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으나, 계속 미루고 미뤘던 일 한 가지를 했다. 바로 자전거 완전 분해정비를 맡긴 일.


자전거 완전 분해정비(overhaul)는 자전거에서 분해할 수 있는 모든 부품들을 다 분해한 다음 꼼꼼히 하나씩 때 빼고 광 내고, 교체할 것 있으면 교체하고, 그리스나 오일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발라주고 한 다음 다시 조립하는 걸 말한다. 당연히 숙련된 자전거 수리공이 해야 할 일이고, 은근히 공구류도 많이 필요한 일이다.


이걸 미뤘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효용가치 때문이었다. 자전거 완전 분해정비는 가격이 10-20 만원이 드는 일인데, 내 자전거가 그 정도 유지비를 기꺼이 지불할 만한 고급품이 아니다 보니 매번 고민하다가 미뤄왔다.


하지만 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도 이미 3년 반이 됐고, 주행거리도 4,600 km 정도가 됐는데 딱히 교체한 소모품도 없다 보니 체인, 스프라켓, 변속기 및 브레이크 케이블, 바테이프 등 교체해야 할 게 많았다. 어차피 교체할 때 공임 들어갈 거 감안하면 조금 더 보태서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나서 갈아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해정비 업체를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집 가까운 곳 중에서는 당정동에 있는 알톤 군포점(구 바이키 군포점)이 괜찮다는 평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도 자전거 여행이라는 괜찮은 자전거 샵이 있는데, 그 샵 사장님은 분해정비 서비스를 안 하시는 것 같았고 로드 자전거보다는 MTB에 더 집중하시는 분위기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로드 자전거 분해정비하시는지 여쭤보기라도 해야겠다.


지난 토요일, 큰 맘먹고 차에 자전거를 싣고 샵을 찾아갔다. 위치가 당정역 바로 근처라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맡기고 전철 타고 와도 되긴 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자전거를 타고 싶지가 않았다.


영업시간을 잘 모르고 갔는데, 마침 내가 갔을 때가 딱 두 시, 사장님이 막 영업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여셨을 때였다. 자전거를 거치대에 걸고 여기저기 꼼꼼히 보셨는데,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을 많이 찾아내 주셨다. 우선 헤드셋 유격이 심하다는 것. 한 6개월 전쯤부터 느끼고 있긴 했는데, 이래저래 미루고 있다가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헤드셋 유격은 브레이크를 꽉 잡은 상태에서 자전거를 앞뒤로 끄덕여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움직임이 없으면 유격이 없는 거고 좀 끄덕거리면서 흔들리면 유격이 있는 거다. 유격이 있으면 브레이크를 세게 잡을 때마다 헤드셋 베어링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베어링이 깨질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분해를 한 후, 헤드셋 베어링 중 한쪽은 볼이 죽어서 교체해야 된다고 연락을 해 오셨다.


체인은 오래 탄 것 치고는 상태가 괜찮다고 했다. 아마 안 갈고 좀 더 타도 됐을 것 같기도 한데, 체인 갈려고 전에 사 뒀던 새 체인을 꺼내서 보여드리니 그럼 그냥 체인하고 스프라켓을 가는 것도 좋다고 하셨다. 전에 어디선가 체인 세 개 갈고 스프라켓 갈고, 스프라켓 세 개 갈고 체인휠 한 번 갈면 된다는 얘길 들은 것 같은데, 그 방법은 체인 세 개를 자주 돌려가면서 교체해서 쓸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체인이 이미 이 정도 늘어난 상태면 스프라켓도 같이 갈아줘야 한다고 한다. 체인 세 개 로테이션하면서 스프라켓 좀 더 오래 쓰는 거랑 비교해서 그냥 체인+스프라켓 한 방에 교체하는 방법이 비용 면에서도 크게 손해는 아니라서 사장님은 그냥 체인+스프라켓 교체하는 쪽을 추천하시는 분위기였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후자의 방법이 확실히 더 자연스럽다.


스프라켓을 갈기로 하니, 이 김에 좀 큰 스프라켓으로 교체하면 언덕 오르기가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마침 매장에 티아그라 구동계랑 동급의 11-32t 스프라켓 신품이 매장에 있길래 그걸로 교체하기로 했다. 기존 스프라켓 이 개수는 12-13-14-15-17-19-21-23-25-28 이고, 새로 장착될 스프라켓 이 개수는 11-12-14-16-18-20-22-25-28-32 이므로, 같은 케이던스라고 할 때 최대 속도는 9% 정도 빨라지고 최저 속도는 13% 정도 느려지게 된다. 물론 그만큼 페달 밟기가 제일 빠른 기어비에서는 9% 무거워지고, 제일 느린 기어비에서는 13% 정도 가벼워질 거다. 스프라켓 단 수는 똑같이 10단이니 아마 기어 한 단 바꿀 때 더 부하가 더 크게 변할 거고, 거기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민감한 사람들은 11단 스프라켓에서도 11-28t에서 11-32t로 갈 때 각 단의 부하 차가 너무 커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50-34 콤팩트 크랭크에 32t가 웬 말이냐고 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하지만 나처럼 업힐에 약한 사람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빨리는 못 가도 끌바만이라도 하지 않고 언덕을 오를 수 있다면, 평지에서 각 단별 부하 차이가 커서 힘든 것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궁극적인 해결책은 근력을 기르고 체중을 줄이는 거겠지만, 별로 심하지 않은 업힐에서도 다리에 쥐 나서 끌바해야 하는 내 처지라면, 일단은 장비 구성을 변경해서라도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장님이 친절하고 붙임성도 좋으시고 경험도 많으셔서 한참 동안 자덕 수다를 떨다 집에 왔다. 분해정비가 다 끝나고 나면 전화를 주신다고 했는데, 어차피 수리가 다 끝나도 주중에는 찾으러 가기 힘들고 토요일이나 돼야 찾으러 갈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이렇게 큰 맘먹고 큰돈 (특히 자전거 가격 생각하면 더욱더 큰돈) 들여서 자전거 때 빼고 광 내고 소모품도 갈았으니 앞으로 한 3년은 더 타야 되겠다. 업그레이드는 그냥 나중에 크게 한 방에 하는 걸로... ㅎㅎㅎ


