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에도 우리 그룹하고 같이 일하시는 한국인 박사님이 한 분 계시고, 그 외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숙소에도 한국 분들이 적지 않게 살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만나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집사람하고 영상채팅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한국말을 할 일이 없죠... 그렇다고 일본어를 쓰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broken English 실력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식 영어를 알아듣는 데도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옛날에는 일본식 영어 들으면 내 영어도 덩달아 어버버해지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그런 것도 별로 없고요... ㅋㅋㅋ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하드 트레이닝한 결과입니다.

오늘은 일본 와서 처음으로 한국 식당엘 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숙소에서 걸어서 한 3분이면 가는 거리에도 항아리라는 한국 식당이 있는데, 거긴 뭔가 좀 회식 분위기 같기도 해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츠쿠바 센터 근처의 크레오 스퀘어라는 쇼핑몰에 생긴 도라지라는 한국 식당엘 가 보기로 했죠.

잠시 망설이다가 들어갔는데, 종업원들이 별로 한국인 같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메뉴도 한국어로 된 음식 이름을 카타카나로 적어놓은 게 아니라, 나름대로 일본어식으로 표현해 놨더군요. 그러면 정말 못 알아먹죠...

그나마 육개장 같이 생긴 게 있길래, 그걸 시켜보려고 했는데, 음식 이름에 면이 붙어 있어서 밥도 같이 주냐고(일본어 못 합니다... 영어로...) 물어봤더니, 종업원 분께서 메뉴를 펼쳐 보이면서 밥이 있는 메뉴를 찝어 주시더군요. 그래봤자 까막눈이라서 뭔 소린지 모르지만... 실은 한국 사람인데, 한국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수가 없으니 이상하다고 영어로 투덜거렸더니... 종업원 분께서 “한국에서 오셨어요?”라고 반갑게 한국어로 말씀해 주시더군요. 일본에서 일하시는 한국 분이셨습니다. :) 뭐 많은 얘길 나누진 못했지만, 그래도 밥 먹고 나오는 길에 고추장 튜브를 두 개나 챙겨 주셨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그 가게에 종종 가야 되겠습니다. 오랜만에 그래도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제법 비슷한 음식을 먹었더니... 맵더군요. 하지만 맛있었습니다...

근데... 육개장에다가 아주 조그만 공기에 밥 조금이랑 구운 쇠고기 조금 얹어 주고(원래는 김밥을 몇 개 준다는데, 김밥이 떨어지면 그렇게 준다고 하더군요.)... 나름대로 런치 세트라서 싼 건데도 980엔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먹는 가격의 두 배 정도 되죠... 뭐 이제는 익숙해져서 별로 놀랍지도 않습니다만... (반찬 없는 건 좀 서운했습니다. 반찬 3종 세트는 330엔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맛있게 점심을 먹고는 뿌듯해져서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거기서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고는 밖에 있는 파라솔 밑에 있는 테이블로 나가서 노트북을 펼치고 번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밖에 나가거나 커피숍 같은 델 가면 작업 능률이 오르는 걸까요? 인터넷 접속하기가 불편한 델 가야 하는 걸까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번역하고 있는데, 옆에 한 가족(부부와 시어머니, 아기, 이렇게 네 명이었습니다.)이 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뭔가 우리 말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알고 보니 정말 우리 말이더군요. 한참 있다가 꼬마애한테 “몇 살이예요?”라고 물어봤더니 그 부부 분께서 한국에서 오셨냐고 하시면서 반가워 하시더군요. 그렇게 아주 잠시 얘기를 나누고는 그 가족분들은 가셨고... 또 번역을 열심히 하고 있었죠.

날씨도 안 좋아지고, 시간도 세 시간 정도 지나고 해서 슬슬 챙겨서 집으로 오려고 하는데, 저 쪽에 있는 학생으로 보이는 커플이 뭔가 한국인스런 느낌을 발하고 있더군요... 얘기하는 걸 좀 들어 보니 한국말이었습니다.

