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망용 소프트웨어는 그 태생상 뭔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원래 존재하는 소프트웨어를 그 회사의 (특히 높은 분들의) 취향에 맞춰서 고치다 보니 뭔가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고, 사후관리도 잘 안 되고, 책임 질 만한 사람도 잘 없고 그렇더라고요.

게다가 비용도 많이 들어서, 회사 내에 인트라넷 담당 직원을 한 명만 운영하려고 해도 (사내망용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가 그 사람이 하는 유일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 1년에 2-3천만원은 인건비로 들어가게 마련이지요.

내가 만약 회사라든가 조직을 운영한다면 Google Apps + 37signals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모음 같은 것을 적극 활용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직원이 만 명이 넘어가는 큰 회사라면 어느 정도 자체 사내망 구축을 고려해 볼 만할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자체 사내망과 사내망용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비용, 별도 서버를 운용하는 비용,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규모가 큰 시스템 개발 및 유지보수 비용, 인건비 등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만 하죠.

더 좌절스러운 건, 그렇게 많은 돈을 잡아먹는데도 불구하고 사내망이라는 것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적어도 내가 주변에서 만나본 직장인들은 대부분 자기 회사 사내망을 그다지 만족스럽게 여기지 못하더라고요. 사내망 소프트웨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데, 직원들이 “협업에 도움이 될 만한 걸 찾기가 힘들어요”, “내가 이거랑 씨름하다가 오늘 하루 다 보냈다니깐...” 이런 소리 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 아닐까요?

비용과 만족도 면에서 볼 때 구글 앱스는 정말 훌륭한 해결책인 것 같아요. 사용자 수에는 제한이 없고 사용자 한 명당 1년에 50불씩 받더라고요. 이 정도면 기꺼이 낼 만하죠. 예를 들어 직원이 100 명이라면 일년에 5000불 정도 들 텐데,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이메일 서비스, 꽤나 쓸만한, 그리고 협업 환경에서는 때에 따라 최선의 솔루션이 될 수 있는 구글 독스, 구글 캘린더 같은 걸 그 정도 비용으로 사내망용으로 쓸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게다가 시스템 점검이니 뭐니 하면서 시스템 장애를 일으키는 일도 거의 없어요. 이런 걸 자체 구축한다거나 별도 호스팅 업체 같은 데 맡겼을 때 비용, 만족도 면에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긴 힘들 것 같아요.

37signals 같은 데서 나오는 각종 앱들도 마찬가지. 여기서는 구글 앱스하고 별로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중소기업 정도 규모에서 업무에 필요한 앱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꽤 만족스러워 보여요. 예를 들어 프로젝트 관리용 앱인 basecamp의 경우 제일 비싼 플랜이 사용자 수와 프로젝트 개수는 무제한인데다가 75 GB까지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건데, 한 달에 149불이예요. 괜찮은 가격 아닌가요?

사람들이 보안 관련해서도 걱정을 많이 하는데, 구글이나 37signals 같은 회사에서 자기 회사 정보를 빼갈까봐 걱정인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회사 내부에 서버를 놓고 돌린다고 해서 딱히 더 보안이 훌륭할 것 같지도 않아요. 오히려 더 안 좋으면 안 좋았지 말이죠. 데이터 안전성도 마찬가지. 언제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리거나 죽어버릴지 모르는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보다는 저장소가 여러 겹으로 분산돼 있는 구글이나 37signals 같은 회사의 서버 쪽이 훨씬 더 믿음직한 것 같아요.

글 써 놓고 보니 무슨 구글, 37signals 광고글처럼 되고 말았군요. 난 뭐 이 두 회사랑은 아무 이해관계 없으니깐 상관 없어요. 그냥 사내망에 불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보다 보니 든 생각이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