바이키 군포점 찾아가는 길: https://blog.naver.com/bifix/120187323066

문 앞에 붙어있는 쪽지에 의하면 동절기 영업시간은 월-토요일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라고 한다. (일요일은 휴무)

매년 5월쯤에 열리는 자전거 대회 중에 화천 DMZ랠리 전국 평화자전거대회라는 대회가 있다. 화천 DMZ랠리라고들 많이 부르는데, 아마추어 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겁게 참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회라고 한다. 대회에 나갔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평이 좋다. 거리도 70여 km 정도라 짧고, 업힐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탈 만한 모양이다. DMZ 구간을 상당히 많이 달리고, 민/관/군이 합동으로 후원하는 대회라 교통 통제도 잘 되는 편인 것 같다. 다른 그란 폰도들 처럼 힘들지도 않고, MCT 선수급의 동호인들보다는 그냥 좀 편하게 놀러 오는 동호인들이 많은 대회 같은 느낌이랄까...


어제저녁쯤에 자전거 동호회에서 화천 DMZ 접수 얘기가 나오길래 잠시 찾아보다가 페북에 갈까? 하고 운을 띄우니 재방이도 힘을 더해준다. 종혁이 형도 같이 뛰시겠다고 하시고... (내가 기상령도 무사히 넘고 끌바 안 하고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되어) 잠시 고민이 들기도 했으나, 지난번처럼 감상실 선후배 세 명이 재미있게 타고 오면 되겠구나 생각하며 그냥 일단 신청해 보기로 했다.


오전 10시에 알람을 맞춰놓았다가, 10시 되자마자 컴퓨터로 접속을 했는데, 신청까지는 잘 되는데 카드 결제로 잘 넘어가질 않는다. 부하가 많이 걸려서 그런가 하고 좀 기다리고 있는데, 재방이는 핸드폰에서 무사히 신청을 마쳤다고 한다. 부랴부랴 핸드폰으로 다시 들어갔더니 카드 결제가 간단하게 끝난다. 대충 10시 10분쯤에 접수와 결제를 마친 것 같고, 특별히 시스템이 버벅거린다든가 접속이 잘 안 된다든가 하는 문제는 없었어서, 그리고 인터페이스도 간단하고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근데, 의외로 접수는 금방 마감된 모양이다. 종혁이 형님은 미팅이 있어서 10시 20분쯤 접속했더니 이미 접수가 완료돼서 접수를 못 하셨다고 한다. 안타깝다. ㅠㅠ


대회는 5월 20일, 일요일에 열린다. 8시까지는 집합장소에 가야 하고, 화천이 집에서 은근히 멀기 때문에 5시쯤에는 일어나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9시 출발이고, 느긋하게 컷오프 시간 안에 오는 걸 목표로 하면 오후 1시쯤에는 도착할 거다. 정리하고 밥 먹고 집에 오면 해질 무렵쯤에 도착할 수 있겠네.


올해 랜도너스 접수를 하나도 못 했는데, 마침 오늘이 일부 날짜의 랜도너스 접수 시작일이라 찾아가 보니 천안 랜도너스는 5, 6월 빈자리가 좀 있다. 5월 20일 하고 너무 가까운 시기에 랜도너스까지 뛰면 아내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6월 9일 천안(서) 200 km를 일단 신청해 봤다. 4월 중하순쯤에 200 km 한 번 뛰면 딱 좋겠는데, 갈 만한 유일한 게 4월 21일 천안(서) 200 km 경기다. 그 시기의 브레베는 다들 300, 400, 600 대회라서 내가 낄 수가 없다. 가끔씩 들어가서 빈자리가 생기는지 노려봐야지.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 터보트레이너로 운동을 좀 하겠다고 자전거를 거실에 옮겨놨다. 막내가 자전거 만지다가 다치거나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가끔씩 바퀴를 손으로 돌려서 손이 좀 더러워지는 거 빼면 큰 문제는 안 생기고 있다. 근데 자전거를 빨래 건조대 대용으로 쓰면서 빨래가 체인에 닿아 시커먼 기름이 묻는 일이 몇 번 있고 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체인 청소나 하자는 생각이 들어 어제 자전거 체인 청소에 도전했다. 2014년 여름 자전거를 산 이후로 체인을 풀어서 청소한 적이 한 번도 없고, 특별히 험한 데서 타진 않았지만 체인이랑 체인링, 스프라켓을 꼼꼼히 관리하지 않으면서 습식 체인 오일을 많이 썼더니 오일과 이물질이 섞여 엄청나게 찐득하고 새까맣게 된 구두약에 흙 비벼놓은 것 같아 보이는 오염물이 체인 전체를 덮고 있었다.