이 조그만 도시에서, 조그만 쇼핑몰에서 한 네 시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한국 사람들을 일곱 분이나 만났습니다.

정말 한국인 많은 것 같아요... :)

근데 왜 친한 한국인은 만들기 힘든 건지... ㅠㅠ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이 정말 부러워지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일요일 오후를 맞이하여 실험실에 가서 실험을 좀 할까 하다가... 기분 전환도 할 겸 영화 보러 갔다가 극장 옆에 있는 전자제품 가게 구경을 하고 왔는데... D70s가 있더군요.
뭐 그냥 18-70mm 렌즈 물려 있는 거 잠깐 만져봤는데... 껍데기는 거의 똑같더군요. ON/OFF 스위치 및 셔터 릴리즈 있는 부분 색깔이 회색으로 바뀐 거랑 액정 화면 좀 커진 거 빼면 별로 달라진 걸 모르겠습니다.
메뉴가 일본어라서 다른 언어로 바꾸기 귀찮아서 메뉴는 별로 구경 안 해 봐서 뭐가 달라진지 모르겠고요...

AF 속도가 조금 빨라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주로 50mm 렌즈를 쓰는 편인데, 50mm 1.4 렌즈 AF 속도가 18-70 AF 속도보다 조금 느리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밖에는 뭐 잘 모르겠더군요. 배터리 커버를 열어서 확인해 보니 여전히 세로 그립을 지원할 생각은 없는 것 같고....

뭐 몇 분 훑어 본 바로는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냥 D70 나온지 오래 돼서 s 붙여서 신모델 내 놓은 정도 같더군요...

아, 한 가지 빼먹었군요. 아이피스 부분이 D70에 비해 좀 넓다란 고무로 대어져 있어서 더 좋아 보이더군요. 요 아이피스만 만 원 미만에 따로 팔면 사서 껴 보겠는데...

하여간 괜시리 카메라 뽐뿌 당하거나 할 일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좋은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할텐데... 5월 중으로 D70용 업그레이드 펌웨어가 나온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 펌웨어나 기다려봐야 되겠습니다.

사실 카메라 구경은 대강 넘어가고... PSP 게임만 한 10분쯤 하다가 왔습니다. 동경 일대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레이싱 게임이었는데... 로딩 시간은 PS2 만큼이나 오래 걸리는 것 같더군요. 그래픽이랑 사운드야 물론 좋았고... 일본어를 못 하다 보니 카타카나 겨우겨우 읽어가면서 게임을 하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메뉴 가서 메뉴 언어를 영어로 바꿨지만... 그렇게 한다고 게임 내에서 영어로 메시지가 나오는 건 아니더군요... ㅠㅠ 역시... ㅠㅠ 생각해보니 메뉴 언어를 다시 일본어로 안 바꿔놓고 왔네요... 에궁. 미안해라...
일본은 영화 한 번 보려면 1800엔이나 필요하다. 그나마 지금 환율로 1엔이 10원이 안 되기 때문에 18000원이 좀 안 되긴 하지만, 한국에 비해서 영화 한 편 보려면 정말 비싸다. 두 배가 넘으니 말이다. 팝콘/음료수 세트 등은 한 600엔 정도 되니깐 한국보다 많이 비싼 건 아니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혼자 영화를 보면 그런 거 잘 안 먹게 되는 걸 감안하면 나한테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지지난 주에는 Aviator를 봤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영화가 자막으로 상영되는 게 그나마 정말 다행이라 하겠다. 영어나 우리말 영화들은 그럭저럭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어제, 달콤한 인생이 개봉했다. 영어로는 Bittersweet life라서 달콤쌉싸름한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일본어로는 그냥 우리말 제목과 같은 甘い人生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었다.

