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술을 좋아한다.

첫 문장이 좀 도발적이긴 했는데, 난 술을 좋아한다.

맥주 중에서는 괜히 Samuel Adams를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보통 할인마트같은 데는 잘 없고, 대형 할인점에 있는 것 중에서는 하이네켄을 꽤 좋아한다. 하이네켄과 새뮤얼 애덤스는 맛의 스타일이 천지 차이지만, 어쨌든 둘 다 좋아하는 걸 어쩌랴. 물론 둘 다 만만한 가격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OB 맥주나 하이트나 카스나 그냥 가리지 않고, 그 때 그 때 주는 사은품이 좋은 걸로 적당히 집어와서 마신다. 가끔은 하이트에서 나오는 스타우트도 사온다. 기네스보다는 떨어지긴 하지만 아쉬운대로 마실만한 흑맥주라고 생각한다.

와인도 좋아한다. 레드, 화이트, 로제 가리지 않고 잘 마시지만 무슨 일 있으면 사는 와인은 로제 와인에 속하는 White Zinfandel이다. 이 와인은 사실 화이트 와인에 가까운데, 상당히 달콤한 맛이 강한 편이다. 드라이한 느낌은 거의 없고, 달콤하고 상쾌한 느낌으로 마시면 딱 좋다. 게다가 우리 혜선이도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매우 애용한다. 이 와인은 사실 결혼 전에 혜선이랑 같이 아웃백 스테이크에 갔다가 한 잔 값에 두 잔을 준다고 해서 처음 마셔봤는데, 그 때 마셨던 건 Sutter Home에서 나온 거였고, 우리가 주로 마시던 건 마주앙에서 나온 거였다. 맛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집 냉장고에는 Sutter Home에서 나온 게 한 병 들어있다. 크리스마스나 내 생일 즈음해서 한 번 마셔볼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학회 갔다가 사온 캐나다산 아이스 와인이 한 병 있는데, 이건 정말 기념할만한 일이 있을 때 딸까 생각중이다. 아이스와인은 겨울에 얼어버린 포도를 따서 만든 와인인데, 놀랄 정도로 달다. 예전에 동화파 모임 때 원익이가 가져온 걸 한 번 마셔보고는(워낙 양이 적어서 한 잔 밖에 못 먹어봤지만) 혜선이가 워낙 마음에 들어해서 면세점에서 한 병 사왔다. 가격도 사실 상당히 비싸다. 한 병에 60불이나 했으니 말이다. 60불이면 살만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면세점이 아닌 일반 술 파는 가게에서도 한 병에 7만원이 넘는 와인은 상당히 고급에 속하고,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아이스 와인은 병이 길쭉해서 양이 꽤 작은 걸 감안하면 정말 비싼 거다. 하여간 얼고 나서 딴 포도를 가지고 만든 와인이라 그런지 당도는 놀랍도록 높다. 술 치고 이만큼 단 것 찾기는 힘들 듯 싶다.

양주도 좋아한다. 폭탄주는 내 체질에 워낙 안 맞는데, 어느 정도인가 하면 폭탄주를 마신 다음 날은 단 한 잔을 마셨다 하더라도 먹었던 걸 확인하게 된다. 아주 괴롭다. 하여간 양주를 그냥 양주로만, 아니면 콜라에 타서 먹는 정도는 아주 좋아한다. 작년 쯤에 써클 선배네 집들이에 놀러 갔다가 먹었던 Macallan이라는 술이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그 위스키는 Single Malt 위스키로, 블렌딩을 하지 않고, 그냥 한 오크 통에서 나온 것을 가지고 만든 위스키다. 상당히 품질이 좋아야만 이렇게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향도 좋고, 맛도 수준급이다. 어쨌든 동현이형 덕에 좋은 술을 알게 되어 지금 집에 한 병 구비해놓고 있긴 한데, 이 술도 언젠가 기념할만한 날이 되면 딸까 생각중이다.

지금까지 갖가지 술 얘기를 했는데,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주가 최고다. 가장 저렴한 가격에 술 먹은 기분을 낼 수 있고, 많이 마시면 다음 날 좀 괴롭긴 하지만,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찐하게 취할 수 있는 술이 소주 아닌가?

오늘은 저녁에 집에서 조용히 혼자 장모님께서 해 주신 닭똥집 요리를 안주로 해서 진로 오리지널 소주, 즉 병따개로 따야 하는 진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역시 가격은 천 원도 안 되는 것이 술 먹은 효과는 직빵으로 내 준다. 전성기 때는 소주 네 병을 마시고도 옆에 있는 시체를 챙겨서 집에 데려다 주고 했지만, 요즘은 한 병 정도로도 술 먹은 기분 팍팍 낸다. 그래서 이렇게 긴, 그리고 쓸 데 없는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요즘 진로 오리지널 소주(병따개로 따야 하는 것) 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관악구청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관악구청 별관을 지나서 조금 더 들어가면 있는 LG 마트에 가니까 거기에 팔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 병 사 왔는데, 아주 좋다. 참이슬 같은 것에 비해 좀 독하고 효과가 아주 좋다. 우리 와이프 혜선이는 술을 거의 못 하기 때문에(어느 정도인가 하면 맥주 한 잔이면 얼굴이 빨개져서 더 이상 술을 못 마신다.) 내가 한 병을 다 마셔야 하는데, 금요일 밤이 아니면 사실 소주 한 병을 혼자 까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가끔 이렇게 한 잔(한 병) 하고 나면 상당히 기분이 좋다. ^^;

집에서 혼자 술 먹고 싶을 때는 소주만한 술이 없다.

여러분도 드셔 보시라. 최고다. 가격도 정말 부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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