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매일 필름 카메라만 가지고 다닌다.
D70은 집에서 와이프가 아기 사진 찍을 때만 주로 쓰고, 나는 FM2로 시간이 나는대로 사진 찍고...

(FE는 셔터스피드에 문제가 있어서 원래 파셨던 분께 환불을 받았다. 다행히 좋은 판매자 분을 만나서 환불 받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관용도 좋은 네가티브로는 사진 잘 나오고 괜찮았는데 혹시 슬라이드 필름을 쓴다든가 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그걸 환불 받고는 FM2랑 MF 50mm 1.4 렌즈 장만... 출혈은 컸지만 매우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필름을 사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바로 필름 특유의 색감. 필름을 다른 걸 쓰면 마치 CCD를 다른 걸 쓰는 것처럼 색감 및 입자감 등이 달라지는데,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센서를 마음대로 바꿔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는 슬라이드 필름보다도 관용도가 좁아서 광량차가 큰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이 허옇게 날아가거나 꺼멓게 먹어버리는 문제가 자주 생기는데 필름을 쓰면 그런 문제에서 꽤나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물론 디카는 바로바로 확인을 하고 다시 찍으면 되기에 관용도가 좁다는 게 조금 불편할 뿐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디카로도 컬러 커브를 조절하면 다양한 색감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게 영 귀찮은 일이라...

어쨌든 지금까지 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필름을 써 봤다. 지금까지 써 본 필름은 후지필름의 오토오토 200(한 통), 리얼라 100(세 통), Pro 400H(두 통), 코닥의 Portra 160VC(세 통), TMAX 400(두 통, 하나는 두 스탑 증감) 이렇게 총 열한 통이다... 이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건 코닥 포트라 160VC와 후지필름 Pro 400H. 매우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묘한 색감이 맘에 든다. 리얼라는 첫 롤을 찍었을 때는 영 맘에 안 들었었는데 두 통을 더 찍어 보니 쓰면 쓸수록 맘에 든다. 첫 롤을 현상해 보고는 지금 있는 거 써 보고 웬만하면 안 쓸 생각이었는데, 가끔 써 줘도 좋을 듯. 가격도 착한 편이고...

오토오토 200은 지난 번 포스팅에서 사진을 올렸으니 생략.

리얼라
후지필름의 중가 필름 중 단연 제일 유명한 필름. 감도는 100. 색감이 꽤 강한 편이고, 처음에는 입자가 거칠고 색감이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싫었으나  좀 쓰다 보니 나름 매력이 있는 듯...  입자가 거칠게 느껴졌던 건 그 때 찍을 때  노출이 좀 언더가 나서 그랬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 중. 지금 다시 보니  매우 고운 편인 듯. 가격도 괜찮고 해서 종종 애용해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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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라 160VC
VC가 vivid color라는 뜻에서 VC라는데, 색감이 그리 강렬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 빠진 듯한 특이한 색감 때문에 포트라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160NC(natural color. 색이 더 옇다고 함)도 새로 한 통 주문했는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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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400H
NPH 400의 후속 필름이라고 하는데, 비싸긴 하지만 돈이 아깝진 않다. 400이라고 해서 입자가 상당히 거칠 줄 알았는데, 입자도 매우 곱고 색감도 포트라처럼 예쁜 파스텔 톤이 나와서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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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AX 400
흑백 필름이라서 찍고서 서부서울역 근처에 있는 미미현상소라는 데 가서 현상을 해 왔는데, 코스트코에서 스캔을 할 때 그 쪽에서 오퍼레이터가 실수를 했는지 스캔 품질이 완전 꽝이다. 흑백이 중간 색이 없고 까만색과 흰색 밖에 없는 듯... 인화를 해 봐야 실제 사진이 어떻게 나온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미 현상소에 다시 두 번(맡기러 한 번, 찾으러 한 번) 다녀오기가 너무 귀찮아서 아직 인화를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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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들을 살 때 연말까지는 쓸 줄 알았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다 써 버렸다.
그래서 또 필름을 주문... 이번에도 네오픽스몰에 주문했는데, 다 한 통씩만 주문했다. 이번에 온 것 다 써 보면 이제 대충 유명한 필름은 한 번씩 써 보게 될 듯.

