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Hanks, Jude Law 등이 나오는 영화.
지난번에 빌린 광복절 특사(차승원, 설경구 연기가 잘 어울리긴 했으나 좀 약하다. 스토리 자체가 그다지 흥미진진하지 못하고 웃음을 이끌어낼만한 꺼리도 빈약한데다가 뭔가 비꼬는 맛도 없다... 2.5/5)를 돌려주고는 품행제로를 빌려오고 싶었으나, 품행제로는 역시 대여중... 어떤 걸 빌려볼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톰 행크스 아저씨가 나오는 로드 투 퍼디션을 보기로 했다.

퍼디션은 톰 행크스의 처형(처제? 하여간 sister in law)가 있는 곳의 지명인데, 이 영화에서 그 곳은 설리반(톰 행크스)과 그 아들이 도망가고자 하는 장소로, 약간 천국 같은 장소로 그려지고 있다. 결국 톰 행크스는 그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힘들게 돌아오자마자 아들을 남겨둔 채로 자신을 노려오던 다른 킬러의 손에 이 세상을 떠나고 말지만...

톰 행크스가 연기한 설리반은 악인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는 그와 아들의 6주간의 여정을 그리는 것이다보니 설리반이 나쁜 사람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은인이 부여한 임무에 충실했던 사람일 뿐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설리반의 아들이 퍼디션의 바닷가에서 설리반에 대한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설리반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는 좋은 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설리반의 아들에게는 그는 좋고 나쁨을 떠나서 한 명의 소중한 아버지다. 그에게 그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 것인가...

내 기억으로는 톰 행크스와 폴 뉴먼이라는 초특급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영화가 개봉했을 무렵 내가 거의 영화를 보러 다니지 못해서 주의깊게 보지 못했던 탓도 있었겠지만, 주변에서도 "로드 투 퍼디션"을 봤다느니, 그 영화가 어떻다느니 하는 말을 거의 듣지 못했으니,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으리라.

톰 행크스는 확실히 비열하고 악랄한 사람 역할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그런 인물 역할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에 그가 항상 맡았던 역에 비하면 확실히 나쁜 사람으로 등장한다. 어쨌든 이런 역할을 조금 더 딱딱하면서 차가운 느낌을 주는 연기자, 악역을 많이 맡았던 연기자가 맡았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개리 올드만 같은 배우가 나왔다면 "악한이고 선한 사람이고를 떠나서 어쨌든 나의 아버지였던 사람"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영상은 꽤 괜찮다. 영상은 그 시절, 대공황 시절의 황량하고 쓸쓸하면서 서글픈 그런 정서를 잘 살리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꽤 멋진 촬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부러웠던 건 그 연기자들의 연기였다. 괜히 후까시 잡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배역을 너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 영화도 잘 만들긴 하지만 단역이나 아주 세세한 면에서 볼 때까지 연기가 괜찮다고 할만한 영화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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