사실 옛날에 Aviator 보러 가기 전에 일본 애들한테 극장이 어디 있냐고 물어볼 때 츠쿠바에 하나 밖에 없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씨네플렉스 홈페이지를 소개 받았는데, 그 홈페이지를 일본 애들하고 같이 구경하면서 달콤한 인생이 개봉할 예정이라는 말이 나와 있어서 일본어로 어떻게 읽는지 얘길 듣긴 했다. 근데 오늘 극장 가서 물어보려고 하니 甘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냥 "블라블라진세에"라고 얘기를 했다. "이병헌, korean movie" 이러면서... 다행히도 어떤 영화를 보려고 하는지는 전달할 수 있었지만, 카운터에서 이 영화 음성은 한국어로 나오고 일본어 자막으로 나오는지, 아니면 더빙이 된 건지를 물어보는데, 그 단계에서는 거의 의사소통이 안 되더라. 그 직원이 거의 japanese only... 어쩌구만 얘기해서 일본어로 더빙된 건가 하고 일단 카운터에서 물러섰다. 그리고 나서는 이병헌 팬이 워낙 많아서 혹시 더빙해서 나오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에 일본 애들한테서 대부분의 외화는 자막으로 상영된다는 얘길 들었던 게 걸려서... 다시 상영 시간표를 보니 (字幕版)이라고 써 있더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영화 시간표 보는 사람들 중에서 좀 젊어 보이는 사람들을 붙잡고 거의 세 번째만에 (字幕版)이라고 써 있는 게 원어로 나오고 자막이 깔리는 영화일 거라고 확신... ㅠㅠ 다시 카운터로 가서 잽싸게 표를 사서 5분 늦게 극장에 들어갔다.

11시 40분에 영화가 시작한다고 했는데, 내가 숙소에서 출발한 게 11시 10분 정도. 내가 있는 곳에서 극장까지 자전거로 대강 30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할 때 시간이 너무 빠듯했기에 11시 35분 쯤 도착했을 때는 다리가 심하게 후들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카운터에 한 번 갔다가 빠져나왔었으니 시간이 정말 빠듯해서, 비싼 돈 주고 영화 앞 부분을 놓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게다가 자막으로 나오는 게 약간은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거 엄하게 1800엔 날리는 건 아닐까 얼마나 후달렸는지...

영화에 대해 사실 좀 궁금한 게 있긴 한데, 괜히 질문했다가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도 해서 질문하기 좀 그렇다.

영화에 대해 간단히 평을 하자면... 이병헌 나오는 영화에 대해서는 실망한 적이 거의 없다. 간단히 기억나는 건 번지 점프를 하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정도 밖에 없지만 말이지. 이 영화도 훌륭하다. 이병헌 연기 잘 한다...

영화에서 느닷없이 에릭이 등장하는데, 뭐 에릭은 대사가 거의 없긴 하지만 좀 어색하긴 하다. 영화 보고 와서 MBC에서 드라마 신입사원이 나오는 걸 보고 있으니 한결 더 어색해...

영화가 좀 스타일리시해 보이려고 오바하는 느낌이 드는 것만 제외하면 괜찮은 듯. 근데 외국인들이 올드보이 보고 이 영화 보고 하면 한국 영화는 느와르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이 젤 좋아... 상영되는 영화 종류가 적은 건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영화표도 7000원 밖에 안 하고, 각종 공짜 티켓이나 이통사 할인 등이 많으니 한 달에 막 6번씩 영화를 봐도 그리 출혈이 심하지 않다. 내가 워낙 놀 줄을 몰라서 집사람이랑 가끔씩 데이트한다고 하면 영화나 보러 가다 보니 영화를 자주 봤는데, 일본에서는 절대 그렇게 하기 힘들 듯. 일본 애들이랑 얘기할 때 한국에 있을 때는 한 달에 많으면 6번 정도까지도 영화를 봤다고 하니깐 다들 심하게 놀라더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열등감을 선사한 이가 수도 없이 많이 있었지만, 오늘 또 다른 한 명을 발견했다.