손이 기름으로 뒤덮여 너무 더러워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사진 없이 글로만 남기려니 많이 아쉽다. 다음에는 아들 불러서라도 사진 찍어서 남기리...


준비물:

체인을 세정액에 담가둘 적당한 플라스틱통 - 두부 두 모 들어가는 두부 포장 플라스틱통 사용.

버릴 칫솔

플라이어 - 체인링크 풀 때 사용

체인 잡는 고리 - 체인 링크를 풀거나 체결할 때 양쪽을 잡아서 당겨줘야 한다. 손이 모자라니까 고리로 잡아줘야 하는데, 파는 것도 있지만 그냥 철사 옷걸이 하나 끊어서 구부려서 만들었다. (참고: http://blog.naver.com/jun18th/220739302056)

오렌지 세정제 - 누군가가 비교기를 올렸는데 석유 같은 것보다 오렌지 세정제가 효과가 더 좋다고 해서 오렌지 세정제 사용. 등유 사러 주유소 가기도, 세정 끝난 등유 버리러 다시 어디 가기도 귀찮았다.


첫 단계는 체인 링크 풀기. 인터넷에서 대충 찾아보니 체인링크를 잡아 누르면 구멍이 큰 안쪽으로 밀려가면서 쓱 빠지는 것 같아서 대충 세게 누르면 되겠거니 했는데, 영 안 된다. 손에 찐득한 기름 잔뜩 묻히고 한참을 고생하며 전용도구를 사야 하나 고민하다가, 손 씻고 핸드폰을 검색핬다. http://www.coolwarp.net/1074 이 글을 보니 두 체인 링크를 플라이어의 서로 반대편 날에 걸고 눌러주면 허무하게 툭 빠진다길래 해 보니 호... 정말 그렇다. 역시 기술을 배워야 해.


체인을 잘 풀어서 플라스틱 통에 넣고는 오렌지 세정제를 팍팍팍팍 뿌려서 체인을 담그고 칫솔로 문지르고 통을 흔들어 찌든 때를 녹여내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했다. 세 번째 정도 뿌린 후에는 그대로 담가놓고 크랭크 체인링과 스프라켓, 앞 뒤 드레일러와 풀리 등을 물티슈로 청소했다. 체인을 뺀 상태로 하니까 훨씬 수월했다. 풀리 둘 중 하나는 손가락으로 돌리면 한참동안 잘 도는데 다른 하나는 돌릴 때 큰 저항감은 없지만 휙 돌리면 금방 멈춘다. 나중에 체인청소할 때 한 번 분해해서 속에 있는 베어링을 점검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다시 찾아보니 둘 중 위쪽에 있는 건 가이드 풀리, 아래쪽에 있는 건 텐션 풀리라고 하는데 가이드 풀리는 체인 위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원래 아주 잘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물론 고급 제품에서는 둘 다 실드 베어링을 써서 잘 돌아가겠지만, 텐션 풀리만 잘 돌아가면 큰 문제는 없는 모양이다. 괜히 쓸 데 없는 데 신경 쓸 뻔했구나. 아, 애초에 이런 데 신경을 썼던 것 자체가 좀 쓸 데가 없는 건가? 


스프라켓을 속시원하게 씻어내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베란다에서 자전거 세차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만하면 만족한다. 제대로 하려면 물 살살 뿌려가면서 세정제로 팍팍 씻어낼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이 필요할 것 같다. 스프라켓 청소를 하다가 예전부터 빼고 싶었던 스프라켓 안쪽 플라스틱 보호대를 없앤다고 또 쇼를 했다. 나도 예전에는 이 플라스틱이 꼭 필요한 부품인 줄 알았는데, 없어도 되는 거라고 해서 없앨까 생각도 했지만 귀찮아서 안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 군데 부러뜨리면 쉽게 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또 찾아보니 그거 하다가 스프라켓이나 스포크 상하느니 그냥 두는 게 낫다는 얘기도 보였다. 이미 일부분을 지저분하게 부러뜨려놓은 후라 이대로 둘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오기를 내서 다시 시작. 일자 드라이버로 스프라켓과 스포크 안 상하게 잘 힘을 가해서 몇 군데 부러뜨려서 겨우 다 제거했다. 제거하고 나니 자전거가 좀 더 고급져 보인다. 


