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참쉬운 수경재배에서 주문한 하이드로가든 3단 행거킷이 추석 연휴 전날에 배송됐다. 하이드로가든 3단 행거킷에는 다음과 같은 아이템들이 들어있다.


  • 왕자행거
  • GG 필드 6개 (그 중 두 개는 입수구-출수구 모델, 네 개는 출수구-출수구 모델)
  • 필드 거치대 3 세트 (총 6개)
  • 포트 49개 (필드 하나당 8개씩 총 48개 설치 가능)
  • 52리터 배양액 통 (입수용 퀵커넥터가 두 개 있음)
  • 입수 호스, 출수 호스 (호스 직경이 다름)
  • 난석 (혹시 모자랄까, 더 사야 하나 걱정했는데 전혀 모자랄 것 같진 않음)
  • 20W 수중 모터
  • 수경재배 스펀지
  • 비료
  • 전원 타이머 (타이머가 왜 필요한가 했더니 포트에 옮겨심은 식물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배양액을 항상 순환시키지 않고 한 시간에 15분 정도씩만 돌리라고 되어 있다. 배양액 순환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요금도 예상치의 1/4 정도면 충분할 듯)
  • 씨앗 (적치마 상추 3000립 한 팩)

기본으로 주는 씨앗이 정해져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로메인을 주로 키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로메인 씨앗을 보내달라고 했다. 재고가 있으면 로메인 씨앗으로 보내주시겠다고 게시판에 답변을 해 주셨었는데, 없었는지 그냥 적치마 상추 씨앗을 보내주셨다.

오픈마켓을 보니 다이소에서 각종 씨앗도 다양하게 파는 것 같아서 막히는 길을 뚫고 한참을 운전해서 찾아갔다. 근데 막상 오프라인 매장에 가 보니 (나름 2층짜리 큼직한 매장인데도) 씨앗은 4-5 종류만 팔고 있었다. 그 중에 로메인은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더 가까운 종묘사에 가서 씨앗을 사 왔다. 처음부터 그렇게 할 걸 괜히 다이소까지 갔다. 로메인, 청경채, 케일 씨앗을 사 왔는데, 씨앗이 은근히 비싸다. (세 종류에 8천원 준 것 같다. 원래 우리 둘째의 의견에 따라 브뤼셀 스프라우츠(미니 양배추)도 집었으나 재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내려놓았다. 하긴 브뤼셀 스프라우츠가 워낙 키가 크게 자라는 놈이라 우리가 사용할 수경재배 키트에는 안 어울리기도 했을 것 같다.) 허브 씨앗도 사고 싶었는데 안 팔았다. 몇 군데 돌아봤는데, 허브 씨앗은 그냥 인터넷에서 사라는 답변을 들었다.


위 사진에서 맨 왼쪽이 키트에 포함되었던 적상추 씨앗이고, 나머지 셋은 종묘사에 가서 사온 씨앗이다. 결국 구하지 못한 허브 씨앗은 지마켓에서 주문했다. 이번 주 중에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수경재배는 씨앗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모종을 사서 시작할 수도 있다. 모종을 사서 시작하면 결과물도 훨씬 빨리 얻을 수 있고, 발아하는 수고를 덜 수 있긴 하지만, 모종이 흙에 담겨 오기 때문에 수경재배를 하는 경우에는 다른 단점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모종에 (그리고 모종과 함께 온 흙에) 병충해의 원인이 딸려오는 것이다. 병충해 신경 쓰기 싫어서 수경재배를 했는데 모종에 딸려온 병충해 때문에 고생하면 억울하지 않은가! 그리고 뿌리에 묻어있는 흙 때문에 배양액이 오염되는 것도 골치 아프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냥 깨끗하게 씨앗으로 싹 틔우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발아에 실패하거나 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해 봐야지.

발아할 때는 아래와 같은 수경재배 스펀지를 사용한다.



몇 가지 사이즈가 있는데,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씨앗을 심기 좋게 가운데 홈이 나 있고, 잡아당기면 육면체 단위로 쉽게 뜯어져서 씨앗을 틔운 후에 재배용 화분으로 스펀지 채로 옮겨심기 좋다.


(씨앗을 물에 불려서 냉장고에 3-4일 넣어 뒀다가 꺼내서 싹을 틔우면 발아율이 올라가고, 시간이 잘 맞춰져서 모든 씨앗들이 거의 비슷하게 올라온다고 한다. 이번에는 그걸 잘 모르고 그냥 마른 씨앗을 스펀지에 넣고는 물에 적셔서 발아시키고 있다. 나처럼 소규모로 베란다에서 할 때는 씨앗을 여러 개 심고 솎아내는 게 큰 일이 아니어서 발아율이 좀 떨어져도 무방한데, 본격적으로 커다란 식물공장을 운영할 때는 솎아내는 것도 인건비가 들어가는 일이라 발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큰 일일 것 같다.)


