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BM Workpad C3라는 PDA를 쓴다. 사실 Palm Vx를 IBM에서 OEM해서 파는 물건이니 그냥 Vx 쓴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진 않다.



이 PDA가 나온지도 상당히 오래됐고, 내가 쓰기 시작한지도 상당히 오래됐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고, 여전히 인기도 좋고, 그리고 지금도 꽤 쓸만한 괜찮은 물건이다. 일단 얇으면서도 깔끔한 멋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좋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진 않지만, 개인 정보 관리 및 간단한 e-book reader로는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아주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다.

사실 요즘 나오는 PDA에 눈이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요즘 관심이 가장 많이 가는 물건은 Sony CLIE SJ33. 디자인도 상당히 괜찮고, 성능도 좋고, 가격도 뭐 그 정도면 쓸만하다. (물론 싼 물건은 아니다. 300불 정도니까 10만원 정도 되는 가죽 양장의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서 속지만 갈아끼우면서 사용하더라도 10년은 사용할 수 있을만큼의 가격이니...게다가 종이 다이어리는 나름대로의 멋이 있지 않은가...)




근데 최근에 Palm에서 Zire 71이라는 물건을 내놓으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디자인, 성능 면에서 SJ33을 앞서면서 가격은 같은 300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우리 이쁜 혜선이의 투철한 근검절약 정신에는 어떻게 당해낼 수 없으니 어찌하리오...



게다가 미국에 있는 후배 하나가 매장에 가서 한 번 그걸 보고 오더니 조금 조잡한 느낌이 들고 그다지 작아보이지 않다는, 예상보다 실망스럽다는 글을 쓴 걸 보고는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물론 대신 SJ33이 다시 눈 앞에 어른거리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하여간 이런 거 구경하고 다니다 보면 명품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약간은 이해가 간다. 내가 이런 신기한 물건(?)들 좋아하는 거랑 그런 사람들 명품 좋아하는 거랑 어찌 보면 그리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하여간 좋은 세상이긴 한데,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상당히 괴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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