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에는 금정역 출발, 하오고개-탄천-한강-안양천, 금정역 도착 코스를 시도해 봤습니다.

저전거를 타면서 가장 고민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어느 코스를 탈 것인가 하는 것 같습니다.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맛있는 것도 맨날 먹으면 질리는 법이고, 매일 밥 김치만 먹다가도 가끔 근사한 외식도 하면 좋고 말이죠. 주중에는 멀리 가기 힘들어서 한 시간 정도 동네에 있는 반월호수 뺑뺑이를 돕니다. (물론 이 정도 되는 코스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도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밤에 10시 넘어가면 차도 별로 없고 신호등도 별로 없어서 혼자서 여기 뺑뺑이 돌러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주말에 짬을 좀 내야 2-5시간 정도 되는 장거리 주행을 해 볼 수 있는데, 재미 없고 지루한 코스를 도는 것보다는 흥겹게 돌 수 있는 코스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겁니다. 집 근처에서 장거리를 탈 만한 곳은 없어서 장거리를 탈 때는 보통 전철을 타고 점프합니다. 안 그러면 좋지도 않은 인도/자전거 겸용 길로 한참을 가야 겨우 안양천에 들어가니까요.

보통 석수역에서 안양천을 타서 안양천/한강 합수부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갑니다. 거기서 서쪽으로 가면 한강-아라 자전거길을 탈 수 있고, 동쪽으로 가면 한강 자전거길로 쭉 움직일 수 있지요. 안양천 길이 석수역에서 남쪽으로 가면 좀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잘 닦인 석수역 북쪽으로 움직이는 거죠.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적당한 업힐이 섞인 장거리 코스를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작년부터 이미 점찍어둔, 하트 코스를 확대한 코스로 100 km 정도를 타 보기로 했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 좀 걱정이 됐는데, 마침 2013년 바이시클뉴스에 실린 기사에 사진도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뛴 코스는 https://www.runtastic.com/en/routes/geumjeong-big-heart 에 저장해 놓았습니다. (판교에서 탄천으로 넘어가는 부분 지도를 확대하면 길 못 찾아서 헤매는 부분도 나옵니다 ㅎㅎㅎ)

아침 챙겨 먹기가 귀찮아서 우유 한 잔에 단백질 가루 타서 아침 대신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전철을 타고 금정역에서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와서 안양천 쪽으로 갔습니다. 1번출구 계단에서 쭉 이어지는 방향으로 가서 첫 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엘에스로를 따라간 다음 바로 우회전하여 호계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안양천으로 내려가는 경사로가 나옵니다. (이 경사로를 그냥 자전거 타고 내려가려다가 중심 제대로 못 잡고 클릿 제 때 못 빼서 어이 없게 낙차했습니다. 무릎이 좀 까진 것 빼면 저나 자전거나 별로 다친 덴 없었는데도 시작하자마자 기운이 쏙 빠지고 의욕이 줄어들더군요.)

호계교에서 한강 쪽으로 2.8 km 정도 가다 보면 안양천과 학의천이 만나는 쌍개울이 나타납니다. 쌍개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학의천 쪽으로 빠졌습니다. 학의천변 자전거길을 따라 청계교까지 간 다음, 백운로로 접어들어 자전거를 타고 백운호수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습니다. 백운호수 순환도로의 높은 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끝까지 내려가면 “하루”라는 카페가 있는 삼거리가 나오고, 거기에서 우회전하면 학현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학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꼭대기에서 학현터널을 지납니다. 터널을 지나 가파른 경사길로 신나게 내려가다 보면 서울외곽순환도로 아래에 우회전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 위로 길이 있습니다. 택배회사 물류창고 같은 걸 지나서 쭉 가면 안양판교로로 이어집니다. 

하오고개는 곧게 뻗어있고 낮은 고개를 넘어가는 새 길(57번 국도. 새로 만들어진 안양판교로)과 청계공동묘지 옆으로 꽤 높은 고개를 넘는 구불구불한 옛 길(하오개로)이 있습니다. 경사도, 고도 등을 보면 새길이 훨씬 수월해 보이는데, 저는 차가 좀 쌩쌩 달리는 차도는 겁이 나서 잘 못 가겠더군요. 그래서 옛 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학현로에서 안양판교로 처음 들어설 때 가능하면 처음에는 인도 옆에 있는 자전거길로 가도 되는데, 하우현성당, 원터마을 표지판이 있는 지점을 지나가면서는 찻길로 가야 합니다. 그냥 인도 겸용도로 쪽으로 올라갔다가 버스정류장부터 길이 없어져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원터마을 표지판(큰 석조물) 지나서 바로 차도로 움직이는 것 잊지 마세요. 아직 클릿에 익숙치 않아서 오르막길에서는 클릿 잘 못 끼우는데,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설 때 자전거에서 내려야 했고, 오르막길이 계속돼서 클릿을 끼우지 못하고 한참을 자전거 끌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금정역에서 이미 한 번 자빠진 후라 자신감이 훅 떨어져서 위험한 데서 클릿 끼워볼 엄두가 안 나더군요.

