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넌 취미가 뭐냐고 해서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고 답했다. 주로 어떤 음악을 듣느냐고 해서 I usually enjoy listening to classical music. 이라고 답했는데, 그 친구가 "classical music"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classic music"을 좋아하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classical music"과 "classic music"의 차이를 몰랐기 때문에 차이를 물어보려 했으나, 다른 사람이 조금 연관된 다른 잡담으로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흐지부지 그 얘기는 지나가고 말았었다. 한 번 기록도 남길 겸 Classical music, classical music, classic music의 차이를 적어볼까 한다.


우선 첫 글자를 대문자로 써서 고유명사처럼 적는 Classical music은 우리말로 옮기자면 고전주의 음악을 뜻한다. 최대한 상세하게 풀어쓰자면 music from the Classical period in Western music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양음악사에서 대략 1730년경부터 1820년경까지의 시기에 만들어진 음악이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의 곡들을 떠올리면 된다. (베토벤과 슈베르트는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시기의 작곡가라고 할 수 있긴 하다.)


첫 글자를 소문자로 적는 classical music은 우리말로는 고전 음악, 서양 고전 음악, 또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옮길 수 있는 음악으로,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으로 통용되는 게 보통 classical music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레고리오 성가 같은 중세 음악, 바흐의 바로크 음악, 하이든, 모차르트의 고전주의 음악, 바그너, 브람스의 낭만주의 음악, 드뷔시, 스트라우스의 근대음악에서 라이히, 글래스의 현대음악/포스트모던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다.


"classical"이 아닌 "classic"이라는 단어로 수식하는 "classic music"은 장르를 불문하고 오랫동안 많은 대중들이 널리 즐겨들어온 음악을 가리킨다. 그냥 우리가 “고전이라고 할 수있는”, 또는 “고전이 되어 버린” 정도의 수식어를 붙이는 음악들은 다 classic music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classical music이 classic music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락, 컨트리, 재즈 등에서도 classic music으로는 여러 곡들을 꼽을 수 있다. 앞의 두 음악에 비하면 정의 자체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걸 고전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여지가 많다.


집합 관계로 따진다면 Classical music은 classical music의 부분집합이고, classical music은 classic music의 부분집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classical music 중에서 현대음악이나 포스트모던 음악은 classic music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법하다.)


P.S. 회사에서 오픽 시험을 보라고 하는데, 그거 준비하려면 취미 같은 거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좀 해야 하는 것 같아서 이런저런 걸 떠올려 보다가 classical music과 classic music의 차이가 생각나서 끄적여봤다.


P.P.S. 궁금해서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classical music을 검색해 봤는데, 이건 뭐 완전 총체적 난국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은 본문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군대 있을 적...

하루는 소방교육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우리 캠프 내에 있는 소방서에서 소방 담당자가 와서 우리 부대 사람들 대상으로 화재 대처법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소화기로 불도 꺼 보고 그런 훈련을 했습니다.

그 날 교육 담당자는 나이가 지긋하신 한국인 군무원이셨는데, 평택 캠프 험프리즈 소방서에서 수십 년은 족히 일해오신 분이신 듯 했습니다.

교육은 영어로 진행됐습니다. 전체 피교육생 중 40여명 정도는 미국인, 대여섯 명 정도가 한국인인 카투사였으니까 당연히 영어로 진행하죠. 선생님은 나이 지긋하신 한국인, 수강생은 대다수가 미국인, 극히 일부만 한국인.

그 날은 저에게 정말 충격적인 날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영어 잘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발음도 한국인 치고는 한국 액센트가 거의 없는 편이고, 당연히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도 발음이 미국 표준 발음에 가깝지 않은 사람들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음이 좋아야 영어를 잘 하는 거라는 생각도 조금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그 나이 지긋하신 분께서는 거의 한글로 적어놓은 것 읽는 듯한 발음을 하시는데도 영어가 유창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여유있게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 미군들이 어떤 액센트로 질문을 해도 다 알아듣고 유창하게 대답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웬만한 유학파들보다 영어를 훨씬 더 유창하게 잘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오륀지, 티철, 쌩큐 얘기 들으면서 그 할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미국 사람들하고 비슷한 소리를 내는지가 아닙니다.

Singlish, Inglish, Chinglish, Jinglish 해도 영어로 의사소통 잘 됩니다.

게다가 외래어와 외국어가 어떻게 다른지, 한글 표기법의 기준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영어 교육 강화를 부르짖는 그 분들에게, 그리고 온 국민이 영어 공부에 미쳐 돌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금 정말 필요한 건 국어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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