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일본에는 애플 사용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도 애플을 쓴다고 했던 적이 있었고(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애플 관련 사이트들을 보다 보면 일본 사이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와서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어디 가서 아이북 쓱 펼치면 다들 한 번씩 와서 쳐다보고 이거 얼마냐, 쓸만 하냐, 등등등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힐끔거리면서 보고 가곤 했죠. 여기 일본에서는 아무도 맥 쓰는 거에 대해서 신경을 쓰질 않습니다. 별로 신기해 하지도 않고요...

얼마 전에는 연구실에서 발표를 하는데 Keynote 2를 썼습니다. 별로 얘기할 게 없어서 예쁘게라도 만들자는 생각에 각종 화면 전환 효과들을 많이 사용했죠. (사실 뽀대 나는 효과도 너무 많이 사용하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근데 반응들이 대체로 무덤덤... Presenter display(프로젝터 쪽으로는 그냥 프리젠테이션하고 있는 페이지만 디스플레이되고, 노트북의 LCD에는 지금 프리젠테이션 중인 슬라이드, 다음 슬라이드, 슬라이드 노트, 현재 시각, 프리젠테이션 시작하고 나서 경과한 시간 등이 표시됩니다. 조금만 적응되면 매우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를 본 몇몇 사람들은 그건 좀 신기해 하더군요. Powerpoint 2004에서 도입이 되긴 했지만, 윈도우용 파워포인트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키노트에서도 키노트 2에서부터 도입된 기능이라서 아직 별로 본 사람들이 없는 듯 합니다.

하여간 반응 그냥 무덤덤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화면 전환 효과 등 보여주면 사람들 다들 깜짝 놀라고 난리도 아닌데 말이죠. 심지어 박수 치시는 교수님도 계시고...(물론 두 번째만 봐도 그냥 무덤덤해집니다.)

연구실에도 제가 있는 사무실에 총 열 명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저를 제외하고 애플 사용하는 사람이 둘입니다. 뭐 한 명은 그냥 구형 G3 iMac을 책상에 놨을 뿐 자주 쓰진 않지만, 다른 한 명은 파워맥(G4)에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 20인치를 쓰고, 아이북도 씁니다. 그 옆방에도 일곱 명 중에 두 명이 애플 유저입니다. 그룹에 있는 17명 중에 애플 쓰는 사람 수가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어디 출판사나 디자인 사무실 가야 볼 수 있는 풍경... 일본 연구원이 한국에 애플 쓰는 사람들 많냐고 묻더군요. "not at all..."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츠쿠바는 아주 작은 도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제품 파는 데가 제가 가 본 곳만 해도 네 군데 정도 됩니다. 규모는 다들 우리 나라 웬만한 이마트 정도 규모는 됩니다. 정말 부럽죠... 근데 제가 가 본 컴퓨터 파는 매장에서는 전부 애플 제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어떤 데는 아이팟이랑 아이맥 정도만 팔기도 하지만, 또 어떤 데는 거의 모든 라인업을 갖춰놓고 팔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코엑스에 있는 애플 체험 센터처럼 잘 해 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애플 취급하는 매장이 이렇게 흔한 건 한국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일입니다.

아마도 일본이 세계에서 애플 사용자 비율이 제일 높은 나라일 거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듯 합니다. 물론 실험장비는 전부 PC를 씁니다. 몇몇 STM 컨트롤용 장비는 썬 워크스테이션(Solaris 돌립니다.)에서 돌아가긴 합니다만... 아직 하버드의 Westervelt 그룹처럼 실험까지 전부 맥으로 하는 데는 못 봤습니다...

애플에서는 맥 유저들이 별로 괴로울 것 같지 않습니다. 일어를 못 하는 관계로 일본 사이트들을 많이 돌아다녀본 것은 아닙니다만, 맥에서 본다고 해서 레이아웃이 깨진다거나 하는 사이트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물건 구입한 경험은 일본 애플 스토어에서 뭘 산 것 뿐이지만, 맥에서 주문하고 카드 결제하는 데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상당히 아이러닉한데, 한국의 애플 스토어는 빌어먹을 공인 인증서 문제 때문에 애플 스토어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에서 결제를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이렇게 심하게 MS 플랫폼에만 기대고 있는 시스템을 정부 주도로 강제 시행하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물론 정부에서는 "꼭 MS만을 강요한 것은 아니다. 벤더들이 MS에서만 돌아갈 수 있게 프로그램을 내 놓았을 뿐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정부에서 특이한 표준을 제정해서 보통 웹에서 일반적인 표준으로 통하고 있는 것 외에 별도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결제/인터넷 뱅킹을 해야만 하도록 해 놓고서는, 회사들에서 MS OS/MS IE 전용으로만 프로그램을 내 놓아도 아무 말도 안 합니다.)

괜히 삼천포로 흘러갔는데, 하여간 일본에는 맥 유저들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에도 맥 유저들이 더 이상 괴롭지 않은, 그런 시기가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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