수백 미터 정도 되는 짧은 거린데 그거 끌고 올라가고 나니 기력이 급 소진됐습니다. 원터마을 표지판 지나 조금만 더 가면 구 하오고개 입구가 나옵니다. 안양시립 청계 공동묘지, 도깨비 도로 방향으로 빠지면 됩니다. 여기서부터 이제 하오고개가 시작됩니다. 근데... 거의 절반도 못 올라가서 끌바를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겨울을 지나면서 근력은 약해졌지, 체중은 늘었지, 아침은 제대로 안 먹어서 집에서 나올 때부터 배고픈 느낌이었지, 초반에 어이 없이 자빠져서 기운은 쏙 빠졌지, 처음 가는 길이라 내가 지금 얼마쯤 움직였는지 전혀 감이 없지, 안 좋은 조건이 여럿 겹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마는군요.

대체 누가 이 길의 난이도를 “하”급이라고 하나요... ㅠㅠ 아마 저는 초보자 단계에도 못 오른 모양입니다. ㅠㅠ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마도 분당 쪽에서 안양쪽으로 넘어오는 걸 기준으로 하자면 하급으로 분류할 만도 할 것 같네요. 평균 경사로 기준 분당->안양은 4.7%, 안양->분당은 8%라고 나와있네요. 엔하위키의 업힐/서울-경기 부분 참조)

정상에 올라가니 롱보드 다운힐을 하는 분들이 모여서 보드를 타시더군요. 저는 자전거로도 무서워서 천천히 내려가는 길을 쌩쌩 잘 내려가시더만요. 하오고개 정상부터 한참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한국학중앙연구소가 나옵니다.

그 후로 분당구청, 판교IC 방향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저는 바이시클 뉴스 기사에 나와있는대로 산운마을 아파트 401동 옆에서 운중천변 자전거길로 빠졌는데요, 그 길이 아주 좋진 않았습니다. 길 중 상당 부분은 보행자 전용으로 용도가 바뀌어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기도 좀 그렇고 탄천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그냥 운중로 또는 그 옆의 보행자/자전거 겸용 길로 움직여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운중로 끝의 마지막 버스 정류장을 지나면 탄천으로 이어지는 하천변 자전거길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거기로 내려가면 탄천 자전거길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탄천 자전거길도 꽤 잘 돼 있더군요. 한참을 달려 한강에 도착했습니다. 탄천 합수부에서 하류가 아닌 상류 쪽으로 틀었습니다. (100 km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탄천 합수부에서 바로 하류쪽으로 빠지면 100 km가 좀 안 되더군요.) 올림픽 대교를 지나 천호대교 조금 못 미친 곳에 있는 광나루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돌려서 다시 하류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잠실철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다리를 건너 강북 자전거길을 지나 양화대교를 건너 다시 남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안양천 합수부에서 안양천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쌍개울을 지나 호계교에서 여정을 마쳤습니다. 

중간에 편의점에서 알루미늄 호일 그릇에 끓여먹는 라면하고 캔커피를 먹었습니다. 조금 살 것 같더군요. (그나저나 알루미늄 호일 라면 꽤 맛있더군요. 나중에 아들이랑 같이 한강 가면 한 번 맛을 보여줘야겠습니다.) 그런데 한 80 km 정도 타니 슬개골 바로 위쪽 허벅지 근육에 쥐가 나는 느낌이 들어 혼났습니다. 여러 모로 겨울 동안의 운동 부족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런타스틱 기준 104.77 km, 이동시간은 5시간 12분 55초, 휴식 시간 46분 49초, 평균속도 20.09 km/hr, 2219 kcal 소모. 아까도 얘기했듯이 거의 봉크된 느낌으로 계속 타서 그런지 영 속도도 안 나고, 생각보다 재미도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반월호수 뺑뺑이도 많이 돌아서 근력을 키우고 체중도 좀 줄인 다음에 좋은 컨디션으로 재도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장거리 뛸 때는 평지에서 빠르게 타는 걸 중심으로 해야겠습니다.

P.S. 다녀와서 애들 데리고 목욕탕에 다녀왔는데 시즌 시작하고 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100 km를 탔는데도 목욕탕에서 물에 몸을 좀 담가서 그런지 근육통이 훨씬 덜하더군요... 아이들도 목욕탕에서 놀면 좋아하니 일석이조. 원래 목욕탕 싫어하지만 앞으로 종종 장거리 뛴 후에 애들이랑 목욕탕 가야겠어요.

P.P.S. 사진 없이 글로만 쓰려니 내용 전달도 그렇고 좀 아쉽네요. 다음에는 좀 귀찮아도 중간중간 사진을 찍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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