이 사건은 Physical Review focus를 훑어본 데서 시작했다. 별 생각 없이 Virtual Journal of Nanoscale Science & Technology를 보다가 왼쪽 한 구석에 있는 News 섹션에서 Holding Nano-objects still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뭔가 싶어서 클릭을 했다. 이 사소한 행동에서 나의 한 시간 동안의 좌절은 시작되었다.

http://focus.aps.org/story/v15/st10
문제가 되었던 그 focus article의 URL



그 글에는 이런 그림이 있었다. 인상주의 회화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 잘 보면 뭔가 액체 안에서 막걷기(random walk)를 하면서 브라운 운동을 하는 입자들의 궤적을 그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유체 안에 있는 입자는 주변 다른 입자들과의 충돌 때문에 한 자리에 있을 수 없고, random walk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주 조그만 꽃가루를 물 위에 띄워놓고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열등감을 안겨준 이 focus의 주인공, Adam E. Cohen은 작은 입자들(형광 플라스틱 알갱이를 사용. 크기가 대략 20 nm 정도)을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걸로 PRL에 한 편, APL에 한 편의 논문을 냈다.

그냥 PRL에서 논문을 뒤지다 봤으면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 텐데, physical review focus에 나온 내용을 본 게 문제였다. 왜 그렇냐고? PRL 논문의 저자가 한 명이다. 혼자 실험하고 혼자 논문 썼단 말이다. 그리고... 대학원생이었다. 대학원생이 실험을 하면서 지도교수 이름도 없이 혼자 논문을 내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 그런데 PRL이라니... 그냥 논문을 봤으면 그냥 교수인가보다 하고 넘어갔을텐데, PRL focus를 읽는 바람에 대학원생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너무 궁금해서 뒤져보니... 이 사람 79년생이다.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리다. 근데 하버드에 97년에 입학했다. 월반 등이 비일비재한 미국 교육을 감안할 때 뭐 그리 주눅 들만한 건 아니다... 근데 다른 경력도 제법 화려하다. 하버드 졸업하고 캠브리지에서 2년 후에 박사 학위를 받는다. 영국 학제가 어찌 되는지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PhD다. 그리고 나서 지금은 Stanford에서 다시 박사과정 학생으로 있다. (조금 이상하다... 박사 받고 또 박사과정을 들어가다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고등학교 때도 각종 경시대회, 대통령 장학금 등을 많이 받았던 듯하다.)

근데 논문도 겁나게 많다. 프로시딩까지 합쳐서 13개. 그 중에 PRL이 세 개, APL이 한 개, JACS가 한 개다. Letters to Editor section이긴 하지만 Science에도 글이 하나 올라가 있다. (혼자 쓴 거다.) PRL 세 개 중에 두 개는 저자가 그 사람 한 명이다. 특허도 세 개. 그 중 하나는 혼자 낸 특허다. 논문 많이 낸 것도 많이 낸 거지만, 그 분야가 상당히 광범위하다. 정말 기 죽는다...

심지어는 페루랑 에쿠아도르를 여행하고 나서 책을 내기도 했다.

알고 보니 유태인이다. (설마 유태인도 아니면서 굳이 히브리어를 배우진 않았겠지...)

어쨌든 살면서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들 많이 봐 와서 주눅 든 일들은 많이 있었다. 근데 새삼 오늘 또 이렇게 주눅이 들고 만다...

그 사람 홈페이지: http://www.stanford.edu/~aecohen

열심히 연구해야지... 나도 페이퍼 한 번 내 보자...

마지막으로, 뭐 그리 재미난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이 만들었던, 작은 입자가 브라운 운동을 하는 걸 막는 장치에다가 음악 신호를 입력으로 넣어줬을 때 입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첨부한다...
방 사진을 구석구석 찍어서 올리려고 했지만 지저분한 관계로...
나중에 깔끔하게 정리정돈하고 나서 사진 올리겠습니다...


