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는 아침식사용으로 그만인 독일식 팬케이크, 더치 베이비(dutch baby)입니다. (아니, 독일식 팬케이크라며 왜 이름에 더치라는 단어가?)

항상 비슷비슷한 아침에 지쳐있을 때 한 번씩 별미로 먹을 만합니다. 아주아주 맛있어요. 만들기도 쉬워서 어찌나 뿌듯한지...

재료:
달걀 3개
우유 180 mL
버터 녹인 것 2 tbsp
중력분 1 컵
옥수수 녹말 2 tbsp
소금 1/2 tsp
후추 1/2 tsp
버터 1 tbsp

1. 오븐에 넣을 수 있는 팬(주물 팬 등)을 오븐에 넣고 섭씨 230도로 예열합니다. 30분 정도 충분히 예열해주세요.
2. 믹서기에 달걀 세 개를 넣고 돌려줍니다. 거품이 날 때까지 1분 정도 돌려요.
3. 믹서기를 계속 돌리면서 우유, 녹인 버터 2 tbsp, 밀가루, 녹말을 넣고 섞어줍니다. 소금 후추 넣고 좀 더 돌립니다.
4. 오븐과 팬 예열이 끝나면 오븐에서 팬을 꺼냅니다. 버터 1 tbsp 팬에 올려서 녹자마자 믹서기로 만든 반죽을 부어요. 버터가 금방 갈색으로 타들어가니 버터 올리고 거의 바로 반죽을 부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주는 게 좋아요.
5. 팬을 다시 오븐에 넣습니다. 20-25분 정도 익혀주세요.

오븐에서 꺼내면 이렇게 아름답게 구워진 더치 베이비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위에 달걀 프라이, 아보카도, 햄, 베이컨, 휘핑한 크림 같은 걸 토핑으로 올려서 먹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거 준비하기 귀찮아서 그냥 슈가파우더 뿌려서 먹었어요. 커피나 우유 주스 같은 걸 곁들이면 멋진 아침 또는 브런치가 됩니다.

요렇게 파이 모양으로 잘라서 슈가파우더 뿌리면 맛납니다.

요즘 연일 빵 굽기에 실패해서 좌절에 빠져 있었는데 이번 요리는 성공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주물 팬, cast iron skillet, 무쇠 주물 팬은 말 그대로 철을 가지고 주물 공정으로 만들어낸 팬이다.


선수들:

이래저래 사다 보니 주물 제품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르 크루제처럼 비싼 건 안 샀기 때문에 돈을 아주 많이 들이진 않았다.

Lodge 10.25" cast iron skillet - 가장 많이 쓴다. 거의 일주일에 4-5번은 쓰는 듯

Lodge 10.25" cast iron grill pan - 이건 주로 고기나 빵에 그릴 자국이 필요할 때 쓴다. 아무래도 접촉면적이 적다 보니 익힘 정도는 그냥 평평한 팬이 낫다.

Lodge 10.5" cast iron griddle - 주로 아침 준비할 때 쓰면 좋다. 베이컨이나 달걀 같은 거 구울 때.

Lodge 12" cast iron skillet - 10.25" 제품이 좀 작아서 샀다. 고기를 많이 굽는다든가 온 식구가 다 먹을 볶음밥을 볶는다든가 할 때 쓴다.

Lodge cast iron reversible grill/griddle 20" x 10.44" - 온 식구 아침 준비할 때 조그만 팬들로는 좀그래서 스토브 두 개에 걸쳐 올려놓고 달걀, 햄, 베이컨 등등을 조리할 수 있는 걸 샀다. 근데 제대로 써먹은 건 한 번 밖에 없어서 약간 자괴감 든다. 그래도 면적이 넓으니까 온 식구 아침 빨리 준비할 때 좋긴 했다. 전 같은 거 부칠 때도 좋을 듯. 앞으로 좀 자주 써야지. 

Staub Cocotte enameled cast iron, 4 qt. - 무쇠 솥을 이거 하나만 산 건 좀 아쉽다. 더 큰 게 필요할 때도 있는데. 오븐에 넣고 오래 조리하는 스튜나 더치 오븐 빵 같은 거 만들 때도 쓰지만, 일반적인 찌개 끓일 때도 좋다. 오랫동안 천천히 끓이는 요리에는 다 좋은 듯. 김치찌개 여기다 끓일 때가 제일 맛있더라.


팁:

페이스북에서 Lodge cast iron 페이지를 팔로우하면 주물제품에 관한 정보 및 주물 팬을 사용하는 다양한 요리법을 종종 받아볼 수 있다.


장점:

1. 저렴하다. 물론 저렴하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은 제품은 3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세 개를 묶어서 팔기도 하고 그런다.

2. 오래 쓴다. 그럭저럭 관리 잘 하면 대를 물려서 쓸 수 있다. 테플론 코팅팬 같은 경우 사용량이 많으면 몇 달 정도 쓰다가 코팅이 조금 긁히거나 변성되는 것 같으면 버려야 하지만 주물 팬은 그럴 일이 없다.

