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 이틀에 걸쳐서 혜선이 친구인 은정이네 부부와 함께 안면도로 1박 2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에 세미나 발표를 어버버버 때우고는 막히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뚫고 일곱 시 쯤 숙소 도착... 노블레스란 이름의 펜션이었는데, 좀 비싸긴 했지만 아늑하고 예쁘고 괜찮았다. 원래 낙조가 아주 볼만하다고 했는데, 거의 10여분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얼마나 아깝던지...

잊어버리기 전에 여행기 다시 올려야지... 일단은 사진 몇 장만....
사진은 전부 산지 2년 반이 넘은 Canon IXUS-V로 찍은 거고... Auto Level 한 방씩 때리고 커브 조금 조절했음...



꽃지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우리가 하룻밤을 묵었던 펜션 앞에서... 외풍도 없고 내부도 꽤 잘 돼있었다. 바닷가에서도 가까웠고...



펜션 현관문 근처의 인테리어...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있는 수목원에 아산정원이라는 한국식 정원이 있다. 거기에 있는 담벼락에서...



실은 이렇게 약간이나마 outfocusing이 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우리 IXUS-V로는 무리다... IXUS-V로 이 정도 outfocusing 하려면(망원에서는 절대 안 되고) 최대 광각에서 접사 모드 켜 놓고 찍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 얼굴에 대해서는 이 정도 outfocusing도 기대하기 힘들다...



난 이렇게 카메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자연스러운 사진들을 좋아한다. 카메라 쳐다보고 자세 잡고 표정 잡고 그런 사진들은 사진을 찍기 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게 느껴져서... 대신 그냥 일상을 찍은 듯한 사진이 좋다.


스노우캣 diary 2004년 2월 18일자...
스노우캣의 만화를 보다 보면 정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것을 자주 발견한다.
상당히 늦긴 했지만, 구정으로 따지면 새해가 막 시작한 셈이니 올 한 해를 맞이하는 새해의 결심을 한 번 세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실은 별 생각 없이 "바쁘다, 바빠"만 머리 속에 집어넣고 지내다가 20일이 넘도록 새해 결심이라는 것도 없이 지내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거든...

계획이란 것이 너무 복잡하고 너저분하면 지키기 힘드니까 간단하게 세워봐야지...

1.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생산적이 되자", "부지런해지자"와 결국 같은 말이긴 한데, 지금 나한테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을 너무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쁘게 지내는 것 같으면서도 멍하니 쓸 데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

2. 몸 챙기기
현재의 과체중은 보기도 좋지 않거니와 건강상으로도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작년 하반기동안 운동을 조금 해서 아주 약간 줄긴 했는데, 권상우 몸까지는 아니더라도 보기 좋은, 그리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혜선이의 소원인 담배 끊기도 얼른 완수해야 할테고...

3. 나 자신을 키우기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부족한 것을 알차게 채워나가는 한 해로 만들어가야지...

4. 잘 챙기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지내야 되겠다. 난 너무 무심한 아들/남편/형/선배/후배/친구/제자가 아닌가 싶다...

이 정도면 너무 구체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1년 계획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디테일한 사항은 조금씩 채워가자구...

그럼 이만...
어째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좀 약하고 연말/연시 분위기도 별로 나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새해는 찾아왔다.

오늘은 2004년 1월 2일. 당분간 날짜 적을 때 2004라고 써야 할 것을 2003이라고 써서 고치는 일을 반복하겠지...

12월 31일에는 농협에 달려가서 장기주택마련저축을 가입했다. 7년 이상 가입해야 비과세가 되긴 하지만 이자소득에 대해 22% 세금 떼는 걸 감안하면 비과세는 정말 매력적이다. 2004년부터는 가입요건도 까다로와지고 10년 이상 해야 비과세가 된다고 해서 일단 잽싸게 가입은 해 놨는데... 여기에 돈을 많이 넣어두면 급할 때 돈을 꺼낼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막상 돈을 팍팍 넣기는 부담이 된다. 그리고 박사 마치고 나서 포스트닥을 나갈테고 어쩌면 외국에서 직장을 잡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긴 금융 상품을 구입한다는 게 좀 망설여지기도 했고...

