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으나, 계속 미루고 미뤘던 일 한 가지를 했다. 바로 자전거 완전 분해정비를 맡긴 일.


자전거 완전 분해정비(overhaul)는 자전거에서 분해할 수 있는 모든 부품들을 다 분해한 다음 꼼꼼히 하나씩 때 빼고 광 내고, 교체할 것 있으면 교체하고, 그리스나 오일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발라주고 한 다음 다시 조립하는 걸 말한다. 당연히 숙련된 자전거 수리공이 해야 할 일이고, 은근히 공구류도 많이 필요한 일이다.


이걸 미뤘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효용가치 때문이었다. 자전거 완전 분해정비는 가격이 10-20 만원이 드는 일인데, 내 자전거가 그 정도 유지비를 기꺼이 지불할 만한 고급품이 아니다 보니 매번 고민하다가 미뤄왔다.


하지만 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도 이미 3년 반이 됐고, 주행거리도 4,600 km 정도가 됐는데 딱히 교체한 소모품도 없다 보니 체인, 스프라켓, 변속기 및 브레이크 케이블, 바테이프 등 교체해야 할 게 많았다. 어차피 교체할 때 공임 들어갈 거 감안하면 조금 더 보태서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나서 갈아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해정비 업체를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집 가까운 곳 중에서는 당정동에 있는 알톤 군포점(구 바이키 군포점)이 괜찮다는 평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도 자전거 여행이라는 괜찮은 자전거 샵이 있는데, 그 샵 사장님은 분해정비 서비스를 안 하시는 것 같았고 로드 자전거보다는 MTB에 더 집중하시는 분위기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로드 자전거 분해정비하시는지 여쭤보기라도 해야겠다.


지난 토요일, 큰 맘먹고 차에 자전거를 싣고 샵을 찾아갔다. 위치가 당정역 바로 근처라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맡기고 전철 타고 와도 되긴 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자전거를 타고 싶지가 않았다.


영업시간을 잘 모르고 갔는데, 마침 내가 갔을 때가 딱 두 시, 사장님이 막 영업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여셨을 때였다. 자전거를 거치대에 걸고 여기저기 꼼꼼히 보셨는데,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을 많이 찾아내 주셨다. 우선 헤드셋 유격이 심하다는 것. 한 6개월 전쯤부터 느끼고 있긴 했는데, 이래저래 미루고 있다가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헤드셋 유격은 브레이크를 꽉 잡은 상태에서 자전거를 앞뒤로 끄덕여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움직임이 없으면 유격이 없는 거고 좀 끄덕거리면서 흔들리면 유격이 있는 거다. 유격이 있으면 브레이크를 세게 잡을 때마다 헤드셋 베어링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베어링이 깨질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분해를 한 후, 헤드셋 베어링 중 한쪽은 볼이 죽어서 교체해야 된다고 연락을 해 오셨다.


체인은 오래 탄 것 치고는 상태가 괜찮다고 했다. 아마 안 갈고 좀 더 타도 됐을 것 같기도 한데, 체인 갈려고 전에 사 뒀던 새 체인을 꺼내서 보여드리니 그럼 그냥 체인하고 스프라켓을 가는 것도 좋다고 하셨다. 전에 어디선가 체인 세 개 갈고 스프라켓 갈고, 스프라켓 세 개 갈고 체인휠 한 번 갈면 된다는 얘길 들은 것 같은데, 그 방법은 체인 세 개를 자주 돌려가면서 교체해서 쓸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체인이 이미 이 정도 늘어난 상태면 스프라켓도 같이 갈아줘야 한다고 한다. 체인 세 개 로테이션하면서 스프라켓 좀 더 오래 쓰는 거랑 비교해서 그냥 체인+스프라켓 한 방에 교체하는 방법이 비용 면에서도 크게 손해는 아니라서 사장님은 그냥 체인+스프라켓 교체하는 쪽을 추천하시는 분위기였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후자의 방법이 확실히 더 자연스럽다.


스프라켓을 갈기로 하니, 이 김에 좀 큰 스프라켓으로 교체하면 언덕 오르기가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마침 매장에 티아그라 구동계랑 동급의 11-32t 스프라켓 신품이 매장에 있길래 그걸로 교체하기로 했다. 기존 스프라켓 이 개수는 12-13-14-15-17-19-21-23-25-28 이고, 새로 장착될 스프라켓 이 개수는 11-12-14-16-18-20-22-25-28-32 이므로, 같은 케이던스라고 할 때 최대 속도는 9% 정도 빨라지고 최저 속도는 13% 정도 느려지게 된다. 물론 그만큼 페달 밟기가 제일 빠른 기어비에서는 9% 무거워지고, 제일 느린 기어비에서는 13% 정도 가벼워질 거다. 스프라켓 단 수는 똑같이 10단이니 아마 기어 한 단 바꿀 때 더 부하가 더 크게 변할 거고, 거기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민감한 사람들은 11단 스프라켓에서도 11-28t에서 11-32t로 갈 때 각 단의 부하 차가 너무 커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50-34 콤팩트 크랭크에 32t가 웬 말이냐고 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하지만 나처럼 업힐에 약한 사람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빨리는 못 가도 끌바만이라도 하지 않고 언덕을 오를 수 있다면, 평지에서 각 단별 부하 차이가 커서 힘든 것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궁극적인 해결책은 근력을 기르고 체중을 줄이는 거겠지만, 별로 심하지 않은 업힐에서도 다리에 쥐 나서 끌바해야 하는 내 처지라면, 일단은 장비 구성을 변경해서라도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장님이 친절하고 붙임성도 좋으시고 경험도 많으셔서 한참 동안 자덕 수다를 떨다 집에 왔다. 분해정비가 다 끝나고 나면 전화를 주신다고 했는데, 어차피 수리가 다 끝나도 주중에는 찾으러 가기 힘들고 토요일이나 돼야 찾으러 갈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이렇게 큰 맘먹고 큰돈 (특히 자전거 가격 생각하면 더욱더 큰돈) 들여서 자전거 때 빼고 광 내고 소모품도 갈았으니 앞으로 한 3년은 더 타야 되겠다. 업그레이드는 그냥 나중에 크게 한 방에 하는 걸로... ㅎㅎㅎ


바이키 군포점 찾아가는 길: https://blog.naver.com/bifix/120187323066

문 앞에 붙어있는 쪽지에 의하면 동절기 영업시간은 월-토요일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라고 한다. (일요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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