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정말 춥군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방학 때마다 1-2주씩 충남 금산에 있는 외가에서 지냈는데, 그 시절, 겨울에 아주 추운 날 아침이면 외할아버지께서 “뒷마당에 까치 얼어죽지 않았는지 한 번 보고 와야 겠다”고 하셨어요. 그 당시에는 정말 까치가 얼어죽었나 하고 뒷마당의 조그만 대나무 숲을 헤쳐보고는 “할아버지, 죽은 까치 없어요”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아주 추운 날 아침이면 한 마디씩 하시는 관용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겨울 아침, 마당에서 손잡이를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해서 물을 길어올리는 펌프로 퍼 올린 물에다가 부엌의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서 펄펄 끓인 물 한 바가지를 섞어서 세수하고는 마당에 있는 닭장, 토끼장의 닭, 토끼들한테 인사하고 말린 배추 좀 먹여주고, 마당 한 켠에 있던 흑염소하고 인사하고 그랬던 일들이 떠오르네요.

겨울에 날이 좀 따뜻하면 벌집에 살던 벌들이 밖으로 나왔던 것도 기억나요. 벌들이 날아다니면서 뭔가를 막 뿌리고 다녔는데, 벌들이 꿀을 흘리고 다니는 줄 알고 좋아했더니 외할머니께서 벌들이 오줌 싸는 거라고 피해 있으라고 하셔서 당황했던 일도 있었죠.

초등학교 고학년 쯤에 2년 정도 간격으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로는 외가에 한 번도 못 가 봤어요. 산소에 가 본 것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밖에 안 되네요. 조만간 한 번 산소에라도 인사드리러 가 봐야겠어요.

그런 옛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경험을 안겨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안타까워져요. 이제 회사 들어가고 인생 좀 덜 빡빡해지면 우리 동네 바로 앞에 있는 주말농장에 등록해볼까 해요. 우리 아이도 잡초도 뽑고 고추도 따 보면서 흙도 만지고 시골 경험 비스무레한 거라도 해 볼 수 있게 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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