그래도 뭐 한국에 영영 안 돌아올 거라든가 한 건 아니니깐...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

하여간 2004년 새해가 왔다.

올 한 해, 부디 보람차고 행복한, 건강한 한 해가 되길...
강성태씨의 블로그에서 찾아간 이주연씨의 블로그에서 오랜만에 류시화의 안개 속에 숨다를 읽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안개 속에 잠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던가...



안개 속에 숨다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약간은) 치사한 방법'

직한이형이라는, 대부님으로 불리우는 고등학교 선배님이 한 분 계시다.
이 분은 상당히 다양한 방면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시면서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으로도 상당히 유명하시다...

올해 읽은 책이 80권을 넘었다는 글이 올라온 게 벌써 12월 9일이니까 올해 안으로 정말 100권을 채우실 기세다.

에궁. 나는 올해 몇 권 읽었지?

책 좀 많이 읽고 살자... 글구... 논문도 많이 읽고, 좀 써 보자.
남윤이 블로그에 좋은 글이라는 제목으로 귀여운 그림과 예쁜 글이 올라와있었다.
남윤이 웹 로그에 올라와있는 글 보기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풍족해질 수 있겠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참 멋진 말이다.

얼마 전에 TV에서 이미도(외화 번역가. 굵직굵직한 영화들은 다 이 사람이 번역하는 것 같다.)가 나왔는데 영화에서 맘에 들었던 대사를 물어보니 이 대사 얘기를 했다.

궁금해서 뒤져보니 실제 대사는 다음과 같았다.

"Remember those posters that said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Well that's true about every day except for one, the day you die." - Lester Burnam

American Beauty... 참 괜찮은 영화였다. 너무 냉소적이긴 했지만, 그게 그 영화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 걸 어찌하랴...

참고로 IMDB의 American Beauty 페이지 - http://www.imdb.com/title/tt0169547/
열심히 하자... 아주 열심히...
난 술을 좋아한다.

첫 문장이 좀 도발적이긴 했는데, 난 술을 좋아한다.

맥주 중에서는 괜히 Samuel Adams를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보통 할인마트같은 데는 잘 없고, 대형 할인점에 있는 것 중에서는 하이네켄을 꽤 좋아한다. 하이네켄과 새뮤얼 애덤스는 맛의 스타일이 천지 차이지만, 어쨌든 둘 다 좋아하는 걸 어쩌랴. 물론 둘 다 만만한 가격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OB 맥주나 하이트나 카스나 그냥 가리지 않고, 그 때 그 때 주는 사은품이 좋은 걸로 적당히 집어와서 마신다. 가끔은 하이트에서 나오는 스타우트도 사온다. 기네스보다는 떨어지긴 하지만 아쉬운대로 마실만한 흑맥주라고 생각한다.

