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트랙볼이라는 물건을 샀다. 내가 별 쓸 데 없이 키보드랑 마우스를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키보드는 IBM ThinkPad용 키보드, 그리고 군대 있을 때 써 봤던 IBM에서 나온 PC용 키보드다. 지금 집에 있는 데스크탑에서는 아론 기계식(논클릭 방식) 키보드를 쓰고 있는데, 그냥 그럭저럭 괜찮다...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이지만.

이번에는 김종훈이라는 고등학교 후배의 트랙볼 사용기를 보고는 자극 받아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로지텍에서 나온 Cordless Optical TrackMan이라는 트랙볼을 구입했다.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로 97,000원이고 내가 실제로 구입한 가격은 99,000원인데, 가격은 엄청나게 비싼 셈이다. 이 돈이면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마우스인 MS IntelliMouse Optical(버전은 잘 모른다... ㅠ.ㅠ)을 두 개는 살 수 있으니까. 로지텍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이 트랙볼의 공식 가격은 $59.95니까 요즘 환율로 따지면 7만원 좀 넘는 가격이어야 하지만 우리 나라 로지텍 공식 수입원은 왜 그리 마진을 많이 붙여먹는지 좀 짜증이 난다...



물건은 이 그림과 같이 생겼다. 빨갛고 점 찍혀있는 게 볼이고, 이 볼을 굴리면 포인터가 움직인다. 마우스 왼쪽 버튼은 왼쪽의 커다란 은색 버튼인데,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게 되어있고 오른쪽 버튼은 빨간 공 오른쪽의 커다란 검은색 부분으로, 어느 손가락으로 눌러야 할지 아직 감이 잘 안 잡힌다. 은색 버튼 중에서 큰 버튼 살짝 위에 있는 작은 버튼 두 개는 각각 웹 브라우저의 back, forward에 해당하는 버튼이고 그 위쪽에 휠이 달려있다. 이 휠의 위치가 손이 아주 크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 불편하게 생겼는데, 나도 손이 비교적 큰 편이지만 좀 멀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24시간도 사용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는데, 일단은 상당히 힘들다. 마우스라는 물건을 처음 잡아본 게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중3, 고1때였던 것 같은데, 90, 91년 쯤이니까 벌써 13년 정도를 마우스를 써 왔는데, 마우스와 정반대로 작동한다고 보면 될법한 이 트랙볼이라는 물건을 쓰려니 잘 될 턱이 없다. 아직 어떤 손가락을 써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ㅠ.ㅠ

어쨌든 제품은 상당히 뽀대나게 생겼다. 은색과 까만색, 까만 점이 박힌 짙은 빨간색 볼은 상당히 조화가 잘 된다.

슬슬 부드럽게 굴러가는 볼과 편리한 버튼, (왼손잡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인체공학적인 디자인도 탁월하다. 아무래도 손목을 움직여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손목에 무리가 갈 일이 적다. 지금은 아직 적응이 안 돼서 힘들긴 한데, 적응이 잘 되면 여러 모로 편리할 듯 하다.

가장 편리한 건 무선이라서 거만하게 앉아서 손에 트랙볼을 올려놓고 써도 된다는 점이다. 소파 같은 데 앉아서 오른쪽에다가 트랙볼 올려놓고 써도 상당히 편리할 듯하다...

로지텍 홈페이지 구경하다가 diNovo Media Desktop이라는 놈을 봤는데, 블로투스 무선 마우스/키보드 세트로, 상당히 괜찮아보인다. 디자인이... :)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250불. 웬만해서 CEO 같은 사람이나 하드코어 입력기 매니아가 아닌 이상 이런 걸 사긴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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