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쯤에 바위에 올렸던 글...

어제 하진이랑 잠시 채팅하다가 미놀타 5400-II라는 필름 스캐너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물건인지 사용기를 뒤져봤다.

SLR클럽의 사용기 (로그인해야 보임)

필름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필름마다 차이는 있지만) 색감이 꽤 과장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 (진득한 색감이라고들 표현하기도 하는 듯) 그런 사진을 보면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는데, 위 사용기에 올라와 있는 스캔한 사진들을 보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건지 필름으로 찍은 건지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

요즘은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도 특별히 광학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인화해주는 곳에 찾아가지 않으면 현상한 필름을 스캔한 다음 디카 사진 뽑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인화를 해 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필름을 직접 라이트박스 위에 올려 놓고 보거나 프로젝터 사서 스크린에 띄워 보고 즐기는 게 (이것도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지 않는 이상 재미 없고) 아닌 바에야 대단한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필름 사진을 즐기는 것은 정말 힘든 듯...

정말 LP vs. CD하고 거의 비슷한 스토리가 되는 것 같은데, CD에 대한 불신은 사실 CD 제작의 초창기에 있었던 여러 문제점들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CD가 자리를 잡으려고 하던 시기, 디지털 오디오 기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던 반면 테이프(보통 떠올리는 조그만 카세트 테이프 말고, 거대하고 놀라운 음질을 자랑하는 테이프)와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하는 아날로그 오디오 기술은 거의 정점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시절 LP들은 음질이 뛰어나기 짝이 없었고, CD들은 열악한 음질을 내보이고 있을 수 밖에... 마치 스테레오 초창기에 모노 녹음된 음반들이 스테레오 음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음질을 보였던 것처럼...

과연 훌륭한 광원을 쓰고, 먼지나 스크래치 자국 없이 깨끗하게 스캔하고 색감 조절 잘 해서 스캔한 필름 사진과 디카 사진을 대 놓고 필름으로 찍은 건지 디카로 찍은 건지 구분해내라고 하면 구분이 가능할까? 현상비까지 합치면 필름 한 롤에 4000원 정도씩은 들어가고, 웬만한 현상소 스캔이 맘에 안 들면 한 롤에 거의 최소 한 시간 씩은 투자해서 스캔해야 하는데 135 포맷 필름 사진을 즐기는 것이 사진의 질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근데... 그런데도 장터에서 필름 바디 가격을 검색하고 사용기를 읽어보고 있는 나는 뭐란 말인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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