와인도 좋아한다. 레드, 화이트, 로제 가리지 않고 잘 마시지만 무슨 일 있으면 사는 와인은 로제 와인에 속하는 White Zinfandel이다. 이 와인은 사실 화이트 와인에 가까운데, 상당히 달콤한 맛이 강한 편이다. 드라이한 느낌은 거의 없고, 달콤하고 상쾌한 느낌으로 마시면 딱 좋다. 게다가 우리 혜선이도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매우 애용한다. 이 와인은 사실 결혼 전에 혜선이랑 같이 아웃백 스테이크에 갔다가 한 잔 값에 두 잔을 준다고 해서 처음 마셔봤는데, 그 때 마셨던 건 Sutter Home에서 나온 거였고, 우리가 주로 마시던 건 마주앙에서 나온 거였다. 맛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집 냉장고에는 Sutter Home에서 나온 게 한 병 들어있다. 크리스마스나 내 생일 즈음해서 한 번 마셔볼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학회 갔다가 사온 캐나다산 아이스 와인이 한 병 있는데, 이건 정말 기념할만한 일이 있을 때 딸까 생각중이다. 아이스와인은 겨울에 얼어버린 포도를 따서 만든 와인인데, 놀랄 정도로 달다. 예전에 동화파 모임 때 원익이가 가져온 걸 한 번 마셔보고는(워낙 양이 적어서 한 잔 밖에 못 먹어봤지만) 혜선이가 워낙 마음에 들어해서 면세점에서 한 병 사왔다. 가격도 사실 상당히 비싸다. 한 병에 60불이나 했으니 말이다. 60불이면 살만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면세점이 아닌 일반 술 파는 가게에서도 한 병에 7만원이 넘는 와인은 상당히 고급에 속하고,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아이스 와인은 병이 길쭉해서 양이 꽤 작은 걸 감안하면 정말 비싼 거다. 하여간 얼고 나서 딴 포도를 가지고 만든 와인이라 그런지 당도는 놀랍도록 높다. 술 치고 이만큼 단 것 찾기는 힘들 듯 싶다.

양주도 좋아한다. 폭탄주는 내 체질에 워낙 안 맞는데, 어느 정도인가 하면 폭탄주를 마신 다음 날은 단 한 잔을 마셨다 하더라도 먹었던 걸 확인하게 된다. 아주 괴롭다. 하여간 양주를 그냥 양주로만, 아니면 콜라에 타서 먹는 정도는 아주 좋아한다. 작년 쯤에 써클 선배네 집들이에 놀러 갔다가 먹었던 Macallan이라는 술이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그 위스키는 Single Malt 위스키로, 블렌딩을 하지 않고, 그냥 한 오크 통에서 나온 것을 가지고 만든 위스키다. 상당히 품질이 좋아야만 이렇게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향도 좋고, 맛도 수준급이다. 어쨌든 동현이형 덕에 좋은 술을 알게 되어 지금 집에 한 병 구비해놓고 있긴 한데, 이 술도 언젠가 기념할만한 날이 되면 딸까 생각중이다.

지금까지 갖가지 술 얘기를 했는데,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주가 최고다. 가장 저렴한 가격에 술 먹은 기분을 낼 수 있고, 많이 마시면 다음 날 좀 괴롭긴 하지만,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찐하게 취할 수 있는 술이 소주 아닌가?

오늘은 저녁에 집에서 조용히 혼자 장모님께서 해 주신 닭똥집 요리를 안주로 해서 진로 오리지널 소주, 즉 병따개로 따야 하는 진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역시 가격은 천 원도 안 되는 것이 술 먹은 효과는 직빵으로 내 준다. 전성기 때는 소주 네 병을 마시고도 옆에 있는 시체를 챙겨서 집에 데려다 주고 했지만, 요즘은 한 병 정도로도 술 먹은 기분 팍팍 낸다. 그래서 이렇게 긴, 그리고 쓸 데 없는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요즘 진로 오리지널 소주(병따개로 따야 하는 것) 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관악구청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관악구청 별관을 지나서 조금 더 들어가면 있는 LG 마트에 가니까 거기에 팔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 병 사 왔는데, 아주 좋다. 참이슬 같은 것에 비해 좀 독하고 효과가 아주 좋다. 우리 와이프 혜선이는 술을 거의 못 하기 때문에(어느 정도인가 하면 맥주 한 잔이면 얼굴이 빨개져서 더 이상 술을 못 마신다.) 내가 한 병을 다 마셔야 하는데, 금요일 밤이 아니면 사실 소주 한 병을 혼자 까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가끔 이렇게 한 잔(한 병) 하고 나면 상당히 기분이 좋다. ^^;

집에서 혼자 술 먹고 싶을 때는 소주만한 술이 없다.

여러분도 드셔 보시라. 최고다. 가격도 정말 부담 없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