일본에 와서 지른 게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비디오 어댑터. 아이북, 아이맥 등의 미니 VGA 단자가 있는 애플 제품에서 일반 노란색 비디오 아웃, 또는 S-vhs 아웃으로 출력할 수 있게 해 주는 어댑터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아이북에 있는 동영상을 TV로 볼 때 쓰고자 사려고 했지만, 한국에는 재고가 잘 없더군요. 일본에 와서 일본 애플 스토어에서 구입했습니다. 요즘은 이걸로 TV에 연결해서 듀얼 모니터로 노트북 화면에서는 그냥 작업하고, TV 화면으로는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 방송을 봅니다. :)


키보드... 이 동네는 시골이라 그런지 영어 레이아웃 키보드를 파는 델 못 찾겠더군요. (일어 자판은 특수 기호 등이 이상한 데 있어서 정말 쓰기 힘듭니다. 적응하면 뭐 쓸 수야 있겠지만요...) 해피해킹 키보드를 살까 하다가 그냥 애플 키보드로 샀습니다. 어차피 아이북에는 블루투스도 내장되어 있지 않고,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는 비싸기도 해서 그냥 유선으로 샀습니다. 원래 한국에 애플 키보드 있는데, 여기서 노트북 키보드만 가지고 작업을 하려니 좀 불편해서 참다 못해 하나 샀습니다. 파워북 키보드 정도였으면 그냥 작업했을텐데... 아이북의 키보드는 많이 아쉽습니다.
이 키보드는 키감은 원래 쓰던 기존 프로 키보드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어느 쪽이 나은지 잘 모르겠고요...


책상... 이것보다 좌우로 두 배쯤 깁니다. 큰 책상 좋아하는데, 책상이 커서 아주 좋습니다... :)


수퍼에서 발견한 나무루!!! 속에 고추장도 조금 있습니다.
한국 나물하고 구성은 비슷한데, 실제 맛은 좀 다릅니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맛나게 먹었습니다. :)
또 사진들 몇 장 올립니다.


니노미야 공원입니다. 뭐 거창한 공원은 아니고, 그냥 야구장 하나 있고 그렇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니노미야 하우스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뭐 산책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 갈 일 없는데, 그냥 어떤 덴가 해서 가 봤습니다. :)


제가 타고 있는 자전거...
숙소에서 자전거 렌탈해 줍니다. 6개월에 3000엔, 우리 돈으로 3만원 정도 되니깐 렌탈비도 싼 편인 듯 합니다. 3단 기어 밖에 없지만, 언덕이 거의 없는 편이라 3단으로도 충분합니다. (잃어버리면 무려 20여만원을 물어줘야 합니다.) 원래 자전거 타는 거 좀 좋아하는데, 거의 언덕이 없는 도시에서 자전거 생활을 하니 정말 좋습니다. 살도 (약간이나마) 빠지는 것 같고요...


니노미야 공원은 사실 츠쿠바를 거의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보행자/자전거 전용 도로 옆에 있습니다. 아마 이 길 이름이 공원로였나? 그럴 겁니다. 모든 도로들이 자전거 타는 데 별로 불편하지 않게 되어 있지만, 이 길은 정말 자전거 타고 다닐만 합니다. 니노미야 하우스에서 츠쿠바 센터(버스 터미널 있고, 백화점, 츠쿠바 인포메이션 센터, 크레오 스퀘어 등이 있는 츠쿠바의 중심 같은 데인 듯 합니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ㅠㅠ)까지 이 길 따라서 자전거 타고 가나 차 몰고 가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할 듯 합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육교 위에서 찍은 사진. 왼 편이 제가 살고 있는 니노미야 하우스가 있는 곳입니다.


