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듯이 뽐뿌질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됩니다.

친한 후배가 결혼식 웨딩 촬영을 했습니다. 예전에 아는 형 웨딩 촬영 때도 한 번 옆에서 사진을 찍어 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망설임 없이 자원을 했죠... 예전에 제 결혼식 때 그 후배가 꽤 수고해 주기도 했어서 갚아야 할 빚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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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찍은 사진들은 아니고, 스튜디오 입구 근처에 있던 액자를 찍은 겁니다...
저렇게 이중으로 액자를 하는 것도 예쁘더군요.
액자 값이 많이 들겠지만 한 번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장소: 샤인 스튜디오


그래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결과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갔던 스튜디오에 비해 지속광이 좀 약한 편이어서 그런지 사진들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제가 수전증이 있는 걸까요? ㅠㅠ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던 후배와 신부가 되실 분, 옆에서 귀찮게 사진 찍는 데도 친절하게 대해 주셨던 스튜디오 실장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 친구도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제 카메라 말고 그 친구가 가지고 있었던 캐논 AE-1과 만두(85mm 1.2L)를 가지고도 틈틈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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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랑, 사진 촬영 중간중간에도 저렇게 사진을 찍었죠...


근데 필름 감는 것도 일일이 레버 돌려서 수동으로 해야 하고, 초점 맞추는 것도 직접 해야 하는 이런 수동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다 보니 뭔가 필름 카메라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밀려왔습니다.

그러다가 예전부터 특유의 색감과 쨍한 사진으로 제 마음을 흔들어 왔던 Contax G 시리즈가 떠올랐습니다. G2는 너무 비싸고, G1 정도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아저씨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던 Contax G1 (캐논 G1 디카가 아니예요!!)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카메라 바디랑 45mm 렌즈랑 같이 사면 중고가로 40만원대 중반 정도에 구입할 수가 있겠더군요. 그래서 장터를 뒤지면서 꿈을 부풀리고 있었는데...

마눌님 허락을 득하는 데 실패... 이렇게 되면 게임 끝입니다.

하지만 지름신은 한 번 온 지름신, 곱게 떠나지 않습니다... 괜히 이것저것 사진 관련해서 뒤지다 보니 또 맘에 드는 물건들이 눈에 띄더군요...


Contax T3, Ricoh GR1, Leica Minilux 등과 함께 럭셔리 똑딱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것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쪼그맣고, 렌즈 교환도 안 되고, 별 기능도 없는 놈이 값은 무지하게 비쌉니다. 하지만 사진 보면 맛이 확 갑니다. 얘도 나름대로 칼 짜이스 렌즈를 달고 있거든요. 두 사진 모두 잘은 안 보이지만, 렌즈에 T* 떡하니 박혀 있으면 그 렌즈는 무조건 좋은 겁니다. 비싸고요 ㅠㅠ

아직도 G1 바디에 45미리 렌즈 조합이 눈 앞에 어른거리고, 가끔씩 T3가 휙 지나가는 등 후폭풍이 있긴 하지만 일단 꾹 참고 있습니다...

근데 옆에 앉아 있던 마눌님... 갑자기 자기도 렌즈 같은 거 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역시 우리 마눌님은 저랑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데 바디 새로 사는 건 전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ㅠㅠ)

그래서 생각이 또 미친 게 니콘의 금테 두른 렌즈 삼총사 가운데 하나라는 AF-S 28-70 렌즈... 캐논에 빨간띠를 두른 L 렌즈가 있다면 니콘에는 금테 두른 몇몇 렌즈들이 있죠...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28-70mm f/2.8 ED-IF AF-S Zoom-Nikkor


이제 비싼 물건에 뽐뿌를 받았습니다. 근데 이게 낫습니다. 40만원대 정도면 비교적 지를만 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지를 가능성이 높지만, 저 렌즈는 중고 가격도 대략 140-150만원은 하는 비싼 물건이기 때문에 지를 가능성이 무지하게 낮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뽐뿌는 마무리됐습니다. 조용히 저 렌즈 살 때까지 지금 있는, 아직도 나한테는 과분한 바디와 렌즈들을 가지고 취미생활을 즐겨야 되겠습니다.

에잇... 공부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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