가 개봉했을 무렵 내가 거의 영화를 보러 다니지 못해서 주의깊게 보지 못했던 탓도 있었겠지만, 주변에서도 "로드 투 퍼디션"을 봤다느니, 그 영화가 어떻다느니 하는 말을 거의 듣지 못했으니,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으리라.

톰 행크스는 확실히 비열하고 악랄한 사람 역할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그런 인물 역할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에 그가 항상 맡았던 역에 비하면 확실히 나쁜 사람으로 등장한다. 어쨌든 이런 역할을 조금 더 딱딱하면서 차가운 느낌을 주는 연기자, 악역을 많이 맡았던 연기자가 맡았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개리 올드만 같은 배우가 나왔다면 "악한이고 선한 사람이고를 떠나서 어쨌든 나의 아버지였던 사람"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영상은 꽤 괜찮다. 영상은 그 시절, 대공황 시절의 황량하고 쓸쓸하면서 서글픈 그런 정서를 잘 살리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꽤 멋진 촬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부러웠던 건 그 연기자들의 연기였다. 괜히 후까시 잡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배역을 너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 영화도 잘 만들긴 하지만 단역이나 아주 세세한 면에서 볼 때까지 연기가 괜찮다고 할만한 영화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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