오렌지 세정제에 담가놨던 체인은 물에 여러 번 깨끗하게 헹궈내고, 몇 번 털어서 물기를 빼고 키친타올로 꾹꾹 눌러 다시 한 번 물기를 제거했다. 다시 체인링크 채우고 건식 테플론 오일을 발라주고 크랭크 한참 돌리면서 기어 바꾸고 하면서 상태를 체크하고 오일을 골고루 묻혔다. 키친타올로 남은 오일을 닦아냈는데, 스프라켓에 남아있던 기름때가 다시 좀 녹아서 체인에 묻기 시작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다음에는 스프라켓 공구를 사다가 스프라켓을 분해해서 청소해볼지, 아니면 그냥 뒷바퀴만 빼서 욕조 가서 오렌지 세정제 뿌리고 샤워기로 물 살살 뿌려서 청소를 해 볼지 생각 중이다. 스프라켓 분리 자주 하는 것도 아닌데 몇 만원 주고 공구 사기가 부담스러우니까.


그리고 다음에는 꼭 면장갑이라도 끼고 작업해야겠다. 더러운 오일 손에 잔뜩 묻었는데 오렌지 세정제로도 쉽게 지워지지 않아 아직 손 끝이 시커멓다. 손톱 밑에도 새까맣게 때가 껴 있어서 땅거지가 된 느낌이다. 독한 오렌지 세성제를 맨손에 잔뜩 뿌려대서 피부가 상한 것 같아 보습제를 열심히 바르고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손이 거칠거칠한 느낌이다.


처음으로 체인을 분리해서 청소하다 보니 거의 2-3시간은 걸린 것 같다. 웬만하면 청소 안 하고 다시 2-3년 타면 좋겠지만, 다시 청소를 하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다음 번에는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청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해지면 1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로드보다 훨씬 더러운, 옛날에 산 철티비도 체인을 청소해야 하는데, 큰애가 그 철티비를 자주 타게 될 것 같으니 조만간 체인 청소에 재도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류형규 선배님께 자전거 트레일러를 받아왔다. 출시된 지 10년 남짓 지난 물건인데도 정말 깨끗했고, 좋은 물건이었다. 우리 정후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정후 태우고 다니면 좋을 것 같다. (잘 쓸께요 형규형!!!)

모든 부품이 다 쌩쌩한 상태로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자전거 뒷바퀴축에 트레일러랑 연결하기 위해 달아줘야 하는 히치가 없었다.

트레일러 회사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Burley Solo 2004-2006 모델인 걸 알 수 있었고, 이걸 자전거에 달려면 Steel Hitch를 사서 자전거에 달아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 가격은 25불. 국내 대리점 가격은 4만원. 그리고 3년 정도마다 갈아주는 게 좋다고 한 부품도 아예 이 김에 새로 사서 갈아줄까 하고 보니 국내 가격이 31,000원. (그래도 국내 대리점이 친절한 편이어서 구형 모델에 맞는 부품은 없냐고 문의하니 바로 답변을 올리고 판매를 시작했다.) 합쳐서 71,000원.

아마존 판매 가격은 둘 합쳐서 45.34불. 그래서 걍 직구를 해 봤다. 직구로 파는 업체아예 직구 다 해서 최종 물건을 바로 배달해 주는 업체 말고 배송대행지를 이용하는 직구는 처음 해 봤는데 작고 가벼운 애들은 의외로 저렴하더라. 아마존에서 배대지까지 무료배송이어서 아마존에 낸 돈은 45.34불(카드 51,528원 결제)이고 배송대행업체에 낸 돈은 원화로 6,112원. 총 57,640원. 13,360원 절약했다. 크다면 클 테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돈... 좀 안타까운 건 이 정도면 꽤 양호한 대리점이라는 것.

(실제 최저가로 구매하는 정도도 아니고) 해외에서 권장 소비자가격 금액에다가 개인이 배송료 관세 부가세 같은 거 다 일일이 내고 하나씩 가져오는 것보다도 비쌀 것 같은 가격으로 팔아대는 업자들이 수두룩하다.

수경재배용으로 LED bar를 좀 샀는데, 그것도 국내 판매 가격을 보니까 정말 깜짝 놀랐다. 일부 업자들은 한 개씩 직구로 사오는 가격의 몇 배로 파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직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시장이 좀 제대로 돌아갈 것 같다. 안 그러면 봉이김선달 독과점장이들이 시장을 다 썩혀 버릴 듯...


며칠 전에 CycleOn의 SC-1이라는 케이던스/속도 측정계를 샀다. 요즘 나오는 가민 신형처럼 뒷바퀴 허브와 크랭크암에 각각 고무 밴드로 고정시키는 형식의 케이던서/속도 측정계가 괜찮은 가격으로 블루투스용으로 나왔다면 그걸 샀을 텐데, 그런 건 아직 없더라.

근데, 케이던스/속도 측정계를 달고 간 첫날 케이던스용 자석이 떨어져 버렸다. 케이블 타이로 크랭크암에 고정시키는 게 영 맘에 안 들었는데, 울퉁불퉁한 도로를 덜컹거리며 지나가다 보니 떨어졌나보다. 게다가 클릿 페달에서 발 못 빼서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낙차하고, 자전거 잠시 세워놓고 쉬다가 바람에 자전거 넘어져서 이래저래 자전거가 충격을 많이 받기도 했다. 케이던스가 영 바뀌질 않아 확인해 보니 자석이 사라지고 없었다. 케이블 타이만 덩그라니 크랭크 암에 둘러져 있었다.