Agfa
Vista 400 1500원

Fuji Film
Velvia 50 7300원
Provia 100F 5600원
Provia 400F 9000원 (유효기간 2007년 9월)
(이 셋은 모두 슬라이드 필름...)

Kodak
Pro Image 100 2400원
Portra 160NC 5000원
TX 400 5200원 (흑백)
Ultra 100UC 6800원
Ultra 400UC 7000원

Konica
Centuria 100 1800원

Rollei
Retro 100 4800원 (흑백)
Retro 400 4800원 (흑백)

총 12롤...

나중에 간단하게 사용소감 올려야쥐....
얼마 전에 필름 vs. CCD/CMOS에서도 계속 필름 바디에 눈이 간다고 쓰긴 했는데...
결국 지르고 말아 버렸다.
Nikon FE 사진

사진출처: Photography in Malaysia


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물건.
Nikon FE. 1972년에서 1983년까지 생산됐기 때문에 아무리 후기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나이가 스물 네 살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롱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는지 아니면 전 사용자들이 곱게 써서인지 세월의 흔적은 꽤나 적은 편이다. 신동품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흠집도 별로 없고 찍히거나 찌그러진 부분도 없고, 스폰지들만 많이 눌려서 교체를 해 줘야 하는 수준... 스폰지는 실험실에서 굴러다니는 검은 압축 스폰지와 양면 테이프를 써서 교체해 줄 생각이다.

요즘 나오는 니콘 F-mount 렌즈도 어차피 대부분 (조리개 링이 렌즈에 달려 있지 않은 G 타입 렌즈랑 크롭 포맷에 맞춰 만들어지는 DX 렌즈는 제외) 쓸 수 있기 때문에 바디만 샀다. 지금 가지고 있는 렌즈 중 이 바디에 물려서 쓸 수 있는 렌즈는 AF 50mm f/1.4D 렌즈와 AF micro 105mm f/2.8D 렌즈 두 개. 아빠 번들만 DX 타입이면서 G 타입이라 쓰지 못한다. 아빠 번들은 어떻게 보이는지 한 번 마운트해 보니, 전 구간에서 고르게(ㅠㅠ) 비네팅이 심하게 발생하더만...

토요일날 거래를 하고 나서 렌즈 마운트도 해 보고 공셔터도 날려보고 하다가 일요일 오후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필름을 파는 곳을 찾아보니, 정말 요즘은 동네 슈퍼에서 필름 사기도 힘들다. 오토오토 200 36방짜리를 (그것도 유효기간 좀 지난 걸) 3200원이나 주고 구입. 동네에서 좀 찍고, 집 안에서도 좀 찍었다. 집 안에서는 셔터스피드가 안 나와서 플래시(D70용으로 산 메츠 54MZ-4i)를 달고 플래시를 오토 모드로 해 놓고 ISO, 렌즈 초점거리, 조리개값 일일이 수동으로 넣어줘 가면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디카처럼 바로바로 확인이 안 되니 상당히 답답하다. D70에 달아서 찍을 때도 오토 모드로 찍으면 꽤 잘 찍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i-TTL로 찍는 것보다 낫기도 한 듯) 이번에도 굳이 가이드 넘버랑 거리 계산해서 조리개 수치 조절하거나 광량 조절하는 방법을 쓰지 않고 과감하게 오토 모드로 찍어 버렸는데, 과연 잘 나올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하진이 쓰던 수동 플래시 보면 플래시 뒤쪽에 iso 값, 거리별로 조리개 수치가 적혀있는 것 같았는데, 요즘 나오는 자동 플래시에는 그런 표 같은 게 적혀 있을리 만무하다... 오토 모드로 플래시 터뜨린 사진이 영 좋지 않으면 대략 낭패...

디카로 찍을 때는 정말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댔는데, 필름은 아까워서 그렇게 하질 못한다. 게다가 바로 확인도 안 되니 참 불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사진 찍고는 조금 구도를 바꿔서 다시 셔터를 누르려다가 (필름 로딩이 수동이기에) 셔터가 안 눌리는 걸 발견하거나, 사진 찍고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어 무의식적으로 카메라 뒷면을 바라보고는 아무것도 없음에 당황하곤 한다. 정말 DSLR하고 느낌 차이가 많이 안 나는 F80, F100이나 F5, F6 같은 필름 바디 쓰는 사람들이 다른 DSLR 쓰는 사람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면 세 장씩 찍어버리고는 바디 뒷면 바라보고 "어, 필름이네"라고 놀란다는 하소연에 공감이 간다...

