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하순부터 지난 주 정도까지는 워낙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로메인 상추들이 다 잎은 조그매지고 (원래 작았는데, 이제 뭐 거의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줄었다) 잎 장수만 엄청 많아졌었다. 씹히는 감도 질겨졌고 쓴 맛만 강해졌다. 발육이 잘 안 돼서 LED 재배등도 빼 놨다.

어제, 날씨가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배양액통도 청소하고 (한동안 키우다 보면 녹조류가 생겨서 꽤 지저분해진다) 배양액도 교체하고 녹조 끼고 서로 엉켜서 상태가 안 좋아진 뿌리들도 가위로 정리했다. 나온지 오래돼서 말라붙거나 가장자리가 타들어간 잎도 다 떼어냈다. 맨 윗단에 다시 LED도 설치했다. 주중에 잠시 짬을 내서 둘째, 셋째 단에도 LED를 설치해야겠다.

따뜻해진 날씨에 새 배양액에서 LED랑 햇빛 많이 받고 봄 새싹처럼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다. 상태 안 좋은 화분들을 대체할 로메인 상추 일곱 개, 파슬리 두 개를 스펀지에 새로 파종했다. 아마 실제 화분에 투입될 때까지는 앞으로 2-3주 더 기다려야 할 거다. 쌈채소류와 달리 허브류는 싹이 잘 안 트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부디 성공해서 싱싱한 파슬리를 따 먹고 싶다.

(사진을 찍어놨어야 하는데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 깜빡하고 사진을 안 찍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냉철한 음식평론가의 마음을 "어머니의 맛"으로 녹여냈던 요리, 라따뚜이입니다.

옛날에 한 번 만들어서 아주 맛있게 먹어본 후로 계속 해 먹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말에 또 해 먹었습니다.

제가 참고했던 조리법은 여기에 있습니다.

재료: (약 4-6인분)
주키니 호박 2개
가지 2개
노란 주키니 2개
빨간 파프리카 1-2개
(노란 주키니 없으면 대용품으로) 노란 파프리카 1-2개
토마토 페이스트 6온스(170g)들이 1개
마늘 10알
양파 1-2개
닭육수 (없으면 물) 3/4 컵
타임 (없으면 말린 것도 됨)
소금 후추 올리브유

주키니가 없으면 애호박을 써도 될 것 같고요, 노란 주키니는 구하기가 힘드니까 노란 파프리카를 대신 써도 됩니다. 주키니랑 가지 등은 가능하면 지름이 비슷할 수록 좋습니다. 모양이 예뻐지거든요. 닭육수는 있으면 좋은데 없으면 그냥 물로 대신해도 되고요, 허브도 생잎을 구하기 힘들면 그냥 말린 가루로 뿌려도 됩니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전에 코스트코에서 사 둔 걸 썼습니다.

오븐에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오븐에 넣을 수 있는 그릇을 써야 합니다. 대충 25 cm x 25 cm 정도 되는 베이킹 그릇이 있으면 되는데요, 저는 집에 있는 20 cm x 30 cm 베이킹 그릇을 썼습니다.

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 마늘 다진 것, 양파 다진 것, 그리고 육수(또는 물) 3/4 컵, 올리브유 1 테이블스푼을 넣고 잘 섞어서 균일한 두께로 펴 줍니다. 그리고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살짝 맛 봐서 좀 짜다는 느낌이 들 정도가 좋습니다.

재료 썰기 전에 오븐을 예열해 두면 좋습니다. 섭씨 190도(화씨 375도)로 예열해 주세요.

이제 가지, 주키니, 파프리카를 준비할 차례입니다.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우선 가지 주키니 파프리카를 가능하면 얇게, 균일한 두께로 썰어줍니다. 가지랑 주키니는 길이 방향에 수직이 되게, 동그란 모양이 나오게 썰면 되고 파프리카는 사등분해서 균일한 두께로 썰어주면 됩니다. 혹시 미니 파프리카를 쓰면 그냥 가지처럼 길이 방향에 수직으로 썰기만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얇을수록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긴 한데 그만큼 재료 준비하고 베이킹 그릇에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들어지긴 합니다. 저는 그냥 적당한 두께로 썰었습니다.

이제 이걸 차곡차곡 베이킹 그릇에 채워줍니다. 색이 예쁘게 나오도록 순서를 잘 맞춰서 바닥에 깔린 페이스트 위에 꽂아주면 됩니다.

예쁘죠? 그릇이 동그랬으면 동그랗고 더 예쁘게 할 수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이 위에다가 올리브유를 세 테이블스푼 정도 골고루 뿌려준 다음 소금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그리고 타임 잎을 적당히 뿌려줍니다.

그리고 나서 parchment paper로 베이킹 그릇을 덮어준 다음 예열된 오븐에 넣고 45분 동안 익혀줍니다.

이 날은 밥하고 돼지고기 구이를 함께 준비했는데, 그냥 밥하고 같이 먹어도 참 잘 어울립니다. 올리브 오일 파스타랑 같이 먹어도 좋을 것 같고요...

혹시 소금 후추를 너무 적게 뿌려서 간이 잘 안 됐다 싶으면 저렇게 조리가 다 된 위에 소금을 덧뿌려줘도 먹을만하더라고요... (간 조절에 실패해서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ㅠㅠ)

채소만 가지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꽤 근사한 메인 요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은 많이 들지만 잡생각이 많을 때 정신수양에도 좋은 요리, 라따뚜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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