위 사진을 찍은 바로 그 장소에서 뒤로 돌아서 찍은 사진.
제가 일하고 있는 NIMS(National Institute for Materials Science) 건물인데, 제가 있는 곳은 나미키초메에 있는 나마키 사이트이고, 이 사진에 나온 곳은 센겐 사이트입니다. 여기가 NIMS의 중심인 듯 합니다. 제가 속해 있는 Nanomaterials Lab.도 예전엔 여기 센겐 사이트에 있었다고 합니다. 나미키 사이트에 새 건물을 지으면서 그리로 이사를 간 거고요... 지금 있는 곳은 새 건물이라 아주 깔끔하고 쾌적합니다. 저기 센겐 사이트는 오래 돼서 그런지 건물이 좀 낡은 느낌도 납니다. (사진에 찍힌 건물은 안 그렇습니다...)


츠쿠바 센터에 있는 츠쿠바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서 찍은 사진. 저녁 때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왼편으로는 세부 백화점과 크레오 스퀘어가, 오른 편으로는 오쿠라 호텔(맞나?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군요.)이 있습니다.


츠쿠바 인포메이션 센터... 별 건 없습니다. 휴일에 가서 더 별 게 없다고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지하에 가 보니 공연장도 있었습니다. 별로 눈길을 끄는 공연은 없었고, 그냥 지역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포스터 같은 거랑, 한참 후에 있을 공연 광고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뭐 잘 찍은 사진이라든가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냥 제가 있는 동네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사진을 올려 봅니다. 괜히 덩치 큰 D70 들고 온 것 같네요. 그냥 편하게 주머니에 넣어 갖고 다니면서 아무 때나 꺼내서 찍을 수 있을 만한 익서스를 들고 올 걸 그랬나 봅니다... 괜히 욕심 부려서 크고 무거운 카메라 들고 와서, 사진도 별로 못 찍고, 잘 나온 사진들도 없고... 후회 막급입니다...


벌써 봄꽃이 피었습니다. 이것도 한참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3월 20일에 찍은 걸로 나와 있군요. 사실 제가 여기 도착한 그 날에도, 공항에서 츠쿠바로 오는 길에 벚꽃이 피어있는 걸 보긴 했었습니다. 여긴 나리타 근처에 비하면 좀 추운 것 같네요...


또 벚꽃...


츠쿠바 대학 내에서 찍었던 사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츠쿠바 대학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뭐 자전거 타고 한 10-15분만 달리면 올 수 있는 거리긴 합니다.) 휴일이고 낮에 좀 한가하기도 해서 구경 갔었습니다. 별로 볼 건 없었습니다. 일본은 4월에 개강이라서 그런지 학생도 거의 없었습니다. 운동장이 되게 많았는데 (서울대에는 지금 운동장이 딱 세 개 있습니다. 비교되더군요.) 심지어 육상 전용 트랙도 있더군요. 여러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축구, 미식축구, 육상, 야구 등등... 아, 그리고 야구장은 동네 곳곳에 있습니다. 제가 지나가면서 본 야구할 수 있는 운동장만 해도 한 네 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츠쿠바 센터 근처에 새로 문을 연 쇼핑몰 앞마당. 크레오 스퀘어라는 쇼핑몰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약간 코엑스몰 같은 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인구 수가 이 정도 되는 도시에도 저런 쇼핑몰이 있고, 백화점도 하나 있고 한 걸 보면 상당히 부럽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방이 너무 낙후되어 있잖아요...