케이던스용 자석을 CycleOn 회사에서 따로 사도 되긴 하지만, 그냥 이 링크에 있는 방법을 쓰면 된다. 페달 고정하는 헥스 키 구멍에 사이즈 맞는 자석을 쏙 끼워주는 방법이다. 케이던스미터용으로는 네오디뮴 자석 지름 6이나 8짜리 원통형 자석(페달의 헥스 키 구멍 사이즈에 맞추면 된다. 내가 쓰는 시마노 R550 클릿 페달은 6 mm 짜리 키를 쓰니까 지름 6 mm에 높이 5 또는 10짜리 자석 사면 되는 듯하다)을 사면 된다. 속도계용으로는 스포크에 고정시킬 자석이 필요한데, 10 mm x 5 mm x 2 mm (또는 1 mm) 정도 되는 6면체 자석 사서 스포크에 절연 테이프 같은 걸로 고정시켜주면 되는 것 같다. 스포크가 납작하면 더 안정적으로 고정될 것 같은데 내 건 그냥 둥그런 철사 형태라 과연 잘 붙어있을지 걱정되긴 하네...

자석은 강할수록 센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데는 유리하긴 한데, 또 너무 강하면 미약하나마 프레임과 가까운 데를 지날 때 맴돌이 전류를 만들어내면서 에너지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단점도 있을 것 같다. 뭐 다른 부위에서 생기는 에너지 손실에 비하면 아주 미약한 수준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하면 더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고정시켜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석은 오픈마켓에서 네오디뮴 자석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개당 몇 백원 정도에 살 수 있는데 배송료가 더 많이 나오는 수도 있겠다.

혹시 자전거 가게에서도 자석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어제 집 근처에 있는 고급 자전거 전문점인 케이한 바이시클에 가 봤는데, 자석이 여러 가지 많았는데 하필이면 8 mm짜리가 없어서 못 샀다. 6 mm 짜리를 사서 써도 아무 문제는 없는데, 헥스 키 구멍에 쏙 맞는 느낌이 안 드는 게 아쉬워서 그냥 나중에 온라인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자석은 대략 개당 2천원 받던데, 배송료 안 들고 바로 살 수 있는 거 감안하면 제 사이즈가 있었더라면 개당 2천원이라도 비싸다는 생각 안 하고 샀을 것 같다.

지금까지 자전거 타고 하루에 제일 긴 거리를 움직인 건 지난 주, 3월 8일에 탔던 하트코스 확장판이었다. 100 킬로미터를 살짝 넘기는 거리에 불과했다. 15일에는 주행거리를 늘리면서도 조금 다른 코스를 타 보고 싶었다. 일단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속도 내기 좋은 길로 가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일단 제법 잘 뚫린 자전거길을 가려면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는 전철을 타고 나가야 한다.

지하철로 점프를 할 때는 보통 집 앞 역에서 전철을 타고 금정역이나 석수역으로 가서 가까운 안양천변 길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다. 과천 쪽에서 전철에서 내려서 양재천을 따라 자전거를 탈 수도 있는데, 이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어서 앞으로 웬만하면 하진 않을 것 같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한강 자전거길에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4호선 동작역에서 내리면 전철을 갈아탈 필요도 없고 지하철역 출구에서 바로 한강으로 연결되니 좋을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쯤 동작역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 자전거길과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양평역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대략 120 km 정도 되는 것 같아서 이 코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근데 실제로는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서 동작역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가 좀 넘었다. 이후로도 여러 이유로 속도를 잘 못 내서 계획보다 훨씬 늦게 집에 돌아왔다.) 코스 지도는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맵 지도오늘 달린 왕복 코스. 한강 및 남한강 자전거길로만 달리는 코스로, 동작역에서 출발해서 양평 군립 미술관 인증센터까지 갔다가 동작역으로 되돌아오는 120 km를 살짝 넘는 코스다.


동작역에서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서면 바로 반포천 자전거길이 나오고, 북쪽으로 100 미터만 더 가면 한강 자전거길이 나온다. 한강 자전거길에서 동쪽으로 하염없이 갔다. 그 날 한강변에서는 서울오픈 마라톤이라는 대회가 있어서 그런지 달리기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겨우내 운동을 게을리 해서 몸이 영풀리질 않은 데다가 양평까지 가는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바람이 계속 동풍(역풍)이어서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전에는 암사고개를 넘어갈 때도 그냥 언덕이 좀 힘들구나 했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몇 번을 내려서 걸어가야 하나 고민을 해야 했을 정도로 몸이 엉망이었다. 컨디션 괜찮을 때는 강변 자전거길처럼 평평한 데서 탈 때는 50 km 넘게 달릴 때까지 한 번도 안 쉬어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영 상태가 안 좋아서 미사대교 밑에서 헐떡거리면 한 번 쉬어야 했다. 터보 트레이너를 열심히 탈 걸 사 놓기만 하고 타지 않았던 게 진심으로 후회됐다. 이 상태로 갔다가 혹시 팔당대교 건널 때 자전거를 끌고 건너야 하는 건 아닐까 살짝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3월 중순인데도 아침에는 날씨가 추운 것도 꽤 고통스러웠다. 로드용 클릿 신발은 겉보기에는 아주 딱딱한 플라스틱 같은 모양으로 당연히 방수가 될 것 같은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겨울용이 아닌 이상 방수는 커녕 바람이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구조다. 아직 공기가 찬 상태에서 이 신발을 신고 자전거를 타면 발가락이 얼어서 마비되는 느낌이 든다. 미사대교 밑에서 쉬는 동안에도 발이 시려워서 신을 벗고 한참 손으로 발끝을 녹여야 했다.

