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9월 15일에 파종한 얘기를 썼는데, 안타깝게 첫 파종은 대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스펀지에 씨앗을 너무 깊이 집어넣은 게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많은 씨앗들이 제대로 빛을 보러 나오지 못했고, 일부만 발아가 되었으며, 그 중에도 살아남은 건 몇 개 되지 않았다.



위 사진이 파종한지 6일 됐을 때의 모습이다. 살아있는 놈이 거의 얼마 안 된다. 처참한 발아율... 씨앗을 너무 깊숙이 넣어서 그런지 씨앗들이 제대로 살아남지 못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놈들만 모아서 따로 배양액이 담긴 통으로 옮겼다. 배양액은 수경재배 키트에 들어있던 걸 썼는데, 일단 소량만 만들려니까 은근히 양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TDS 측정기(샤오미 수질측정기)로 TDS가 500 ppm 정도가 되도록 맞춰서 500 mL 정도를 만들었다. 요리용 1g 단위 측정 가능한 저울로는 이 정도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지금 살아남은 단 일곱 개 뿐인 상추들의 모습. 어떤 게 로메인이고 어떤 게 적치마 상추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치마 상추가 발아율이 높았기 때문에 아마도 적치마가 더 많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이런 불상사를 겪고 어제 발아를 다시 시도했다. 전에 실패한 스펀지들을 그대로 재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씨 일부가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얕게 심었다. 그리고 씨앗이 마르지 않도록 휴지를 한 장 덮고 그 위에 물을 뿌렸다. 



오른쪽에는 좀 큰 스펀지들이 보이는데, 그 스펀지에는 허브 씨앗을 심었다. 파슬리 로즈마리 타임 바질, 이렇게 네 가지 허브를 한 화분씩 키워서 요리할 때 잎 뜯어 넣는 용도로 쓸 계획이다. 타임 씨앗은 정말 작다. 지금까지 본 씨앗 중에 거의 제일 작은 것 같았다. 파슬리가 은근히 씨앗이 크고 단단하다.


이번에는 부디 발아가 잘 되어 본격적으로 수경재배기를 돌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경재배 키트도 좀 더 조립을 했다. 원래 보내온 왕자행거가 안타깝게도 우리 집 베란다 화분 놓는 구역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수직봉으로 바닥과 천장 사이에 고정하는 왕자행거를 주문했는데, 그걸 받아서 베란다에 설치했다. 원래 키트에 들어있는 왕자행거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이건 그게 안 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설치해 놓고 고정해서 쓸 생각이라면 이동형 왕자행거에 비해 좀 더 깔끔해 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위 사진은 키트를 대충 조립한 사진. 아래쪽에 있는 흰 통에 배양액이 들어가고, 행거에 달린 금속 브라켓이 수경재배 필드를 지지하는 구조다. 저 필드도 플라스틱으로 가볍고, 그 속에 배양액도 가득 차 있지 않고 바닥에 거의 1 cm 미만으로 깔려서 흘러가는 정도인 데다가 식물이 담기는 화분도 구멍 숭숭 뚫린 플라스틱 화분이고 화분 안에도 스펀지와 난석만 조금 들어가 있어서 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왕자행거로도 지지력은 충분하고 넘치는 수준이다. 오른쪽 사진은 일단 필드까지 다 꽂은 상태. 여기에 배관 연결하고, 발아 끝내고 본잎이 5-6장 정도까지 나면 화분으로 옮겨서 저기에 집어넣고 본격적으로 키우는 거라고 한다. LED 고정은 적당히 글루건과 나무조각이나 골판지, 고무줄 등을 활용해서 해 줘야 할 것 같다. 정식으로 하려면 재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아직 베란다에 짐이 잔뜩 쌓여 있어서 정리가 안 돼 있고, 베란다에 전원 플러그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 전원 플러그가 없으면 끌어와야 하는데 대체 어디서 끌어와야 하나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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