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아주 덥다.
시끄럽게 울던 까마귀들마저도 어디론가 숨어 버린, 조용히 숨막히는 오후다.

어제는 서울에 있는 실험실 친구들이 일본에 왔다가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연구소에 방문을 해서 4개월 만에 그리운 얼굴들을 보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호텔 방이 비싸면서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 하필이면 그들이 오는 시기에 맞춰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미안하고 안타까웠지만, 오랜만에 먼 곳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게 뭐 그리 큰 문제겠는가.

비오는 길을 함께 걸어 가서 함께 저녁을 먹고, 간단한 맥주, 음료수와 안주를 사서 조그만 내 방에 모두 들어오니 딱 MT 분위기였다. 방을 깨끗하게 치워놓지 못해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모여서 수다도 떨고, 오손도손 모여 앉아 내 이름은 김삼순도 보았으니 꽤 만족스러운 토요일 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내 방에서 잤던 두 명이랑 같이 앉아서 토스트랑 우유로 아침을 때우고는 호텔에 가서 나머지 일행들과 만나 버스 터미널로 갔다. 친구들을 나리타 공항행 버스에 태워서 보내고 나니 다시 혼자가 되어 버렸다. 혜선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처럼 슬퍼서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을 훌쩍 떠나보내고 나니 다시 외로움이 밀려왔다.

친구들을 보내고는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에 스타벅스에 들러서 초코칩 스콘을 곁들여 아이스 라떼를 한 잔 마시고는 자전거를 타고 코엔오도리를 달려서 씨네플렉스에 왔다. 도착하니 12시. 1시에 시작하는 우주전쟁 표를 사고는 한 시간 동안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100엔 짜리 게임을 한 판 하고는 지금은 닥터 페퍼 한 병 사 놓고 앉아서 글을 끄적거리는 중.

이제 영화 보러 들어가야 되겠다.

여전히 덥다.
영화는 좀 시원했으면...

2005년 7월 10일 오후 1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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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저 그랬다. 아깝다. 영화표 비싼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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