팔당대교를 건너 옛 중앙선 철로를 따라가는 자전거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다. 철로였던 길을 자전거길로 고쳐놓다 보니 경사나 좌우 굴곡이 다 완만한 편이고, 길 자체도 꽤 잘 포장돼 있고, 관리도 잘 되고 있다. 그렇다고 아라뱃길처럼 지루한 것도 아니다. 좌우로 한강과 숲길이 적당히 바뀌어 가면서 펼쳐진다.

여지껏 자전거길 종주 수첩이 없었다. 이번에 길을 떠나면서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수첩을 사는 거였는데, 능내역 자전거 대여점을 찾아가서 수첩을 (큰아들 것까지) 두 권 사서는 내 수첩에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사실 아라뱃길이나 청주댐을 제외한 한강 구간, 그리고 남한강의 능내역까지는 몇 번 이미 달려본 구간이라 그 날 처음으로 가 본 데는 양평 군립미술관 인증센터 한 군데 뿐이긴 했지만, 그래도 도장을 찍고 나니 나름 소소한 성취감에 기분이 괜찮았다.

역풍을 헤치고 겨우겨우 양평 군립미술관 인증센터를 찍고는 돌아오다가 중간에 뒷바퀴에 펑크가 난 걸 발견했다. 다행히 길가에 자전거를 걸어둘 만한 스탠드와 벤치가 있는 곳이 있어서 자전거를 걸고는 뒷바퀴 튜브를 교체했다. 타이어 안 쪽을 살펴보니 알루미늄 쪼가리 같은 게 들어있었다. 대체 그게 어디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바퀴 테의 튜브 바람 넣는 구멍 근처에서 떨어진 게 타이어 안에 들어가 있었던 건지...

한참을 튜브 간다고 씨름하고 나서 기운이 더 빠져서 꾸역꾸역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국도변에 있는 옥천 냉면에 들러서 물냉면 하나에 냉면 사리 하나를 추가해 달라고 했더니 여기는 기본 양이 많아서 사리 추가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냉면을 받아 보니 그럴 만도 한 것 같았다. 물론 워낙 배가 많이 고팠어서 싹싹 다 먹고도 1-2시간 후에는 배가 고파졌지만... 사실 큰 길가에 있는 가게 말고 정말 맛있는 데가 있다고 하는데 다음에 가족이나 다른 일행과 같이 간다면 거길 찾아가서 완자도 같이 먹어야겠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부근부터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날씨도 좋고 기온도 올라가고 하니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일단 상황이 이렇게 되면 시속 20 km도 힘들다. 지그재그로 타는 사람들, 두 명이 정답게 나란히 길 막고 달리는 사람들 때문에 무리해서 속도를 내려고 했다가는 사고만 나기 십상이다. 게다가 점심 시간 무렵부터 바람 방향도 바뀌어서 돌아가는 길은 순풍이겠거니 했던 기대도 산산히 부서졌다.

종주수첩을 산 김에 광나루, 뚝섬까지 전부 도장을 찍고 싶었다. 근데 광나루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출발하는데 또 뒷바퀴 바람이 빠져 있었다. 광나루 공원에서 자전거를 뒤집어놓고 튜브를 살펴보니 이번에는 튜브를 갈면서 끼어들어간 듯한 바퀴 테의 장식용 페이트 조각 같은 게 튜브에 구멍을 낸 것 같았다. 기껏 새 튜브 끼우고 그 날 바로 펑크가 나니 가슴이 아팠지만 여분 튜브도 더 이상 없고 해서 그냥 패치로 때우고 다시 열심히 바람을 넣었다. 하루에 펑크 두 번은 처음이었다. 결국 두 번째 펑크를 경험하고는 힘들어서 강 건너 뚝섬 인증센터에 갈 마음이 안 났다. 한강 자전거길은 오는 내내 교통 체증 상태. 그냥 정신줄 놓고 겨우겨우 동작역까지 갔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뒷바퀴 바람이 또 빠져 있다. 대체 이건 뭔가 했는데, 튜브를 물에 담가 확인해 보니 패치 한 쪽 구석으로 공기방울이 새나온다. 아마 패치를 잘 못 한 모양이다. 패치 있는 근처에 패치를 한 번 더 덧붙였다.