3. 마구 다뤄도 된다. 시즈닝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고들 생각하지만, 음식을 볶을 때 금속 포크로 마구 휘저어도 되고, 금속제 뒤집개로 막 벅벅 긁어도 되고, 딱딱하게 눌러붙은 음식 찌꺼기 같은 걸 철수세미로 세게 긁어서 떼어내도 된다. 세제 같은 거 쓰지 말라는 얘기도 있지만, 제조사에서도 중성세제 써서 설거지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고들 얘기하고 있다.


단점:

1. 녹이 슬 수 있다./시즈닝 관리가 어렵다. 아마 이 점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조금 경험해 보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게 애정을 써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시즈닝을 유지할 수 있다.

2. 무겁다. 이건 처음 살 때는 별 신경들을 안 쓰는 것 같은데, 꽤 무겁다. 프라이팬을 한 손으로 들고 흔든다든가 음식을 툭 튕겨서 뒤집는다든가 하는 기술은 쓰기 어렵다.

3. 산성이 강한 요리는 곤란하다. 시즈닝이 정말 잘 된 팬이면 괜찮다고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식초, 산성 과일즙, 토마토 소스 다량, 와인 등등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를 할 때는 무쇠팬은 안 쓰는 게 좋다. 녹이 슬기 쉽기 때문이다.


관리 방법은 이 영상 한 번 보고 따라하면 된다.



시즈닝용 기름:

대체로 발연점이 높은 식용유를 추천한다. Cast iron conditioner 같은 걸 사서 써도 되지만, 꼭 그걸 쓸 필요는 없다. 제일 많이들 추천하는 건 아마씨유(flaxseed oil). 나는 아마씨유는 안 샀고, 그냥 적당한 식용유(그렇다고 올리브유 이런 건 안 되고, 적어도 콩기름 정도는 돼야... 향이 강하지 않고 발연점이 높은 걸 추천)를 쓰거나 아니면 돼지기름(삼겹살이나 베이컨 구웠을 때 생긴 기름을 커피 필터로 걸러서 입구가 큰 유리병에 모아뒀다가 요리에 써도 좋다)을 쓴다.


처음에 시즈닝할 때:

1. 깨끗하게 닦은 팬을 스토브에 올려놓고 중불로 달군다. 오븐이 있으면 오븐도 최고 온도로 예열한다.

2. 손잡이의 뿌리 쪽(팬에 가까운 쪽)에 엄지손가락을 댔을 때 좀 뜨뜻하게 됐다 싶어지면 기름을 약간 뿌리고 키친타월로 표면 전체에 골고루 발라준다. 팬 안팎, 위 아래 전체에 기름을 바른다. 흥건하게 바른다기보다는 표면 전체에 기름이 묻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만 바른다. 너무 많이 바르면 시즈닝 끝나고 나서 끈적끈적해진다. 새 키친타월로 전체를 다시 한 번 더 닦았을 때 키친타워에 기름이 살짝만 묻는 정도면 된다.

3. 예열된 오븐에 뒤집어서 넣고 1시간 정도 굽는다. 오븐을 끄고 오븐 안에서 천천히 식힌다. 오븐을 안 쓴다면, 그냥 스토브 위에서 최대한 뜨거운 온도로 (팬에서 연기가 난 후에도 1분 정도 더) 가열했다가 불을 끄고 그대로 식혀주는 정도로도 괜찮다.


평상시 관리:

그냥 생각날 때마다 팬을 살짝 달군 다음 기름 살짝 뿌리고 키친타월로 전체에 기름 쓱쓱 바른 다음 식혀서 보관한다.


사용 후 관리:

가능하면 사용 후에 팬이 완전히 식기 전에 정리를 해 주면 좋다. 반드시 팬이 미지근한 수준까지는 식혀야 하며, 온수로 음식 찌꺼기랑 눌어붙은 것만 잘 제거해 주면 된다. 나는 주로 온수를 뿌리면서 부드러운 망사 수세미로 닦는다. 끈적거리는 게 묻어 있고 그러면 주방세제로 닦는다. 

(음식 찌꺼기가 많이 붙어 있으면 금속제 뒤집개 같은 걸로 긁어서 제거해 주거나 Lodge에서 파는 pan scraper 같은 걸로 긁어낸다. 그렇게 해도 잘 안 벗겨지면 팬에 굵은 소금을 넉넉히 뿌린 다음 스카치 브라이트 같은 수세미로 문질러주면 잘 벗겨진다. 정말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 같으면 쇠 수세미를 동원해도 좋다. 대신 좀 과격한 방법을 썼을 때는 아무래도 시즈닝도 많이 벗겨지기 때문에 다시 시즈닝을 한 번 해 줘야 할 수도 있다.)

설거지를 다 하고 나면 팬의 물기를 닦은 다음 팬을 다시 스토브에 올려서 중불로 가열한다. 물이 깨끗하게 날아가서 건조가 끝나고 나면 기름을 살짝 뿌린 다음 키친 타월로 기름을 골고루 발라준다. 팬을 들어올려서 바닥에도 기름을 잘 발라준다. 스토브 불을 끄고 식힌 다음 정리한다.