일단 적상추와 로메인만 싹을 틔우기로 했다. 적상추 12개, 로메인 32개, 총 44개의 스펀지를 이용했고, 스펀지 한 칸에 씨앗을 세 개씩 집어넣었다. 나중에 싹이 잘 트고 나서 어느 정도 크면 하나씩만 남기고 솎아내서 더 키운 후에 수경재배 포트로 옮기고 본격적인 수경재배를 시작할 예정이다. 48개의 재배포트를 쓸 수 있으니 나머지 네 칸에는 몇 가지 허브를 키워볼 생각이다. (바질, 로즈마리, 타임, 파슬리. 이 네 작물을 선택한 이유는 집에서 요리할 때 즐겨쓰는 허브이기도 하지만, 상추 계열하고 비슷한 배양액 농도에서 자랄 수 있는 허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상추와 로메인은 씨앗 모양이 거의 똑같다. 2-3 mm 정도 길이의 길쭉한 모양인데, 다행히(?) 적상추는 씨앗이 약간 보라색이라서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었다.



씨앗은 저 정도로 스펀지 윗면에서 3 mm 정도 깊이에 들어가게 넣었다. 좀 얕게 넣은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자리를 잘 잡길 바란다. (식물 전문가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보니 너무 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다음엔 더 얕게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핀셋으로 씨앗을 세 개씩 스펀지에 집어넣고 있는 아동노동의 현장아이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씨앗을 집어넣은 스펀지는 적당한 그릇에 담아 물을 적셔야 한다. 마침 며칠 전에 받은 아이스크림 케익 통이 남은 게 있길래 거기에 물을 좀 넣고 스펀지를 넣었다. 떡잎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두운 데 두는 게 좋다고 해서 뚜껑도 덮어놓았다.



스펀지 높이의 1/3 정도가 되도록 물을 붓고 스펀지를 손바닥으로 쭉 눌러서 공기가 한 번 빠져나가고 물을 쭉 빨아들이게 적셔준 다음에 뚜껑을 덮어 두었다.


이렇게 한 게 9월 15일 저녁. 이제 4일이 다 되어 가는데 싹이 머리를 내민 게 몇 개 나타난 정도다. 몇 시간 만에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글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잘못 본 건가... ㅠㅠ (싹이 나는 데는 빨라도 이틀은 걸리고, 일주일을 기다려야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제 싹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햇빛도 쪼여주고 잎이 몇 개 나오면 맹물이 아닌 낮은 농도의 배양액을 써 줘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본잎이 4-5개 정도 되면 재배용 포트로 옮겨 심고 본격적인 수경재배를 시작하게 될 듯하다.


우리 집 베란다 구조 때문에 아직 수경재배 키트는 전혀 조립을 하지 않았다. 베란다에 화분 같은 거 놓을 수 있는 구획이 (얕은 콘크리트 턱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공간에 왕자 행거가 들어가질 않는다. 왕자행거의 깊이(앞뒤 간격)가 43 cm 정도라는데 그 공간은 깊이가 38 cm가 조금 안 된다. 배양액 통으로 쓰이는 52 L 짜리 플라스틱 통이 들어가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깔끔하게 거치대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은근히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서 (채소값 아낄라고 시작한 건데 말이지 ㅠㅠ) 안타깝게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지마켓에서 이동형이 아닌 바닥-천장 고정형 왕자행거를 주문했다. 키트에 포함된 필드 거치대(지름 28-32 cm의 봉에 끼울 수 있게 되어 있음)와의 호환성을 감안해서 수직 봉 지름도 맞고 수평 간격도 75 - 130 cm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물건으로 고르다 보면 링크된 것 중 B형을 고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17,900원의 가격에 대단한 사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쓸 경우 제일 저렴한 2020형을 사용하더라도 이런저런 부품 포함하면 5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것 같았다. 3030 프로파일 쓰면 10만원도 넘길 기세...) 어쨌든 못 쓰게 된 이동형 왕자행거는 애들 방 옷걸이로 다시 태어났으니 다행이다.


식물별로 적절한 배양액 농도가 있어서, 물에다가 비료를 탈 때 그 농도를 잘 맞춰야 한단다. TDS (Total dissolved solids) 농도나 전기전도도(EC; Electro-conductivity)를 측정하는 장비가 있으면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한다. 일단은 저렴하게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샤오미의 수질측정기를 주문했다. (9900원) 나중에는 EC 센서를 사든 만들든 해서 배양액 농도 모니터링/제어도 해 보고 싶지만 일단은 간단하게 배양액 농도를 수동으로 맞추는 정도에 만족해야지.


추석 연휴가 끝났으니 조만간 행거랑 허브 씨앗이랑 수질 측정기가 배달될 것 같다. 싹이 좀 올라오면 배양액 만들어서 싹 튼 스펀지에 주고, 햇빛도 많이 쬐어주고 (모자라면 LED 띠가 오기 전까지는 애들 책상의 LED 스탠드라도 임시로 투입해야지 ㅠㅠ) 해야 한다. 베란다도 아직 이사의 여파가 다 가시질 않아서 어수선한데 얼른 정리하고 행거 달고 수경재배기를 설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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