결국 이 날 펑크 때문에 고생을 하고는 바로 CO2 주입기하고 CO2 캔, 그리고 여분의 튜브까지 넉넉하게 샀다. 다음에는 펑크가 나도 조그만 휴대용 펌프로 바람 넣느라 체력을 소모하진 않기를...

중간에 돌아갈까 말까 고민을 여러 번 했지만 이왕 나선 거 집에 좀 늦게 가도 목표로 했던 거리는 다 채우자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페달을 돌렸는데, 그래도 나름은 최장거리 기록을 해서 기쁘다. 이제 점점 몸이 적응되고 나면 더 먼 거리를 더 짧은 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기를...




3월 8일에는 금정역 출발, 하오고개-탄천-한강-안양천, 금정역 도착 코스를 시도해 봤습니다.

저전거를 타면서 가장 고민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어느 코스를 탈 것인가 하는 것 같습니다.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맛있는 것도 맨날 먹으면 질리는 법이고, 매일 밥 김치만 먹다가도 가끔 근사한 외식도 하면 좋고 말이죠. 주중에는 멀리 가기 힘들어서 한 시간 정도 동네에 있는 반월호수 뺑뺑이를 돕니다. (물론 이 정도 되는 코스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도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밤에 10시 넘어가면 차도 별로 없고 신호등도 별로 없어서 혼자서 여기 뺑뺑이 돌러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주말에 짬을 좀 내야 2-5시간 정도 되는 장거리 주행을 해 볼 수 있는데, 재미 없고 지루한 코스를 도는 것보다는 흥겹게 돌 수 있는 코스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겁니다. 집 근처에서 장거리를 탈 만한 곳은 없어서 장거리를 탈 때는 보통 전철을 타고 점프합니다. 안 그러면 좋지도 않은 인도/자전거 겸용 길로 한참을 가야 겨우 안양천에 들어가니까요.

보통 석수역에서 안양천을 타서 안양천/한강 합수부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갑니다. 거기서 서쪽으로 가면 한강-아라 자전거길을 탈 수 있고, 동쪽으로 가면 한강 자전거길로 쭉 움직일 수 있지요. 안양천 길이 석수역에서 남쪽으로 가면 좀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잘 닦인 석수역 북쪽으로 움직이는 거죠.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적당한 업힐이 섞인 장거리 코스를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작년부터 이미 점찍어둔, 하트 코스를 확대한 코스로 100 km 정도를 타 보기로 했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 좀 걱정이 됐는데, 마침 2013년 바이시클뉴스에 실린 기사에 사진도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뛴 코스는 https://www.runtastic.com/en/routes/geumjeong-big-heart 에 저장해 놓았습니다. (판교에서 탄천으로 넘어가는 부분 지도를 확대하면 길 못 찾아서 헤매는 부분도 나옵니다 ㅎㅎㅎ)

아침 챙겨 먹기가 귀찮아서 우유 한 잔에 단백질 가루 타서 아침 대신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전철을 타고 금정역에서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와서 안양천 쪽으로 갔습니다. 1번출구 계단에서 쭉 이어지는 방향으로 가서 첫 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엘에스로를 따라간 다음 바로 우회전하여 호계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안양천으로 내려가는 경사로가 나옵니다. (이 경사로를 그냥 자전거 타고 내려가려다가 중심 제대로 못 잡고 클릿 제 때 못 빼서 어이 없게 낙차했습니다. 무릎이 좀 까진 것 빼면 저나 자전거나 별로 다친 덴 없었는데도 시작하자마자 기운이 쏙 빠지고 의욕이 줄어들더군요.)

호계교에서 한강 쪽으로 2.8 km 정도 가다 보면 안양천과 학의천이 만나는 쌍개울이 나타납니다. 쌍개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학의천 쪽으로 빠졌습니다. 학의천변 자전거길을 따라 청계교까지 간 다음, 백운로로 접어들어 자전거를 타고 백운호수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습니다. 백운호수 순환도로의 높은 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끝까지 내려가면 “하루”라는 카페가 있는 삼거리가 나오고, 거기에서 우회전하면 학현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학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꼭대기에서 학현터널을 지납니다. 터널을 지나 가파른 경사길로 신나게 내려가다 보면 서울외곽순환도로 아래에 우회전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 위로 길이 있습니다. 택배회사 물류창고 같은 걸 지나서 쭉 가면 안양판교로로 이어집니다. 

하오고개는 곧게 뻗어있고 낮은 고개를 넘어가는 새 길(57번 국도. 새로 만들어진 안양판교로)과 청계공동묘지 옆으로 꽤 높은 고개를 넘는 구불구불한 옛 길(하오개로)이 있습니다. 경사도, 고도 등을 보면 새길이 훨씬 수월해 보이는데, 저는 차가 좀 쌩쌩 달리는 차도는 겁이 나서 잘 못 가겠더군요. 그래서 옛 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학현로에서 안양판교로 처음 들어설 때 가능하면 처음에는 인도 옆에 있는 자전거길로 가도 되는데, 하우현성당, 원터마을 표지판이 있는 지점을 지나가면서는 찻길로 가야 합니다. 그냥 인도 겸용도로 쪽으로 올라갔다가 버스정류장부터 길이 없어져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원터마을 표지판(큰 석조물) 지나서 바로 차도로 움직이는 것 잊지 마세요. 아직 클릿에 익숙치 않아서 오르막길에서는 클릿 잘 못 끼우는데,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설 때 자전거에서 내려야 했고, 오르막길이 계속돼서 클릿을 끼우지 못하고 한참을 자전거 끌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금정역에서 이미 한 번 자빠진 후라 자신감이 훅 떨어져서 위험한 데서 클릿 끼워볼 엄두가 안 나더군요.

