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태어난 두리는 2004년부터 우리랑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정말 조그만 아가였죠. 태어난 지 두 달 좀 넘은 강아지를 데리고 왔어요. 친구 아버지 사무실에 가서 처음 얘를 받아왔을 때는 아직 걸음걸이도 무르익지 않았고, 씨츄 같은 다른 애완견 성견보다 작은 조그만 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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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왔던 날 밤이 아직도 생각나요. 엄마랑 형제들한테서 떨어지고 환경이 바뀐 것이 무섭고 낯설었는지 밤새 낑낑대고 잠도 잘 안 자고 돌아다녔죠... 처음 우리 집에 데려오던 날, 라면 상자에 넣어서 데려왔는데, 중간에 잠시 이마트에 먹이랑 밥그릇 같은 걸 사러 들러서 차에 그냥 뒀었는데, 어느 새 라면 상자를 혼자 넘어서 나와서는 차 한 구석에 들어가 있던 모습도 기억나네요... 그 때는 정말 작고 귀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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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코카는 코카인지라... 몇 달 안 되어 금새 성견이 되고 말았어요. 웬만한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중형견다운 몸집을 갖게 되었죠. 게다가 활동량이 많은 코카들에게는 아파트는 정말 비좁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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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엄마, 아빠가 나갔을 때는 혼자 10시간이 넘게 집을 지켜야 했던 두리에게도 잠시 친구가 생겼었습니다. 외할머니가 데려오셨던 병아리 두 마리... 두리가 잡아먹거나 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냥 뒀더니 나중에는 서로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이가 되긴 하더군요.... 이 병아리들은 너무 잘 커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에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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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커다랗지만 겁이 많고, 사람을 아주 좋아합니다. 머리에 뭔가 씌우면 그게 그리 어색한지 고개를 쑥 빼고는 잘 걷지도 못해요...

그런 두리가... 지난 달 결국 거실 생활을 청산하고 베란다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렇잖아도 정언이 때문에 할머니, 외할머니가 두리 베란다로 보내자는 주장을 계속 하셨는데, 아빠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던 날을 계기로 두리는 그냥 베란다로 쫓겨나고 말았어요. 미안한 마음에 엄마가 좋은 집도 하나 사 줬지만, 항상 집 안으로 다시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두리는 호르몬 문제 때문에 상상임신을 한 상태예요. 새끼를 한 번도 나아보지 않았는데도 젖이 불고, 심지어 젖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성격도 약간 날카로워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젖이 너무 분 것 같기도 하고,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해서 어제는 동물 병원엘 갔어요.

눈치는 또 어찌나 빠른지 아빠가 밖에 데리고 나가려는 걸 알고는 빨리 나가자고 창문을 벅벅 긁고... 난리도 아니었죠.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별 다른 문제는 없는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자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중성화 수술을 권하시더라고요...

과연 두리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킬지 안 시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뛰어놀기 좋아하는데도 게으른 아빠를 만나서 한 달에 한 번도 못 나갈 때도 있어서 너무 불쌍합니다.

제가 좀 더 부지런해져서 자주 산책을 시켜줘야 되겠어요...

미안하다, 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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