제가 살고 있는 니노미야 하우스 모습입니다. 저 사진에 제가 살고 있는 방도 보입니다. 2102호... 저희 처가댁이랑 호수가 똑같습니다. 하지만 21층이 아니고, 2층입니다.
앞에 보이는 흙바닥은, 무슨 밭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심어져 있습니다. 사진에 안 보이지만,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쭉 가면 파란 풀이 있습니다. 보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하여간 밭 바로 옆에 있습니다. 시골 맞습니다. :)


가까이 보이는 철문이 제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작지만, 혼자 사는 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니노미야 하우스 도서관. 도서관이라고 하긴 하지만, 책이 왕창 꽂혀 있다거나 서울대 도서관 열람실처럼 사람들 빼곡히 앉아서 고시공부하는 스타일의 도서관은 아니고, 그냥 소설책 좀 있고, 신문, 잡지 좀 있고 컴퓨터 좀 있는 정도로, 휴게실에 가깝습니다. 제 방이 있는 2층에 있어서 아주 가깝습니다. 처음에 여기 왔을 때 인터넷이 방에 설치되기 전까지는 매일매일 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기 컴퓨터에 연결된 랜선을 뽑아서 노트북에 꽂고 인터넷을 쓸 수 있었거든요...
한국 신문도 있습니다. 보통 1주일씩 늦게 비치되는데, 예를 들어 수요일에 가서 보면 보통 지난 수요일치 신문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을 많이 보다 보니 거기에 있는 신문은 잘 안 보게 되더군요.
한 가지 기분 좋은 건, 이 곳에 머무르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신문이 한겨레 신문이라는 사실입니다. :)

사진 또 올리겠습니다.
교황님께서 오늘 새벽에 돌아가셨습니다.
어제부터 많이 편찮으시다는 뉴스가 들려왔기 때문에 의외의 뉴스는 아니었지만 슬픈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워낙 오래 전부터 요한 바오로 2세께서 교황이셨기 때문에 그런지, 앞으로 다른 교황이 선출되어도 뭔가 허전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교황께서는 하느님 나라로 가셨지만, 당신께서 남기신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는 항상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오랜만에 기도를 드리려고 저녁 때 실험실에서 나와서 츠쿠바에 하나 뿐인 성당을 찾아갔습니다.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었고, 깜깜했고, 바람도 불어서 자전거 타고 가는 데 힘이 꽤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성당이 정말 작았습니다. 일본에 크리스트교 신자가 워낙 적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그리 큰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신자가 얼마나 없는지... 제가 가 본 어떤 성당보다 작았습니다.

이 땅에 평화와 사랑이 충만하길 기도합니다.
일본에 온지 이제 딱 일주일 됐습니다. 지난 3월 10일에 첨 일본에 왔고 오늘이 3월 17일이니 말이죠.

첫날: 11시 10분 비행기로 일본으로 떠나왔습니다.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오는 거리더군요. 나리타 공항에 내려서 입국 수속 받고, 짐 찾고 이래저래 하다 보니 두 시 반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츠쿠바행 버스가 나리타 제 1 터미널에서 2시 40분인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찾으러 씨티뱅크 ATM에 갔더니 돈을 채워넣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1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한참을 기다려서 돈을 찾고 버스표를 사러 갔더니 (1층 케이세이 버스표 판매점에서 2540엔 주고 구입) 두 시 40분 버스는 방금 떠난 상태였습니다. 결국 한 시간 반 넘게 기다려서 4시 20분 쯤에 다음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고 츠쿠바로 오는 길에는 나름대로 고속도로를 탔던 것 같긴 한데, 우리나라의 왕복 6차선 정도 되는 그런 널찍한 고속도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고속도로를 한 번도 안 탔을지도 모르죠.

하여간 계속 시골길을 달려서 조금 큼직한 건물들이 많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서서, 결국 츠쿠바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여섯 시는 되었었죠. 여기에서 제 supervisor를 맡을 나까야마 토모노부 교수님한테 연락을 했더니 그 분이 직접 버스 터미널에 오셔서 숙소까지 태워줬습니다.

