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혜선이 생일 전야제(?)로 저녁에 맛있는 고기를 구워먹고 나서 편의점에 가서 와인(혜선이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콤한 화이트 진판델. 여러 회사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보통 가장 저렴한 마주앙에서 수입해서 파는 걸 마신다.)을 사고 비디오 가게에 가서 진주만 DVD를 빌려와서 와인과 아이스크림 케잌을 먹고는 DVD를 봤다.

진주만은 러닝타임이 세 시간 정도 되는 무지막지하게 긴 영화다. DVD가 두 장이길래 한 장은 보너스 트랙 같은 게 들어있는 줄 알았더니 영화 자체가 두 장으로 나뉘어 들어있었다.. ㅠ.ㅠ

스토리야 대강 알고 있었고, 그냥 시각적인 재미를 느끼고자 빌려왔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사람들의 평만큼 엄청나게 허접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 항상 기대가 큰 건 그만큼 만족을 하기가 어렵고 악평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은 영화들은 그럭저럭 만족을 하는 편이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던 영화가 어떤 게 있나 생각해보니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반지의 제왕 시리즈하고 토이스토리가 떠오른다. 이 영화들은 정말 재미있게 봤고, DVD로도 샀거나 샀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한 번 본 영화들을 DVD로 장만하려면 나같이 DVD를 잘 안 사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하는 영화여야 하지만...

2차대전 당시에 쓰이던 전투기들이 낮게 떠서 날아다니는 장면이나 전함들이 폭격에 망가지는 장면들은 정말 멋있었다... 배우들의 연기야 뭐 이런 영화에서는 그다지 대단하게 부각되지 않긴 하니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무난했다는 생각이 들고. 조금 특이한 건 일본을 무조건 나쁜 놈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것. 이 영화에서 진주만을 공격하는 일본은 상대방을 기만하면서 계획적으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으로 나오긴 하지만, 일본인으로써 악인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군인들은 나라의 뜻에 따라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충성심 강한 진짜 "군인"으로 나올 뿐이다.

하지만 미국 만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나온다면 더 심한 "대한민국 만세" 영화가 되겠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타나는 "우리는 이래서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다" 하는 분위기는 사실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멋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여간 영화에 대한 평은 이만 접고...

오늘은 혜선이 생일이다. 26번째 생일...
혜선아, 생일 축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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