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플 매킨토시를 사용한다.

내가 쓰고 있는 컴퓨터는 애플의 저가형 노트북 라인업인 iBook이다. 애플에서는 크게 네 개 정도의 라인업을 유지하는데, 일단 노트북 컴퓨터에서는 저가형인 iBook 시리즈와 비교적 고가형인 PowerBook 시리즈가 있다. 데스크탑에는 비교적 저가형인 iMac과 고가형인 PowerMac 시리즈가 있다. iMac은 디스플레이 일체형으로 나오기 때문에 요즘은 LCD가 달려 있어서 그리 많이 저렴하진 않다. 대신 eMac이라는, CRT를 사용하는 제품이 있어서 저가형의 빈 자리를 메꿔준다. PowerMac은 디스플레이 별도로 본체만 나오는 형태로, 상당히 파워풀하며, 가격도 꽤 비싼 편이다. 요즘은 저가 제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허브라는 애플의 모토를 완성하기 위해 Mac Mini라는 디스플레이 별도의 제품도 등장했다. 하지만 라인업은 기본적으로 iBook, PowerBook으로 대표되는 포터블 기기와 iMac, PowerMac으로 대표되는 데스크탑 기기로 나눌 수 있다.


iBook 12", 14" 모델


PowerBook 12", 14" 모델

내 아이북은 2004년 여름 경에 구입한 것으로, G4 1GHz CPU가 들어있는 모델이다. iBook에서도 G4 CPU를 사용함에 따라 지금은 iBook과 PowerBook 사이의 차이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물론 15인치 모델과 17인치 모델은 파워북에만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가 모델은 확실히 아이북과 구분이 된다.)

라인업 얘기는 여기서 줄이고, 그냥 매킨토시 유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자.

내 노트북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 예쁘다." 라는 반응을 보인다. 커피샵 같은 데서 쓰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힐끗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지나가고, 맥도널드 같은 데서는 어린애들이 와서 대 놓고 화면 쳐다보고 가기도 한다. 그만큼 예쁘다.

가끔 실험실에서 발표를 한다거나 그러면 키노트(MS의 파워포인트와 비슷한 프리젠테이션용 소프트웨어)의 각종 화면 처리에 사람들이 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그 전에 애플리케이션 사이의 전환 등을 할 때 엑스포제 같은 걸 한 번 보여주면 사람들 거의 뒤집어진다. Mac OS X(맥 오에스 텐이라고 읽으면 된다.)이라는 운영체제는 껍데기 못지 않게 아름답다.

물론 예쁜 게 다는 아니다. 예쁘다는 이유가 정말 크게 작용하긴 하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애플 제품을 쓸 리는 만무하다. 내가 꼽는 매킨토시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과 소프트웨어의 훌륭함이다. 맥 오에스 버전이 10으로 올라가면서 애플에서는 과감하게 유닉스 기반의 OS를 도입했다. Mac OS X은 BSD 계열 유닉스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인 사용자 친화성은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 여전히 매킨토시는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다. 소프트웨어의 훌륭함이 바로 사용자 친화성하고도 많이 연결되는데, 애플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맥용 애플리케이션답게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복잡한 사용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걸 클릭하면 뭐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대부분 그 생각이 맞다. 이건 사실 써 보기 전에는 느끼기 힘든 건데, 조금만 적응이 되고 나면 놀라울 정도로 편하다. 적어도 사용자 인터페이스 면에서는 최고의 점수를 주지 않을 수가 없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오해를 해소해 보도록 하자.

주변에서 누가 노트북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할 때 나는 주저 없이 아이북을 사라고 권한단. 물론 아직까지는 내 권유에 설득되어 아이북을 산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반 농담조로 그렇게 얘기를 한다. (보통은 아이북을 추천한 후에 추천하는 IBM, Fujitsu, Sony, Toshiba, 삼성 등의 제품을 구입하곤 한다.) 그 때 나오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애플에 대한 오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1. 비싸잖아요.
"애플은 비싸다."라는 명제가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애플이 비쌌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옛날에는 파워북 같은 것 6백만원씩 하는 것도 많이 있었다. 근데 요즘은 그런 비싼 애플 노트북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최고 사양 모델에 최고로 옵션을 붙여도 그 가격 만들기 힘들다.
지금 당장 http://www.applestore.co.kr 로 가 보시라. iBook 가격을 한 번 살펴보면 12인치 모델이 119만원, 14인치 모델이 159, 183만원이다. 사실 아이북 14인치는 해상도가 어차피 12인치 모델과 같은 1024X768이기 때문에 좀 메리트가 없는 편이라서 12인치 모델을 항상 권하는 편인데, 요즘 윈텔 노트북도 120만원 미만이면 좀 구리구리한 것만 살 수 있다. 하지만 아이북은 뽀대도 굉장하고, Mac OS X이라는 훌륭한 OS를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20만원이 안 된다. 학생할인을 받으면 113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용산이나 테크노 마트 같은 델 힘들게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애플은 가격 정책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발품을 판다고 해서 그리 많이 싸게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애플스토어에서, 또는 CJ mall 같은 데서 정가로 온라인으로 구입하는게 가장 싸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 지금 팔고 있는 아이북 12인치 모델은 메모리만 512메가 정도(10만원 미만) 추가해 주고 쓰면 아주 쾌적하게 쓸 수 있을 정도 사양이다. 30기가라는 하드 용량이 좀 아쉽긴 하다. 아이북의 경우 하드 교체가 가장 어려운 노트북이라는 말도 있을 만큼 하드 교체가 까다로운데, 그냥 외장 하드 하나 달아주고 쓰면 그럭저럭 쓸만할 듯 하다.
비교적 고가형이라는 파워북도 사실 그리 비싼 게 아니다. 가장 싼 건 195만원에서 시작해서 가장 비싼 건 345만원까지 가는데, 윈텔 노트북도 비교적 고급 모델들은 다들 그 정도 돈은 지불해 줘야 한다. (ThinkPad T series나 X series, Sony VAIO의 고급 라인업들의 가격을 한 번 검색해 보시라.)
데스크탑으로 나오는 Mac Mini나 iMac G5, PowerMac도 그 성능과 디자인 등을 감안할 때 그리 비싸다는 불평을 하긴 힘들 것이다. PowerMac은 사실 상당히 비싼데, 불평하기 전에 Intel Xeon 기반의 고급형 dual CPU 웍스테이션들의 가격들을 한 번 살펴보고 다시 한 번 파워맥 가격을 보면 별로 불만이 생기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애플 컴퓨터들이 비싸다는 편견은 이제 버려도 된다.