녹 제거:

녹이 슬었다고 자괴감 같은 거 느끼고 그러지 말자. 그럴 수 있다.

원한다면 사포 같은 걸로 긁거나 그라인더로 갈아도 되지만, 일단 제일 먼저 해 볼 방법은 굵은 소금을 팬 전체에 골고루 충분히 뿌리고 통감자를 반으로 잘라서 잘린 면으로 소금이 뿌려진 팬을 원을 그리며 문질러 주는 방법이다. 감자에서 나온 수분이 소금을 덩어리지게 만들어주고, 소금이 연마제 역할을 하면서 녹을 깨끗하게 벗겨준다. 그리고 나서 처음 시즈닝할 때와 같은 과정을 한 번 거쳐주면 된다.



사용시:

스테인리스 스틸 팬과 마찬가지로 예열이 아주 중요하다. 예열이 잘 안 되면 음식이 달라붙지만, 시즈닝에 예열 잘 돼 있고, 기름 적당히 뿌려줬을 때는 거의 잘 달라붙지 않는다. 원하는 불 세기로 2-5분 정도 충분히 예열을 해 준다. 잘 관리된 무쇠 팬이라면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어도 안 달라붙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냉철한 음식평론가의 마음을 "어머니의 맛"으로 녹여냈던 요리, 라따뚜이입니다.

옛날에 한 번 만들어서 아주 맛있게 먹어본 후로 계속 해 먹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말에 또 해 먹었습니다.

제가 참고했던 조리법은 여기에 있습니다.

재료: (약 4-6인분)
주키니 호박 2개
가지 2개
노란 주키니 2개
빨간 파프리카 1-2개
(노란 주키니 없으면 대용품으로) 노란 파프리카 1-2개
토마토 페이스트 6온스(170g)들이 1개
마늘 10알
양파 1-2개
닭육수 (없으면 물) 3/4 컵
타임 (없으면 말린 것도 됨)
소금 후추 올리브유

주키니가 없으면 애호박을 써도 될 것 같고요, 노란 주키니는 구하기가 힘드니까 노란 파프리카를 대신 써도 됩니다. 주키니랑 가지 등은 가능하면 지름이 비슷할 수록 좋습니다. 모양이 예뻐지거든요. 닭육수는 있으면 좋은데 없으면 그냥 물로 대신해도 되고요, 허브도 생잎을 구하기 힘들면 그냥 말린 가루로 뿌려도 됩니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전에 코스트코에서 사 둔 걸 썼습니다.

오븐에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오븐에 넣을 수 있는 그릇을 써야 합니다. 대충 25 cm x 25 cm 정도 되는 베이킹 그릇이 있으면 되는데요, 저는 집에 있는 20 cm x 30 cm 베이킹 그릇을 썼습니다.

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 마늘 다진 것, 양파 다진 것, 그리고 육수(또는 물) 3/4 컵, 올리브유 1 테이블스푼을 넣고 잘 섞어서 균일한 두께로 펴 줍니다. 그리고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살짝 맛 봐서 좀 짜다는 느낌이 들 정도가 좋습니다.

재료 썰기 전에 오븐을 예열해 두면 좋습니다. 섭씨 190도(화씨 375도)로 예열해 주세요.

이제 가지, 주키니, 파프리카를 준비할 차례입니다.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우선 가지 주키니 파프리카를 가능하면 얇게, 균일한 두께로 썰어줍니다. 가지랑 주키니는 길이 방향에 수직이 되게, 동그란 모양이 나오게 썰면 되고 파프리카는 사등분해서 균일한 두께로 썰어주면 됩니다. 혹시 미니 파프리카를 쓰면 그냥 가지처럼 길이 방향에 수직으로 썰기만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얇을수록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긴 한데 그만큼 재료 준비하고 베이킹 그릇에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들어지긴 합니다. 저는 그냥 적당한 두께로 썰었습니다.

이제 이걸 차곡차곡 베이킹 그릇에 채워줍니다. 색이 예쁘게 나오도록 순서를 잘 맞춰서 바닥에 깔린 페이스트 위에 꽂아주면 됩니다.

예쁘죠? 그릇이 동그랬으면 동그랗고 더 예쁘게 할 수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이 위에다가 올리브유를 세 테이블스푼 정도 골고루 뿌려준 다음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그리고 타임 잎을 적당히 뿌려줍니다.

그리고 나서 parchment paper로 베이킹 그릇을 덮어준 다음 예열된 오븐에 넣고 45분 동안 익혀줍니다.

이 날은 밥하고 돼지고기 구이를 함께 준비했는데, 그냥 밥하고 같이 먹어도 참 잘 어울립니다. 올리브 오일 파스타랑 같이 먹어도 좋을 것 같고요...

혹시 소금 후추를 너무 적게 뿌려서 간이 잘 안 됐다 싶으면 저렇게 조리가 다 된 위에 소금을 덧뿌려줘도 먹을만하더라고요... (간 조절에 실패해서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ㅠㅠ)

채소만 가지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꽤 근사한 메인 요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은 많이 들지만 잡생각이 많을 때 정신수양에도 좋은 요리, 라따뚜이였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