마음이 급해서 학교 후생관 사진부에 현상+스캔을 맞겼는데, 5500원이나 달란다. 첫 롤이 그렇고, 여러 롤을 맡기면 두 번째 롤부터는 2500원씩이라는데, 지금이야 워낙 사진을 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 그런 거고, 담부터는 코스트코 가서 1500원에 현상+스캔해 주는 걸 활용해야지... 코스트코는 지금까지 총 세 번 연회비를 냈는데, 본전을 제대로 뽑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회원 가입하고 1년에 많아야 3-4번 가서 쇼핑한 듯... 필름 바디를 영입했으니 앞으로 자주 현상+스캔해서 본전 좀 뽑아봐야지...

학교에 와서는 또 다른 걸 지르고 말았다. 필름 바디를 샀으니 필름을 사야 사진을 찍을 것 아닌가... 이왕 사는 거 남들이 좋다는 거 왕창 질렀는데, Fuji Pro 400H(NPH400 후속) 세 통, TMY400(TMax 400) 두 통, 포트라 160VC 세 통, 리얼라 세 통... 이렇게 총 열한 통이나 되는 필름을 질렀다. 거기다가 필름 바꿔가면서 찍을 일에 대비(?)해서 필름 피커까지 한 개 장만. 총 52700원이나 쓰고 말았다.

이 정도면 올 연말까지는 쓰고 남겠지...?
일주일 전 쯤에 바위에 올렸던 글...

어제 하진이랑 잠시 채팅하다가 미놀타 5400-II라는 필름 스캐너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물건인지 사용기를 뒤져봤다.

SLR클럽의 사용기 (로그인해야 보임)

필름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필름마다 차이는 있지만) 색감이 꽤 과장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 (진득한 색감이라고들 표현하기도 하는 듯) 그런 사진을 보면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는데, 위 사용기에 올라와 있는 스캔한 사진들을 보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건지 필름으로 찍은 건지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

요즘은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도 특별히 광학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인화해주는 곳에 찾아가지 않으면 현상한 필름을 스캔한 다음 디카 사진 뽑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인화를 해 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필름을 직접 라이트박스 위에 올려 놓고 보거나 프로젝터 사서 스크린에 띄워 보고 즐기는 게 (이것도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지 않는 이상 재미 없고) 아닌 바에야 대단한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필름 사진을 즐기는 것은 정말 힘든 듯...

정말 LP vs. CD하고 거의 비슷한 스토리가 되는 것 같은데, CD에 대한 불신은 사실 CD 제작의 초창기에 있었던 여러 문제점들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CD가 자리를 잡으려고 하던 시기, 디지털 오디오 기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던 반면 테이프(보통 떠올리는 조그만 카세트 테이프 말고, 거대하고 놀라운 음질을 자랑하는 테이프)와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하는 아날로그 오디오 기술은 거의 정점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시절 LP들은 음질이 뛰어나기 짝이 없었고, CD들은 열악한 음질을 내보이고 있을 수 밖에... 마치 스테레오 초창기에 모노 녹음된 음반들이 스테레오 음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음질을 보였던 것처럼...

과연 훌륭한 광원을 쓰고, 먼지나 스크래치 자국 없이 깨끗하게 스캔하고 색감 조절 잘 해서 스캔한 필름 사진과 디카 사진을 대 놓고 필름으로 찍은 건지 디카로 찍은 건지 구분해내라고 하면 구분이 가능할까? 현상비까지 합치면 필름 한 롤에 4000원 정도씩은 들어가고, 웬만한 현상소 스캔이 맘에 안 들면 한 롤에 거의 최소 한 시간 씩은 투자해서 스캔해야 하는데 135 포맷 필름 사진을 즐기는 것이 사진의 질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근데... 그런데도 장터에서 필름 바디 가격을 검색하고 사용기를 읽어보고 있는 나는 뭐란 말인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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