2. 소프트웨어 호환 잘 안 되잖아요.
이 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나도 걱정했고. 근데 요즘 대부분의 회사에서 MS Office를 많이들 사용한다. 근데 MS Office는 맥용으로도 나온다. 게다가 맥용이 더 예쁘고 좋다. 한글 문제가 약간 있긴 하지만, 그럭저럭 참고 쓸 정도는 된다. 아래아 한글의 경우 좀 할 말이 없어지긴 한다. 올해 안으로 맥용 한글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한글과컴퓨터 부사장이 몇 년 전에 맥으로 스위칭했다고 한다. 그리고 애플컴퓨터 코리아에서도 정부에 맥을 팔아보기 위해서 아래아한글 for Mac 개발을 열심히 지원한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한글 문서는 그냥 윈텔 머신에서 보고 편집할 수 밖에 없다. 그 밖에도 많이들 쓰는 파일 포맷들(음악 파일, 그림 파일, 동영상 파일)이 대부분 윈텔에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맥에서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소프트웨어 호환 문제, 그리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3. 단점은 뭐가 있어요?
단점... 많다. 일단 우리나라 웹사이트들은 대부분 IE6에서만 잘 보이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맥에서 웹 서핑을 할 때 아쉬운 점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리 심한 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애플에서 만든 브라우저인 사파리와 공개 소프트웨어인 파이어폭스를 적당히 왔다갔다 하면서 쓰면 대부분 커버된다.
그리고 인터넷 고스톱이라든가 카트라이더 등의 윈도우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돌아가는 온라인 게임들은 할 수가 없다. 블리자드에서 나오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WoW 등은 다행히도(?) 맥용으로도 나오긴 하지만, 나는 마우스 움직임의 특성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게임은 PC에서 한다. 사실 게임은 PC나 아니면 아예 콘솔(PS2, Xbox 등)에서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정말 편해진다. 이렇게 자신을 세뇌시키자... "게임은 콘솔 게임기로 커다란 TV 화면에 연결해서 해야 제 맛이다..."
그 밖에 ActiveX를 많이 쓰는 인터넷 서비스들, 예를 들면 온라인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등은 대부분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신한은행에서 자바 프로그램을 통해 맥이나 리눅스에서도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게 해 놓긴 했는데, 아직 다른 은행에서는 관심을 기울이진 않는 듯하다.

4. 그 밖에...
소프트웨어를 구하는 데 있어서 맥을 쓰면 꼭 정품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들 받는다. 근데... 알고 보면 이것도 사람들 사이의 일이라 어둠의 경로는 존재한다. 하지만 맥용 소프트웨어 중에는 아주 훌륭하면서도 매우 저렴한 것들이 많이 있다. 각종 셰어웨어나 프리웨어만 잘 활용해도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가끔씩 바이러스나 웜 때문에 전 세계가 떠들썩해지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 맥 사용자들은 고소함을 느끼기도 한다. 웬 난리람... Mac OS X은 원래 보안 면에서 강하기도 하거니와, 사용자 수가 적어서 그런지 바이러스나 웜이 거의 없다. 각종 애드웨어도 마찬가지다. 집에 있는 윈텔 PC에는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와 안티스파이웨어 소프트웨어가 항상 돌아가고 있지만, 내 아이북에는 그런 거 하나도 없다. 그래도 전혀 문제 없이 잘 쓰고 있는 중이다.

애플에 관심 있는 유저들이여... 과감하게 스위치해 보라... 장담컨데, 구입 전후로 한 달만 (너무 긴가?ㅠㅠ) 관심 기울이면 훌륭하게 스위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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