아침 일찍 집에서 밥을 먹은 후로 비행기 안에서 간단한 샌드위치와 과일, 맥주 한 캔 먹은 게 전부였기 때문에 꽤 배가 고픈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편의점(세븐 일레븐)에 가서 이것저것 사 왔죠. 컵라면이랑 치약, 칫솔, 샴푸, 도시락, 맥주, 우유, 물 등등 잡다하게 샀는데, 그리 많이 산 것 같지도 않은데 우리 돈으로 2만원이 훌쩍 넘어가 버리더군요. 카운터에 비교적 젊어 보이는 여자분이 있길래 영어가 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일본어 못한다고 해도 천천히 말해줄 뿐, 영어를 알아듣거나 영어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근데 그 분이 조용히 "한국 분이세요?"라고 물어보더군요. 아마 교포 2세나 3세쯤 되는 분이었나봅니다. 덕분에 도시락을 전자렌지에 데워준 걸 받아들고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죠.

방에 돌아와서 대강 저녁을 때우고는 집사람이랑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못 본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어찌나 보고 싶던지...

방은 꽤 근사합니다. 넓이는 34 제곱미터라고 하는데, 혼자 살기에는 충분히 넓고, 화장실에는 비데도 있고(일본은 비데가 꽤 일반화된 모양입니다. 연구소에 있는 화장실에도 전부 비데가 있더군요.) 냉장고, 전자렌지, 가스렌지, 간단한 취사도구, 그리고 비디오 레코더 달린 텔레비전, 전화기, 팩스, 진공청소기, 다리미, 다리미판, 세탁기 등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책상도 꽤 넓은 편이고요. 침실은 미닫이 문 같은 걸 닫으면 분리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고, 소파를 잡아당기면 침대로 쓸 수도 있습니다. 한 달에 집세 및 기본 관리비 등만 해도 (전기세, 전화비, 가스비, 수도세 등은 별도로 해서) 80만원 돈을 내는 숙소니 좋지 않으면 반칙이죠...

무거운 짐 들고 돌아다녔더니 몸도 좀 쑤시고 해서 일찍 잠들었습니다.

둘째 날: 처음으로 연구소에 출근한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좀 있다가 9시 15분쯤 숙소 (니노미야 하우스라는 곳입니다. 인근 연구소에 방문하고 있는 외국인 손님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 외국인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무실에 가서 서류 몇 개 사인해서 건네주고 숙소 사용과 관련된 설명 듣고, 자전거 렌탈 신청해서 자전거 열쇠 받고, 인터넷 연결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좀 있다가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그룹의 비서인 와타나베 아츠코씨가 저를 연구소까지 데리고 가려고 오셨죠. 그렇게 해서 연구소에 처음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주말 얘기는 다음 번에 쓰겠습니다. :)
지금 여기는 일본입니다.


엄마(왼쪽)와 장모님


아빠. 오른쪽 아래는 엄마, 손으로 얼굴 가리고 있는 사람은 동생


떠나기 전 간단하게 가족사진... 공항 구경 첨 와 본 가족들이 공항 방문 기념 사진 찍는 분위기군요. :)


혜선이랑 한국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같이 한 장 찍었습니다.


동생 재호...

3월 10일, 공항에 마중 나온 가족들을 뒤로 하고 11시 10분 비행기편으로 한국을 떠났습니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혜선이랑 통화를 하고는 핸드폰을 보류시켰죠. 핸드폰은 나중에 한국 가서 바로 전화 켜서 통화할 생각으로 잘 챙겨서 가져왔습니다.

나리타에 도착해서 씨티뱅크 ATM에서 돈을 뽑으려고 갔더니 현금을 추가로 집어넣고 있는지 10분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돈 뽑아서 버스표 사러 갔더니 츠쿠바행 버스가 방금 출발했습니다. 1시간 40분 더 기다려서 다음 버스를 타야 했죠... ㅠㅠ

에궁. 오늘은 이만 자러 가야 되겠습니다. 다음 얘기는 다음에 또 쓰겠습니다. ㅠㅠ

가족들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니 괜히 또 콧등이 시큰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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