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강원도 평창에 있는 보광 휘닉스 파크로 BK21 물리연구단 워크샵을 다녀왔다.

나랏돈으로 스키장 가서 놀고 왔다는 평이 나온다면, 일단 RFtron이라는 회사에서 비용을 스폰서받았기 때문에 나랏돈으로 다녀온 게 아니고, 주목적은 놀러간 것이 아니라 워크샵을 하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스키를 타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목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간에 워크샵도 열심히 들었고, 신입생들에게 방 소개도 그럭저럭 잘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실험실에서 한 일에 대한 발표는 태환이형이 한 SPSTM에 대한 내용으로, 재미있었고, 우리 방 소개도 태환이형이 잘 준비한 덕에 그럭저럭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걸 받아들인 신입생들의 의견은 듣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우연의 일치로 재희형이 일요일에 감상실 사람들(병걸이, 지현이, 명은이, 현정이, 기욱이, 재방이)을 몰고 온 바람에 일요일 저녁에는 감상실 사람들이랑 오랜만에 술자리를 함께했다. 재희형이 밀러 두 팩하고 반쯤 남은 임페리얼, 그리고 발렌타인 17년산을 한 병 가지고 와서 그걸 마시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

병걸이는 이번 시즌에 숏 스키를 하나 새로 장만했는데, Rossignol에서 나온 이 숏 스키는 바인딩이 그냥 철사조각이 아니라 제대로 된 스키 바인딩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폼도 나고 안정감도 좋은 것 같다.

병걸이는 월요일 오전까지 타고 나서 서울로 올라갔기 때문에, 그리고 다행히도 병걸이 부츠가 내 발에도 맞아서 나는 월요일 오후부터 스키 렌탈비도 들이지 않고 숏 스키라는 물건을 타 볼 수 있었다.

숏 스키는 말 그대로 짧은 스키다. 아주 짧다. 내가 탔던 건 110 cm 정도 되는데, 언뜻 보면 어린이용 스키를 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어른용으로 나온 만큼 스키의 강도라든가 탄력 등은 강한 편이다. 스키가 짧다 보니 폴 없이 타는데, 폴이 없으면 일단 손이 편해서 좋다는 큰 장점이 있긴 하지만 경사가 없는 평평한 곳을 움직일 때, 또는 얕은 언덕을 올라갈 때도 폴로 썰매질하듯이 올라갈 수가 없고 모두 스케이팅을 해야 한다. 그래도 원래 돌아다닐 때 폴대로 미는 것보다는 스케이팅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숏 스키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에 금방 익숙해졌고, 꽤 재미도 붙였다. 리프트 탈 때 약간 경사가 있는 데서 가만히 서 있을 때도 폴 없이 몸만 가지고 버텨야 하기 때문에 몸은 오히려 더 힘들다. 덕분에 스키 탄 다음 날 허리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첨엔 왜 이리 허리가 아픈가 고민을 했는데, 나중에 병걸이를 만나 얘기해보고 나서야 숏 스키를 탔기 때문에 그랬다는 결롤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스키를 용기로, 깡으로 타는 편이다. 조금 겁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슬로프도 곧잘 타는 편이다. 게다가 숏 스키는 긴 스키에 비해 컨트롤이 용이한 편이다. 짧다 보니 속도는 좀 덜 나는 편이고, 턴하기도 쉽고, 짧은 데 카빙이 들어가 있어서 턴할 때 카빙이 걸리는 맛도 상당히 쏠쏠하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휘닉스 파크에 갔을 때 상급자용 슬로프까지만 올라갔었지만, 이번에는 모글을 제외한 최상급자용까지 모두 타 봤다. 가장 재미있는 코스는 디지였는데, 정말 그 스릴은 상당했다. 35도의 경사각. 이거 별 거 아닐 것 같지만, 35도를 위에 올라가서 보면 장난이 아니다. 깎아지른 듯한 느낌이 든다. 예전 같으면 무서워서 두세번 턴하고 나서 좀 섰다가 다시 내려가고 했을 코스를 거의 쉬지 않고 내려가기를 여러 번 했더니 자신감도 생기고 스피드를 상당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V

돈만 적게 든다면 스키는 참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다. 혜선이가 스키를 워낙 무서워하는 바람에 같이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중에 아이도 생기고 하면 꼭 어렸을 적부터 스키 가르쳐서 잘 탈 수 있게 해 줘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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