수백 미터 정도 되는 짧은 거린데 그거 끌고 올라가고 나니 기력이 급 소진됐습니다. 원터마을 표지판 지나 조금만 더 가면 구 하오고개 입구가 나옵니다. 안양시립 청계 공동묘지, 도깨비 도로 방향으로 빠지면 됩니다. 여기서부터 이제 하오고개가 시작됩니다. 근데... 거의 절반도 못 올라가서 끌바를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겨울을 지나면서 근력은 약해졌지, 체중은 늘었지, 아침은 제대로 안 먹어서 집에서 나올 때부터 배고픈 느낌이었지, 초반에 어이 없이 자빠져서 기운은 쏙 빠졌지, 처음 가는 길이라 내가 지금 얼마쯤 움직였는지 전혀 감이 없지, 안 좋은 조건이 여럿 겹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마는군요.

대체 누가 이 길의 난이도를 “하”급이라고 하나요... ㅠㅠ 아마 저는 초보자 단계에도 못 오른 모양입니다. ㅠㅠ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마도 분당 쪽에서 안양쪽으로 넘어오는 걸 기준으로 하자면 하급으로 분류할 만도 할 것 같네요. 평균 경사로 기준 분당->안양은 4.7%, 안양->분당은 8%라고 나와있네요. 엔하위키의 업힐/서울-경기 부분 참조)

정상에 올라가니 롱보드 다운힐을 하는 분들이 모여서 보드를 타시더군요. 저는 자전거로도 무서워서 천천히 내려가는 길을 쌩쌩 잘 내려가시더만요. 하오고개 정상부터 한참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한국학중앙연구소가 나옵니다.

그 후로 분당구청, 판교IC 방향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저는 바이시클 뉴스 기사에 나와있는대로 산운마을 아파트 401동 옆에서 운중천변 자전거길로 빠졌는데요, 그 길이 아주 좋진 않았습니다. 길 중 상당 부분은 보행자 전용으로 용도가 바뀌어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기도 좀 그렇고 탄천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그냥 운중로 또는 그 옆의 보행자/자전거 겸용 길로 움직여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운중로 끝의 마지막 버스 정류장을 지나면 탄천으로 이어지는 하천변 자전거길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거기로 내려가면 탄천 자전거길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탄천 자전거길도 꽤 잘 돼 있더군요. 한참을 달려 한강에 도착했습니다. 탄천 합수부에서 하류가 아닌 상류 쪽으로 틀었습니다. (100 km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탄천 합수부에서 바로 하류쪽으로 빠지면 100 km가 좀 안 되더군요.) 올림픽 대교를 지나 천호대교 조금 못 미친 곳에 있는 광나루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돌려서 다시 하류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잠실철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다리를 건너 강북 자전거길을 지나 양화대교를 건너 다시 남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안양천 합수부에서 안양천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쌍개울을 지나 호계교에서 여정을 마쳤습니다. 

중간에 편의점에서 알루미늄 호일 그릇에 끓여먹는 라면하고 캔커피를 먹었습니다. 조금 살 것 같더군요. (그나저나 알루미늄 호일 라면 꽤 맛있더군요. 나중에 아들이랑 같이 한강 가면 한 번 맛을 보여줘야겠습니다.) 그런데 한 80 km 정도 타니 슬개골 바로 위쪽 허벅지 근육에 쥐가 나는 느낌이 들어 혼났습니다. 여러 모로 겨울 동안의 운동 부족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런타스틱 기준 104.77 km, 이동시간은 5시간 12분 55초, 휴식 시간 46분 49초, 평균속도 20.09 km/hr, 2219 kcal 소모. 아까도 얘기했듯이 거의 봉크된 느낌으로 계속 타서 그런지 영 속도도 안 나고, 생각보다 재미도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반월호수 뺑뺑이도 많이 돌아서 근력을 키우고 체중도 좀 줄인 다음에 좋은 컨디션으로 재도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장거리 뛸 때는 평지에서 빠르게 타는 걸 중심으로 해야겠습니다.

P.S. 다녀와서 애들 데리고 목욕탕에 다녀왔는데 시즌 시작하고 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100 km를 탔는데도 목욕탕에서 물에 몸을 좀 담가서 그런지 근육통이 훨씬 덜하더군요... 아이들도 목욕탕에서 놀면 좋아하니 일석이조. 원래 목욕탕 싫어하지만 앞으로 종종 장거리 뛴 후에 애들이랑 목욕탕 가야겠어요.

P.P.S. 사진 없이 글로만 쓰려니 내용 전달도 그렇고 좀 아쉽네요. 다음에는 좀 귀찮아도 중간중간 사진을 찍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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